29일 살인 사건 범죄 피해자인 여학생을 추모하는 분향소가 순천시 조례동 현장에 마련돼 있다. /박대성 기자.

29일 여학생 살해사건 발생 현장에는 그를 추모하는 추모객들의 글과 간식류가 놓여져 있다.

[헤럴드경제(순천)=박대성 기자] 전남 순천에서 귀갓길 여학생(18)을 흉기로 무차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30대 남성 A씨에 대한 신상정보 공개 여부가 30일 결정된다.

A씨 범행의 잔혹성이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는 데다, 여학생 살인 사건 이후 온라인 상에서는 피의자의 이름과 찜닭배달점, 얼굴 등이 이미 SNS에 대량 유포돼 있어 신상공개 결정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전남경찰청은 30일 오후 신상정보공개위원회를 열어 살인 혐의로 구속된 A(30)씨에 대한 신상정보 공개 여부를 심의하기로 했다.

현행 '특정중대범죄 피의자 등 신상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수단의 잔인성, 중대한 피해,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 국민의 알권리, 공공의 이익 등 요건을 충족하면 피의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A씨는 지난 26일 자정을 넘긴 0시 44분께 순천시 조례동 지하차도 옆 인도에서 귀갓길을 서두르던 검정고시 대입준비생 B(18)양을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범행 후 도망친 A씨는 술에 취한 상태로 거리를 배회하다가 술집에 들러 2차로 술을 마셨으며 이후 밖으로 나와 행인과 시비가 붙었고, 사건 약 2시간 20분 만인 새벽 3시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인상착의를 기억해 현행범으로 그를 체포했다.

배달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는 사건 당일 자신의 가게에서 홀로 술을 마신 뒤 주방에서 흉기를 챙겨 밖으로 나와 약 700m 떨어진 모 종합병원 앞길에서 범행 대상으로 여성을 지목하고 그를 뒤쫓아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전언에 의하면, A씨가 호기롭게 시작한 배달전문식당은 개업 3개월이 됐지만 생각만큼 장사가 잘 안돼 최근 영업을 중단한 상태로 매출부진에 따른 스트레스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사건이 불거지기 이전 결혼을 전제로 사귀던 여자친구와 심하게 다툰 정황을 확인하고 분풀이 대상으로 여성을 지목한 것이 아니냐는 조심스런 범행 동기 정황이 제기된다.

경북 출신으로 폭력 전과기록이 수회 조회되는 A씨가 순천으로 건너 와서 배달전문식당(프랜차이즈점)을 오픈한 이유 등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A씨는 일면식도 없는 여성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는데 경찰 조사에서는 면식범에 의한 범행은 아니라고 진술했다고 한다.

그가 불특정 시민을 대상으로 범행했다는 점에서 지난해 7,8월 잇따라 발생한 서울 신림역 칼부림 사망사고(조선·당시 33)와 분당 서현역 칼부림 난동(최원종·당시 22) 사건과도 비슷하다.

A씨는 28일 광주지법 순천지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면서 "소주 네 병 정도 마셔서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주장하면서도 범행은 시인했다.

경찰은 A씨의 자세한 범행 동기를 파악 중이며, 순천시는 사건 현장에 29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B양을 추모하는 공간(분향소)을 운영하고 있다. 분향소에는 지역구 김문수 국회의원과 노관규 순천시장 등의 조기와 조화 등이 세워져 있다.

분향소 마련 첫 날 B양과 학교생활을 했던 친구들이 침울한 분위기 속 고인을 추모하고 간식 등을 놓고 갔으며, 시민들도 간간히 들러 그를 추모하고 추모의 글을 남기는 모습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