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허가 담당 담양군, 정보공개 기각 책임회피 ‘논란’
전남 담양군 수북면 한 전원마을에 대형 옹벽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현장은 책임소재 공방으로 수개월째 방치돼 있다. 서인주 기자 |
[헤럴드경제(담양)=서인주 기자] 조용한 시골마을에 높이 7m의 대형 옹벽이 폭우로 무너지면서 바위와 토사, 전신주가 쓰러지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지만 책임공방으로 결국 ‘이웃사촌이 원수’가 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인허가를 담당하는 전남 담양군은 사고 원인 규명에 핵심인 설계도면 등 정보공개 청구를 수차례 기각하면서 ‘책임 회피’ 논란을 부르고 있다.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등 안전 이슈가 떠오르는 상황에서 지자체 대처에 관심이 쏠린다.
▶축대 붕괴 사고 왜=17일 담양군과 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전남 담양군 수북면 두정리 한 전원택지단지에서 발생한 옹벽 붕괴 사고를 놓고 수개월째 책임공방이 이어지면서 주민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이곳은 지난 2018년 전원마을 조성을 위해 3필지 부지에 단독 주택 공사가 진행됐다. 사유지에 진입도로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옹벽과 축대 조성 공사도 함께 진행됐다. 언덕 위에 있는 기존 주택과의 안전사고 방지를 위한 조치에서다.
문제는 기존 3필지 주택이 완공된 후 또 다른 입주자가 별도의 단독 주택 공사를 진행하면서 시작됐다. 진입도로를 내는 과정에서 7m 높이의 옹벽공사를 재차 진행했는데 이게 무너진 것이다. 대형 옹벽 붕괴로 인근 주택들의 피해는 컸다. 토사와 바위, 자갈들이 마당과 도로에 쏟아내리며 화물트럭을 덮쳤고 진입도로가 막혔다. 특히 전신주가 지붕을 덮치면서 감전사 등 대형 참사 우려도 낳았다.
지난해 7월 전남 담양군 수북면 전원마을에 대형 옹벽이 무너지면서 아찔한 상황이 연출됐다. 하지만 이곳은 주민 간 책임소재 공방과 설계도면 등 정보공개 청구가 수차례 기각되면서 방치돼 있는 만큼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서인주 기자. |
▶누구의 잘못인가=하지만 책임소재를 놓고 주민 간 이해관계는 엇갈렸다. 수차례 내용증명이 오가는 등 ‘네 탓 내 탓’ 공방이 이어지면서 감정싸움으로 번진 것이다.
피해주민 A씨는 “처음에는 원만한 해결을 위해 대화로 풀려고 했고 이해당사자 간 합의서도 마련됐지만 3자가 개입하면서 일이 복잡하게 꼬였다” 면서 “지금도 집 앞에는 무너진 옹벽과 토사들이 방치돼 있는데 비가 올 때마다 걱정이 앞선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또 다른 주민 B씨는 내용증명을 통해 “2020년에도 석축이 붕괴돼 응급복구 조치를 한 적이 있는데 이게 잘못돼 지난해 더 큰 피해가 있었다” 며 “진입로가 막혀 집에 가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 등 오히려 더 큰 불편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석연치 않은 정보공개 ‘기각’=사건의 열쇠는 담양군이 쥐고 있다. 당시 1·2차 옹벽 시공 인허가를 내준 곳이 담양군이기 때문이다. 주민 간 갈등이 극에 달하는 만큼 개발행위허가서, 옹벽전개도, 내역서, 보강토, 구조계산서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면 원인을 규명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인허가 기준 및 적정성 여부와 시공업체 부실 시공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담양군은 수차례에 걸친 주민들의 정보공개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군은 “시공의 창의적인 고안과 노하우 등이 공개될 경우 설계시공자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고 재산상 피해가 우려된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를 두고 주민들은 반발하고 있다.
건축설계전문가 C씨는 “단순한 옹벽설계도면이 경영과 영업에 무슨 관계가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했는지 의심스러운 대목” 이라며 “이대로라면 2차 사고 우려가 큰데 담양군이 주민 안전과 생명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담양군 도시디자인과 관계자는 “행정에서는 중립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어려운 점이 있다” 며 “전남도 행정심판에서도 정보공개 기각 처분이 나왔지만 관심을 가지고 해결방안을 모색해보겠다”고 답변했다.
옹벽 붕괴 현장이 수개월째 방치되면서 또 다른 붕괴 사고가 우려되고 있다. 기존 주택은 지반 약화 등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