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교 선근공원 주먹 조형물. |
[헤럴드경제(보성)=박대성 기자] '벌교에서 주먹자랑 하지 마라'는 말은 소설 태백산맥에도 나오는 말이다.
'삼향(의향,예향,다향)의 고장'으로 불리는 전라남도 보성군이 벌교읍에 '의(義)'를 주제로 한 공원을 조성해 삼일절(3.1) 개방키로 했다.
보성군(군수 김철우)에 따르면 재해위험지구 개선 사업으로 발생된 자투리 유휴공간을 활용해 벌교읍의 관문인 선근지구에 ‘의’를 테마로 한 4000㎡ 규모의 도시림이 조성됐다.
의병 활동과 독립운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던 의향의 도시라는 지역 특색에 맞게 독립운동에 앞장선 홍암 나철 선생, 채동선 선생, 안규홍 의병장의 일대기를 조형 벽화로 만들어 벌교의 의로움을 바로 알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특히, '벌교 가서 주먹 자랑 하지 말라'는 말은 일제강점기 일본 순사(경찰)가 벌교장에서 아낙을 희롱하는 것을 보고 안규홍 의병장이 일본 순사를 한 주먹으로 때려눕힌 사건에서 시작했다.
이후 일제에 항거해 치열하게 독립운동을 펼쳤던 보성 사람들의 용기와 패기에 붙여진 일본의 두려움이 ‘벌교 가서 주먹 자랑 하지 말라’는 표현으로 굳혀졌다고 보성군은 설명했다.
보성군은 이를 널리 알리기 위해 담살이(머슴) 의병장 안규홍 동상과 황금 주먹 조형물이 설치했으며, 안규홍 포토존, 주먹 의자, 의향 의자 등 ‘의(義)’와 관련된 미술작품 12종 34점을 전시했다.
벌교선근공원의 시작은 코로나19로 어려워진 지역 예술 작가들을 지원하는 ‘2020년 정부지원 사업인 공공미술 프로젝트 사업’을 진행하면서 사업지를 선정하던 중 보성군은 태백산맥 문학거리와 선근지구를 연결하는 관광객 동선에 벌교를 알릴 수 있는 예술 공간을 조성하기로 결정했다.
군 관계자는 "벌교선근공원은 벌교를 상징하는 제석산 수석, 소나무를 비롯한 다양한 수목과 야생화, 산책로도 갖췄고 야간 경관조명 설치로 벌교읍으로 진입하는 초입에 있는 선근공원이 밝은 벌교의 첫 인상을 만들고 야간에도 산책하기에 좋다"고 말했다.
'태백산맥'에는 '벌교가서 주먹자랑 말라', '여수가서 돈 자랑 말라', '순천 가서 인물 자랑 말라'고 묘사하고 있다.
철도가 있어 크게 번성했던 벌교지역은 본래는 낙안군(樂安郡)에 속해 있었으나, 일제에 의해 분리돼 낙안·외서·별량면은 순천시로, 벌교와 동강면(고흥) 일대는 보성군에 편입됐으나 생활권은 많이 다르다. 보성읍 일대는 녹차산업이, 벌교읍 일대는 꼬막 등 수산업이 발달돼 있다.
보성군 인구 4만여명 가운데 벌교읍 인구가 올 1월말 기준 1만1455명으로 군에서 가장 많고 이어서 군청 소재지인 보성읍 8835명, 득량면 3948명 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