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농협이 2017년 매입한 해룡면 신대지구 준공업지역 전경. /박대성 기자. |
[헤럴드경제(순천)=박대성 기자] 전남 순천농업협동조합(조합장 강성채)이 마트(파머스마켓)가 들어설 수 없는 '준공업지역' 땅을 무리하게 사들인 배경에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순천농협은 지난 2017년 2월 '업무용 부동산 취득안'에 대한 이사회 의결을 거쳐 3월에 신대지구 영화관 인근 '준공업지역' 내 산업유통시설용지 1만3181㎡(3987평)를 107억3600만원에 매입했다.
신대 준공업지역 지구단위계획에 의한 산업유통시설용지의 허용가능 업종은 아파트형 공장이나 물류터미널, 물류창고업, 주유소, 자동차 매매업소 등 자동차 관련 시설만으로 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협 측은 준공업지역 내 산업유통시설용지를 매입하면서 허가권자인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에는 조합원을 위한 농수산물 도·소매 유통시설인 마트 입점을 위한 용도변경을 수차례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농협 측은 땅 매입 이후 '준공업지역'을 '준주거지역'으로의 상향해 주거나, 산업유통시설 허용가능 업종에 '판매시설(대형마트)'을 추가 삽입해 줄 것을 광양만권경제청은 물론 전남도와 순천시에도 건의했다.
농협이 밝힌 2021년도에 밝힌 경영 공시자료에 의하면, 파머스마켓 조례동 본점과 읍·면 지역 마트를 합한 매출액이 연간 800억원을 돌파했고, 매년 10~20억원 가량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는 '알짜' 경제사업이다.
해당 부지는 전남도청 2청사 격인 동부청사가 들어서고 교통이 편리해 신대지구 1만1000여세대와 올해 착공 예정인 선월지구 5400세대를 합하면 1만6000여세대가 들어서는 황금상권이라는 점에서 용도변경 특혜시 막대한 자산가치 상승이 예상된다.
농협 측은 지구단위계획 변경이 여의치 않자 이번에는 신대지구 아파트 단지를 상대로 농산물 판매시설과 문화센터, 영농자재센터, 농협점포(금융) 등이 망라된 복합판매시설의 필요성을 묻는 2만명 이상의 신대 주민 찬성 서명부를 받아 놓은 상태다.
대형마트가 없어 불편을 호소하는 신대 주민들의 여론에 편승한 우회로를 택한 것으로, 주민 서명을 받아 광양만권경제청에 용도변경을 건의하려는 복안으로 해석되고 있다.
농협 측은 이 부지를 '물류시설의 개발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2조에 '협동조합기본법에 조합 또는 그 중앙회가 설치하는 구매사업 또는 판매사업 관련 시설은 설치할 수 있다'는 근거에 의해 매입했다는 설명이다.
순천농협 관계자는 “물류시설법 제2조에 구매·판매사업이 가능하다는 조항이 있고, 농협은 주식회사가 아닌 비영리법인 조합으로 1만8000명 조합원을 위한 마트와 문화센터, 영농자재센터 등이 필요해 내부적으로 의사결정해 매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농협이 집요하게 요청한 용도변경이 불발될 경우 현행법에 근거해 농협 영농자재센터나 물류창고, 주유소 등으로의 활용은 가능하다.
하지만, 농협 측은 대형마트나 농협은행 입점이 허용되지 않을 경우 활용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어 부동산 경기 활황기에 전격 매각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 경우 업무용부동산 취득을 명분으로 한 땅투기 논란이 제기되고,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불요불급한 예산이 아님에도 신대지구 땅 매입을 강행한 농협 지도부에도 책임론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3.3㎡(평)당 269만원에 사들인 땅값이 '준주거지역'으로 용도가 바뀌면 평당 700~800만원대로 올라 불과 5년만에 3~4배의 시세 차익이 예상된다.
허가권자인 광양만권경제청은 농협부지 용도를 변경해 줄 경우 연쇄적으로 사업자의 용도변경 요구에 따라 휘둘릴 수 있다며 부정적이다.
광양만권경제청 담당 부서 관계자는 “물류시설법과 달리 이 곳은 '경제자유구역의 지정에 관한 특별법'에 준공업지역 내 산업유통용지로 지정돼 있어 아파트형 공장이나 자동차 관련업 외에는 들어설 수 없다”며 “농협 부지 옆에 수입차 정비업소는 신차판매를 할 수 있도록 용도변경을 건의해 왔지만 불허하고 있는 마당에 형평성에 문제가 있어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