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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학폭사건 사필귀정(事必歸正)
취재기자가 명예훼손 무혐의 받은 날
왜곡된 자식사랑, 결국 댓가 치룬다
서인주기자

[헤럴드경제(광주)=서인주 기자] ‘혐의없음’. ‘무혐의’

지난 9월. 명예훼손으로 고소되어 무겁게 짓누르는 억압감에서 해소된 건 등기우편 하나에서다.

광주의 한 경찰서에서 날아온 20g 남짓 우편물 한통이 심장을 쫄깃하게 만든 건 이번이 처음이다. 마치 법원의 빨간딱지와도 비슷한 위력감이 느껴진다.

숨죽여 봉인을 해제했다.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가슴은 조마조마.

그동안 마음을 심란하게 괴롭히던 송사의 최종 결과물을 개봉하자 지난 반년간의 심리적 억압과 성가심이 비로소 해소됐다.

‘법정다툼’. ‘형사소송’. 소송은 ‘거는자·받는자’ 모두의 마음을 피폐하게 한다. 때에 따라서는 인생을 망칠수 있다. 그래서 대화로 잘 푸는 것이 중요하다.

십수년 기자생활을 하면서 명예훼손으로 소송이 걸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처음에는 호기롭게 소리쳤지만 시간이 지나고 혼자 있을때면 경찰조사에 대한 부담감이 산처럼 다가왔다. 기자도 기계가 아닌 사람이라 그런다.

그래도 무너질 수가 없었다. 이번 소송은 8대1 학교폭력 피해를 입은 중2 여중생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시작했기 때문이다.

가해학생들은 00아빠, 부자아빠를 내세우며 어린 여학생에게 위압을 가했다. 지속적인 금전착취 등 전형적인 학폭사건 폐해가 드러나는 정황도 다소 파악됐다.

하지만 수사 초기 경찰은 쌍방폭행으로 단순처리하는 분위기였고 핵심 증거물인 휴대폰 압수수색도 생략하면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교육청 학폭위 사건이 자칫 경찰에서 뒤집힐 판이었다. 검찰에서 수사권을 독립한 경찰이 ‘봐주기 수사’를 한다는 합리적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비슷한 또래의 딸을 키우는 아빠 입장에서 울화와 분통이 터졌다.

‘약자를 돕는다’는 각오로 취재에 나섰다. 지난 여름. 폭행이 발생한 현장을 찾아 한참을 생각했다. 온몸이 땀으로 젖었는데 당시 피해학생이 느낄 공포와 두려움을 생각하니 이상하게 한기가 돌았다.

한줄 한줄. 기사에 공력을 집중했다. 한줄 한줄. 보고 또 보고 읽고 또 읽었다.

관련기사는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 메인뉴스에 게재됐다. 방송, 신문 등 타매체 후속보도로 이어지면서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경찰도 자체감사와 이의신청을 받아들여 재수사에 나섰다. 결국 가해학생은 다수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이 과정에서 기자는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했다. 고소인은 재력가로 알려진 가해자측이다. 기사를 ‘더이상 쓰지말라’는 강력한 메시지자 압박카드다.

마음이 심란했다. 크게보면 학교폭력 당사자는 모두가 피해자다.

판단력이 성숙하지 못한 아이들은 어릴 적 누구나 실수와 잘못을 한다. 문제는 잘못을 잘못으로 알지 못하는데 있다. 돈이나 배경을 이용해 한두번은 막을 수 있겠지만 나중에는 큰 걸 잃을 수 있다. 아이를 사랑한다는 마음이 넘치면 정말 사랑하는 아이를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 왜곡된 사랑이 이기심으로 둔갑하는 건 한 순간이다.

헤럴드는 법무팀을 가동해 법률대응에 나섰다. 형사사건 전담 변호사를 선임, 정면대응에 나선 것이다.

불현 듯. 부메랑이 떠오른다. 이 녀석은 던지면 다시 돌아온다.

비슷한 표현으로는 사필귀정(事必歸正)도 있다. 모든 일은 반드시 바른길로 돌아가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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