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자재 의혹·324건 민원에 과태료 14건 2260만원
광주 화정아이파크붕괴현장 |
[헤럴드경제(광주)=황성철 기자] 광주 화정아이파크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는 전형적인 후진국형 인재라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붕괴 사고가 난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아파트에는 건물을 지탱해주는 보와 내부 옹벽이 거의 없는 무량판 구조다. 건축물의 뼈대를 기둥과 슬래부로 구성하는 공법이 쓰였다.
이준상 민주노총 건설노조 광주전남본부는 “이 공법은 하중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고 건물에 굉장히 무리를 주는 방식이다”며 “짓고 있는 건물에 타워 크레인과 초고층 콘크리트 공급 배관, 인력·자재 운반용 승강 장비(호이스트) 등을 연결·지탱하는 공법을 썼다.”고 밝혔다. 이어 “크레인으로 자재를 올릴 때와 콘크리트를 고층으로 쏘아 올리는 고압 공급 배관을 사용할 때마다 발생할 수 있는 추가 하중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콘크리트 타설(打設) 작업 일지에는 ‘35층은 7일 만에, 36층은 불과 6일 만에 타설 공정을 마쳤다’고 기록됐다. 작업일지에는 지난달 3일 35층에 콘크리트를 타설했다고 적혀 있고, 36층을 올린 것은 지난달 10일로 기록돼 있다. 7일 만에 타설이 이뤄진 셈이다. 37층을 쌓은 것은 6일이 지난 16일에 마무리된 것으로 적혀있다. 전문가들은 겨울에 콘크리트 내강을 확보하기위해서는 20일 이상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생선가시 처럼 드러난 철근 |
건축물의 살과도 같은 콘크리트가 부실 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최명기 동신대 교수는 “콘크리트 강도가 가장 큰 문제로 보인다”며 “무너진 층을 보면 벽체에 들어간 철근이 생선가시처럼 드러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접착제 역할을 해줘야 될 콘크리트가 철근을 잡아주지 못해 흘러내리듯 삐져나와 강도가 충분치 않아 그대로 분리됐다”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보도자료를 통해 “보통 외벽 붕괴 사고가 발생하면 철근에 콘크리트 덩어리가 매달려 있는데 이번엔 외벽과 슬래브 바닥이 완전히 분리돼있다”며 부실자재 의혹을 주장했다.
그동안 사고현장에 대한 민원이 꾸준히 제기됐다. 광주서구의회의 행정사무감사에서 증거 사진등이 제시됐고 주민들이 직접 증언했지만 제대로 된 조치는 없었다. 실제로 현대사업개발이 공사를 시작한 이후 서구청에는 공사와 관련해 324건의 민원이 들어왔다. 하지만 서구청은 27건을 접수해 실제로 14건에 226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을 뿐이다.
공사 현장 주변에서 콘크리트 파편과 건설 자재가 떨어질 때마다 보관해 증거로 남겨두고 민원을 제기했지만 행정관청과 감리단은 형식적으로 대응했다. 주민들이 현장사무소에 민원을 제기할 때마다 ‘공사 현장 낙하물로 특정할 수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서구청은 소극적으로 대처했고, 안전 관리와 감독 책임이 있는 감리단은 이렇다 할 후속 조치를 하지 않았다.
시공회사도 감리단도 감독관청도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작업중인 건물 23층에서 38층 사이가 무너져 1명이 숨지고 5명은 생사조차 확인할 수 없다.
대책본부가 현장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