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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근처 학동 참사가 엊그제였는데” 시민들 안전불감증에 분노
광주아파트 공사 붕괴 현장 가보니
SNS 통해 사고사진·영상 공유
“진동·굉음…지진난 줄 알았다”
추가붕괴 우려 주민들 대피령
11일 오후 4시께 광주 서구 화정동에서 신축 공사 중인 고층아파트의 외벽이 무너져내렸다. [연합]

11일 광주 한복판 광천터미널 인근 현대산업개발 신축 주상복합아파트 붕괴 현장은 전쟁터와 다를 바 없었다. 폭탄이 터진 듯 굉음과 정전으로 일대는 쑥대밭이 됐다. 인근 사무실 컴퓨터는 먹통이 됐고 신호등마저 멈춰서면서 도로는 주차장으로 변했다.

붕괴 사고가 발생하자 광주 시민들은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에 사고 사진과 영상을 공유하며 걱정과 불안에 떨었다. 불과 7개월 전 ‘학동 건물 참사’ 악몽이 채 가시기 전 비슷한 사고가 또다시 터졌기 때문이다. 실제 다수의 제보자가 헤럴드경제에 관련 사진과 영상을 제보하는 등 취재를 독려하기도 했다.

기자가 현장을 방문했을 때 소방구조인력과 경찰, 광주시 등 담당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경찰통제선 안 현장은 참혹했다. 수백명의 근로자들은 대피했고 어수선한 모습이 곳곳에서 감지됐다. 외국인 작업자들의 ‘중국어’도 쉽게 들을 수 있었다.

인근 주민과 상인들은 충격과 공포를 호소했다. 문구점을 운영하는 김기홍 사장은 “지진이 난 줄 알았다. 땅이 흔들리는 진동과 함께 건물이 무너지는 굉음에 놀라 뛰쳐나왔다”며 “콘크리트 파편이 가게까지 날아들었는데 시공사가 학동 때와 같은 회사라는 소식을 듣고 분노가 치밀었다”고 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추가 붕괴 우려로 인근 주민 500여명에 대피령을 내렸다. 구조 장비 45대와 인력 200여명을 투입했지만 추가 붕괴 우려 때문에 신중한 상황이다. 사고 당시 201동 39층 옥상에서는 콘크리트 타설 작업이 진행됐다. 실종된 근로자 6명은 28~31층에서 창호공사와 설비공사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휴대전화 위치를 확인한 결과, 붕괴 현장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12일 오전 10시까지 연락이 두절된 상황이다. 사고 직후 소방당국은 붕괴 현장 콘테이너에서 근로자 2명을 구조했고, 다른 근로자 3명은 자력으로 대피했다. 광주경찰 한 관계자는 “붕괴부분은 201동 23층에서 34층 사이 구간인데 건물 외벽 자체가 떨어져 나가는 식으로 붕괴됐다”고 설명했다.

실종자 가족은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60대 남편이 실종된 아내는 친척과 함께 현장을 찾아 “남편이 이곳에서 수개월간 실리콘 작업을 했다”며 “어떡해야 하느냐”며 눈물을 지었다. 또 다른 실종자 가족은 “분명히 살아있을 것이다. 반드시 구해달라”며 수색 담당자들에게 꼼꼼히 살펴봐달라고 울먹였다.

수사당국은 “구체적인 피해 상황은 아직 불분명한 상황”이라며 “추가피해 방지와 구조인력 안전을 최우선으로 대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광주시와 소방당국은 사고 2일째 아침이 밝아오자 분주히 움직였다. 드론을 활용해 현장 안전진단에 들어가는 한편 인력을 투입해 실종자 수색 재개했다. 그러나 현장은 타워크레인 붕괴와 외벽 잔재물 낙하 가능성이 남아 있어 수색에 난항을 겪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시민의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이번 사고 현장의 원청 시공사는 현대산업개발인데 지난해 6월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 철거작업 붕괴 사고 때도 시공사였다. 당시 사고는 하도급 업체의 철거 과정에서 발생했다. 검찰은 시공사 관계자들도 부실 철거와 공사 계약 비리에 관여했다고 보고 함께 기소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이 안전보다는 공기 단축, 비용 절감에만 몰두하다보니 결국 터질게 터진 것” 이라며 “학동 붕괴 사건에 대한 반성과 재발 대책이 제대로 이뤄졌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광주=서인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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