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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만취해 경찰 폭행한 초임 검사, 1심 선고 직전 ‘기습공탁’
음주 상태서 경찰 폭행·모욕한 현직 초임 검사
지난 5일, 서울남부지법 공탁소에 형사공탁
변호인 “합의 위해 노력…기습공탁 동의 못해”
피공탁자는 폭행 피해 입은 경찰관 2명
법원, 공탁 걸면 ‘감형’ 이유로 해석
‘기습공탁’ 방지법 효력은 내년 1월부터
서울남부지법 [연합]

[헤럴드경제=이용경 기자] 술에 취해 경찰관을 폭행하고 모욕한 혐의로 기소된 현직 검사가 선고 일주일을 앞두고 법원에 공탁금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탁금을 법원에 내면 통상 법원은 이를 ‘감형’ 사유로 해석한다. 법을 잘 아는 현직 검사가 본인의 형량을 줄이기 위해 선고 전 공탁금을 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공무집행방해, 모욕 등 혐의로 기소된 수원지검 소속 A(29) 검사는 1심 선고를 일주일여 앞둔 지난 5일 법원에 이른바 ‘기습공탁’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형사공탁은 공탁법 제5조의2에 따라 형사 사건 피고인이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는 경우 그 피해자를 위해서 합의금 등을 법원에 맡기는 제도를 말한다.

선고 직전 피해자의 동의 없는 공탁으로 피고인이 형 감면을 받거나, 피해자가 형사공탁에 대한 이의 의견을 낼 수 없도록 피고인이 변론 종결 이후 일정액을 공탁하는 기습공탁 등의 문제는 줄곧 논란이 돼 왔다.

국회는 형사 사건 가해자가 처벌 수위를 낮추려 선고 직전 공탁금을 내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 9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해당 개정안은 기습공탁 방지를 위해 선고 임박 시점에 피고인이 공탁을 할 경우 법원이 의무적으로 피해자의 의견을 듣도록 하는 안(제294조의5)이 담겼다. 하지만 신설 규정은 내년 1월 17일부터 시행된다. 이번 사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A검사의 변호인은 12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공탁액수를 밝히기 어렵다”면서 “법원의 공탁 업무 처리 절차에서 시간이 소요돼 다소 늦어지게 됐을 뿐, 결코 부당하게 피해자의 의사를 배제하고 감형만을 위해 기습적으로 공탁을 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피고인은 경찰 조사 단계에서부터 수차례 피해자들과 연락을 시도했고 직접 작성한 자필 사과 편지를 전달하려고 변호인이 피해자들을 찾아가는 등 용서받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고 했다.

변호인은 또한 “10여 차례에 달하는 합의 시도에도 피해자들이 거절 의사를 밝혔고, 결국 최후의 수단으로 형사공탁을 진행해 추후에라도 위로금을 수령할 수 있도록 조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습공탁 등의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 공탁을 하면서 피해자의 수령 여부와 무관하게 공탁금을 회수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며 “기습공탁이라는 지적에 동의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공무집행방해 피해를 입은 경찰이 개인으로서 합의를 하거나 공탁금을 수령하는 경우는 현재 드문 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경찰청 청문감사실 소속 관계자는 “지난 2020년 공무집행방해와 관련해 경찰 개인이 합의를 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해 협의 공문 형태로 대응 방안이 나왔었다”며 “피의자 측의 합의 요청이 있을 경우 관서장에게 알린 뒤 심의회를 열어 합의 여부를 가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경찰을 폭행한 사건은 국익이 침해된 사건”이라며 “이 때문에 경찰 개인이 결정해 합의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공식 계통을 밟아 합의 여부를 확정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법조윤리 전문가인 정형근 법무법인 한미 변호사는 이번 사안에 대해 “‘기습공탁’이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서 사실상 합의를 강제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러한 공탁이 관행화 되면서부터 문제가 돼 왔다”며 “형사공탁이든 기습공탁이든 용어는 크게 중요하지 않지만, 재판부에서 ‘피고인이 용서받지 못한 상황에서 하는 공탁’과 ‘피해자에게 용서받은 상황에서 일정한 합의금을 주고받은 것’과는 분명하게 구별해 양형 참작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A검사는 수원지검 공판부 소속 초임 검사로, 지난 4월 새벽께 서울 영등포구 한 대로에서 술에 취해 누워 있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을 주먹으로 때리고 모욕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A검사는 파출소에 연행된 이후에도 경찰관에게 저항하며 물리력을 행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지난 5월 공무집행방해와 모욕 혐의를 각각 적용해 A검사를 검찰에 불구속 송치하고 검찰은 7월 A검사를 불구속 기소했다.

A검사는 지난달 16일 서울남부지법 형사4단독 장민석 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혐의를 인정했다.

A검사의 변호인은 “피고인은 이번 사건 이후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뉘우치며 깊은 후회와 반성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며 “모든 혐의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술에 취해 사리분별 없는 상태로 당시 상황을 기억하지 못하는 점, 본능적으로 몸부림을 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공무집행을 방해한 점 등을 참작해 달라”고 말했다.

A검사도 최후 진술에서 “피해 경찰관들께 너무 죄송하다는 말씀드리고 싶고 사죄드린다”며 “대한민국 안전을 지키기 위한 경찰분들의 노고를 알면서도 제 잘못으로 인해 경찰관의 자부심을 모독하게 돼 죄송하다는 말씀드린다”고 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형사처벌 전력이 없고 범행을 반성하고 있지만, 고위 공직자로서 일반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고 현장에서 애쓰는 경찰들에게 유형력을 행사한 점에서 준엄한 법의 심판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A검사에게 징역 10개월을 구형했다.

A검사에 대한 1심 선고는 오는 13일 오후 2시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다.

y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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