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속 강남대로 질주한 버스기사 이중호 씨.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영상 캡처] |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비오는 밤 왕복 10차선 도로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려던 장애인이 위기에 놓였다. 도로를 절반도 채 건너지 못한 상황에 파란불이 깜빡였다. 이때 한 남성이 버스 운전석 문을 열고 도로를 내달렸다. 쏜살같이 달려온 이 남성은 휠체어를 인도로 밀어준 뒤 사라졌다.
추석 연휴 첫날이었던 지난 13일 비 내리는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 늦은 밤 굵은 빗줄기 속에 횡단보도를 건너던 장애인이 휠체어를 느릿느릿 움직이자, 그를 돕기 위해 빗속을 뚫고 달려온 한 남성이 화제다.
주인공은 버스 운전 10년 경력의 이중호 기사다. 당시 버스 운행 중 이 광경을 목격한 뒤, 승객들에게 양해를 구한 뒤 차에서 내렸다. 쏟아지는 빗줄기 속에 휠체어 시민과 함께 횡단보도를 내달린 구는 지체없이 다시 버스에 올라타 사라졌다. 5초 만에 벌어진 일이다.
잊혀질 뻔한 짧은 순간은 ‘어린이, 세 번째 사람’ 등을 쓴 김지은 아동문학평론가가 마침 이 장면을 목격했다며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김씨는 “폭우 속 휠체어를 탄 분이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반도 못 건넌 상황에서 점멸이 시작됐다”며 “(이때) 정차 중이던 버스 기사님이 (버스에서) 튀어나와 휠체어를 안전지대까지 밀어드리더니 흠뻑 젖은 채 버스로 복귀하셨다. 번개맨 같았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휠체어와 하트 이모티콘과 함께 “470번 1371호 감사하다”고 했다. 김씨가 올린 글은 약 50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6500회 이상 공유됐다.
이중호 씨는 “당시에는 ‘사람이 먼저’라는 생각뿐이었다”며 “같은 일이 일어나도 똑같이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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