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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내수 부진에 빛 바랜 8월 역대 최고 수출

8월 수출이 579억 달러로 동월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왔다. 지난달 조업 일수가 23.5일로 전년 동월(24일)보다 0.5일 적었음에도 11.4%증가했다. 11개월 플러스 흐름으로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의 수출 증가율(9.1%)은 글로벌 상위 10대 수출국 중 가장 높다. 수출이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점은 다행이나 온기가 내수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어 아쉽다.

수출을 견인한 건 역시 반도체다. 전년 동월 대비 38.8% 급증한 119억달러를 기록했는데 역대 8월 중 최대 실적이다. 계절적 요인과 고대역폭메모리(HBM) DDR5 등 서버용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이어진 결과다. 하반기 전망도 좋아 현 추세대로 가면 올해 사상 첫 1300억달러를 돌파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컴퓨터(183.2%), 무선통신기기(50.4%) 등 IT 품목의 수출이 크게 늘고, 선박(80%), 석유제품(1.4%), 석유화학제품(6.9%)등 수출 주력 품목들이 넉넉히 제몫을 해줬다. 바이오헬스 수출이 역대 8월 중 최대 실적(39.0%)을 기록한 것도 반길 일이다. 다만 자동차는 한국 GM 임단협 협상, 생산라인 현대화 작업 등에 따라 지난해보다 4.3% 감소했다. 전반적으로 수출 전선이 활기를 띠고 있는 모습이다.

문제는 수출 훈풍이 내수로 퍼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실질소비 동향을 엿볼 수 있는 소매판매액지수는 지난 7월 101.9로 작년 같은 달보다 2.3% 감소했다. 16개월째 감소세로 통계 작성 이후 역대 가장 긴 기간이다. 고금리·고물가에 가계살림이 팍팍해진 탓이다. 실제 가계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흑자액인 흑자율이 지난 2분기까지 8개 분기 연속 하락세다. 소득에서 이자·소비지출을 뺀 값이 감소하고 있다는 것은 여윳돈이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도 지난 7월 98.4로 전달보다 0.6포인트 하락했다. 100보다 밑이면 경기가 추세에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다. 내수 침체가 수출 활기마저 무색하게 만들고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경기 회복이 부문별로 차이가 날 뿐이라며 낙관적이지만 체감과 거리가 있다. 가능한 정책 수단을 동원해 내수살리기에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소비 쿠폰·할인 등 파격적인 소비 촉진과 함께 근본적으로는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지도록 규제를 풀고 신사업을 지원해야 한다. 20~40대 소비가 큰 폭으로 준 것도 일자리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당장의 효과적인 수단은 물론 산업 구조 변화에 따른 내수 산업의 혁신·다각화 등이 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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