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높이 낮추고 공사비 조정 검토
부산 일대 아파트의 모습.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연합] |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압구정이나 용산처럼 사업성이 무척 뛰어난 곳이 아니면 경쟁입찰은 불가능하다고 봅니다.”(한 재개발 사업장 조합원)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며 일부 주요 지역 사업장서는 수주전 열기가 감지되지만, 대부분 사업장은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는 분위기다. 이러다 보니 시공사가 한 곳도 나타나지 않아 사업이 지연되는 것만큼은 피하자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관악구 미성동 건영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내달 건축심의를 목표하고 있는데, 절차가 완료되면 시공자 선정 준비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 조합원 사이에선 입찰 공고에 평당 공사비 예정가격을 올려서라도 1군 시공사가 관심을 갖게 하자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인건·자재비 폭등에 건설사들 사이에선 낮은 공사비를 제시하는 사업장에 대한 기피 현상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유찰이 반복되면 공사비 인상에 따른 이익 감소분보다도 사업 지연으로 인한 손해가 클 수 있단 시각도 상당하다.
실제로 최근엔 주요 시공사들이 관심을 보인 신길2구역 재개발 사업의 입찰에 시공사들이 응찰하지 않으며 충격을 안겼다. 해당 사업지는 영등포 중심가와 여의도에 인접한 역세권으로 당초 치열한 경쟁 입찰이 기대된 곳이다. 앞서 조합 측은 3.3㎡당(평당) 공사비 750만원, 총공사비 약 1조700억원을 제시했는데 재입찰을 준비하며 공사비를 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송파구 마천3구역 재개발 사업도 시공사 입찰을 앞두고 긴장감을 놓지 않고 있다. 지난 29일 진행된 현장설명회에 건설사가 8곳이나 찾았지만 결과는 예단할 수 없단 것이다. 이러다 보니 업계에선 안전사고로 이미지가 악화해, 타 사업장에선 계약 해지를 겪었던 건설사라도 가려받을 처지가 아니란 목소리까지 나온다. 서울 한 재개발 조합원은 “이미 시공사를 선정한 조합에서 공사비 분쟁이 불거졌을 때도, 대체 시공사를 구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해 강경하게 나가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반면 용산구 남영동 업무지구 2구역 재개발의 경우, 뛰어난 사업성에 대형 건설사 간 2파전 양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곳은 수주전 열기가 치열해 불법 홍보 논란까지 드러나며, 한 시공사의 입찰이 제한돼 재입찰을 준비하는 단계다. 다만 이 같은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게 대다수 조합의 목소리다.
실제로 올해 들어 시공사 선정에 나선 대다수 정비 사업장은 유찰 혹은 단독 입찰 결과를 받아들었다. 신길2 재개발을 비롯해 가재울7구역 재개발 등은 무응찰로 유찰됐고, 자양7구역 재건축, 사당5구역 재건축, 길음5재정비촉진구역 재개발, 방화3구역 재건축, 미아9-2구역 재건축 등의 입찰은 각 건설사 혹은 컨소시엄(공동도급)이 단독 참여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요즘 분위기에서 현장설명회 참석은 큰 의미가 없고 조합 측 요청에 따른 자리 채우기가 대부분”이라며 “다만 무조건 상급지, 주요지역만 고수하는 게 아니라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도 공사비나 사업 규모 등을 감안해 하이엔드가 아닌 기본 브랜드 적용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브랜드 관리 차원에서 입지를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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