퍽 역할은 리앙 시후아이·이승용 선발
[서울시발레단 제공] |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컨템포러리의 매력 중 하나가 스스로를 표현할 수 있는 거예요.” (슬로바키아 발레단 수석 무용수 이승용)
더 자유롭게 날아오른다. 국내 첫 컨템퍼러리 공공 발레단인 서울시발레단이 틀에 갇힌 고전의 세계를 넘어 동시대 춤을 가지고 왔다.
서울시발레단의 창단 공연 ‘한여름밤의 꿈’ 총연출을 맡은 세계적인 안무가 주재만은 2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한국에서 무용은 발레, 한국무용, 현대무용으로 너무 구분돼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컨템퍼러리 발레단이 창단된 것 자체가 너무나 기쁘다”고 말했다.
서울시발레단이 창단하며 국내 발레계는 국립발레단과 민간 발레단인 유니버설과 함께 세 축을 이루게 됐다. 두 단체가 고전과 컨템포러리를 아우른다면, 서울시발레단은 컨템포러리에만 집중한다.
주 연출은 “서울시발레단이 한국에서 컨템퍼러리 발레의 미래를 열어줬다”며 “한국의 젊은 무용수들에게 제가 아는 걸 조금이라도 더 가르쳐주고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뉴욕 컴플렉션즈 컨템퍼러리 발레단 전임 안무가인 주재만은 지난 30년 간 미국에서 활동하며 독창적인 동시대 춤을 선보여왔다. 주재만이 연출을 맡아 다음 달 24~25일 선보일 서울시발레단의 공식 창단 작품 ‘한여름 밤의 꿈’은 셰익스피어의 동명 희극을 재해석한 창작 발레다. 주 연출은 이 작품을 요정 ‘퍽’의 시선으로 그려낸다.
그는 “젊은 시절 사랑을 잃고 또 찾으면서 성장했던 경험이 바탕이 됐다”며 “사랑은 인간에게 가장 중요하고 모두가 늘 생각하는 것이기에 공연의 좋은 주제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서울시발레단 제공] |
주인공 퍽 역할엔 대만 출신 무용수 리앙 시후아이와 슬로바키아국립발레단 솔리스트 이승용이 더블 캐스팅됐다.
한국에서 17년째 활동 중인 리앙 시후아이는 유니버설발레단 솔리스트에서 프리랜서 무용수로 전향했다. 그는 “더 많은 걸 하고 싶어 프리랜서 무용수가 됐다”며 “서울시발레단과 함께 공연할 수 있는 것 자체가 한여름 밤의 꿈 같은 일이다 .방황과 고민을 거듭하며 기회를 찾던 와중에 합류하게 돼 꿈 같다”며 웃었다.
2017년 슬로바키아국립발레단에 입단, 현재 종신 솔리스트로 활동 중인 이승용은 8년 만에 고국 무대에 선다. 그는 “한국 무대에서 다시 춤출 수 있어서 너무 설레고 긴장된다”면서도 “단지 발레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종합예술을 보여줄 기회라 감사하다. 감정과 제가 겪어온 삶 등 모든 것들을 무대에서 풀어낼 수 있고 안무가께서 그 감정 끌어주셔서 많이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한여름밤의 꿈’은 클래식 발레와 현대무용을 결합한 안무가 스토리에 촘촘히 녹아든다. 음악은 로베르트 슈만의 가곡과 피아노곡을 중심으로 구성했다. 주 연출은 선곡을 위해 1000곡이 넘는 음악을 들었고, 두 사람을 포함한 30여명의 무용수를 선발해 7주째 창단 공연 연습을 하고 있다.
서울시발레단은 독특한 방식으로 운영된다. 기존의 예술감독 체제와 단원제가 아닌 해마다 시즌 무용수를 뽑고 작품을 함께 할 프로젝트 무용수 시스템을 통해 무대를 꾸민다. 이번 작품에도 시즌 무용수로 선발돼 서울시발레단의 1년을 책임질 5명의 무용수와 국내외에서 활동 중인 무용수를 선발했다.
서울시발레단 운영을 맡은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시간을 가지고 발레단을 운영하는 한편 국제적 네트워크에 밝고 해외 발레 흐름을 잘 아는 분을 예술감독으로 모시려 한다”며 “일 년 남짓 걸리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