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NM 영화 전성기를 이끈 기생충 출연진들이 지난 2020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가한 모습 [SNS 갈무리] |
[헤럴드경제= 박영훈 기자] “영화 사업 접어야 할 판”
전세계 호평을 받은 기생충을 비롯해 명량, 극한직업, 국제시장 등 수많은 히트작을 내놓았던 전통의 명가 CJ ENM의 영화 사업이 초유의 위기를 맞고 있다.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붓고도 3년째 흥행작이 거의 없다.
이번에 큰 기대를 건 재난 영화 ‘탈출:프로젝트 사일런스’(탈출)마저 사실상 흥행에 실패 충격에 빠졌다. CJ ENM의 영화 사업 철수설이 나돌았다.
CJ ENM은 이를 부인했지만, 3년째 계속되는 흥행 실패로 대수술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순 제작비 185억 원에 손익분기점이 약 400만 명대인 탈출이 현재까지 누적 관객이 고작 45만 명에 그쳤다. 올 여름 개봉한 한국 영화 가운데 제작비가 가장 많이 들어간 것을 감안하면 처참한 성적표다.
‘탈출:프로젝트 사일런스’ [사진, CJ ENM] |
탈출은 CJ ENM 반전 카드다. 주연 배우들의 저력과 압도적인 스케일의 재난 장면으로 손익분기점인 4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CJ ENM 안팎에서는 “설마했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탄식이 쏟아지고 있다.
CJ ENM 영화 사업은 3년 연속 그야말로 폭망의 길을 걸었다. 내놓은 영화 마다 줄줄이 흥행에 참패했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중 한 편도 100만 관객을 넘지 못했다.
올들어서도 마찬가지다. 야심작 ‘외계+인’ 2부도 150만 관객에 그치며, 참패했다. 손익분기점이 700만 정도로 알려졌는데 흥행에 실패한 1부(153만8000여명)에도 못 미쳤다.
적자 늪에 빠졌던 CJ ENM은 올들어 흑자 전환했지만, 영화는 여전히 큰 폭의 적자를 내고 있다.
주주들의 원성도 커지고 있다. “영화 배급 사업을 접어라”는 목소리가 높다.
CJ ENM 본사 [사진, 연합] |
무엇보다 콘텐츠의 중심이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넘어가면서 CJ 영화 사업도 대수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달치 OTT 구독료보다 비싼 티켓 값(1만 5000원)을 내야 하는 상황에서 극장을 찾는 사람은 갈수록 줄고 있다. 코로나 이전 8000원에서 1만원 수준이던 티켓 가격도 1만 5000원까지 올랐다. 영화관 한번 가면 영화표 및 간식 비용을 합쳐 1인당 평균 3만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이럴바에는 집에서 넷플릭스를 마음껏 보는게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게 현실이다.
극장 영화를 보는 눈높이도 높아졌다. 지난해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는 ‘범죄도시 3’ ‘서울의 봄’ 등 2편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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