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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흐마니노프는 손열음이 최고”…‘클래식 전도사’ 강석우의 추천곡은?
더울 땐 아르보 패르트의 ‘거울 속의…’
로맨틱한 순간엔 브루흐의 협주곡
“클래식, 각박한 세상 마음 따스하게 해”
‘11시 콘서트’ 8대 해설자 배우 강석우.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아르보 패르트의 ‘거울 속의 거울’, 손열음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갖고 있는 CD만 해도 무려 9000장. 1980년대 ‘청춘 스타’이자 자타공인 ‘클래식 전도사’인 47년차 배우 강석우(67)에게 여름날 듣기 좋은 클래식 음악 추천을 권하자 이 곡들을 언급했다.

최근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클래식 전도사’ 강석우는 “그날의 온도와 분위기에 따라 듣는 음악이 다르다”면서 “그럼에도 작업할 땐 방해를 주지 않는 쇼팽을 가장 많이 듣고, 신경이 날카로울 때는 기타나 첼로 연주곡을 주로 듣는다”고 했다. 집중을 해야할 때는 관현악곡은 피하는 편이다.

강석우의 음악 사랑은 배우가 되기 전부터 시작됐다. 초등학교 5학년, 수업 시간 중 선생님이 풍금의 한 음을 누르며 “무슨 음인지 맞춰보라”고 했다. 많은 아이들 중 유일하게 ‘솔’ 음을 정확하게 짚어낸 경험은 강석우에게 “음악적 프라이드를 심어준 계기”였다. 교회 성가대에서 노래를 불렀고, 고교 땐 크리스마스에 오보에 소리를 처음 듣고 ‘오보에 연주자’를 꿈꿨다. 소중했던 ‘음악가로의 꿈’을 바사삭 깨버린 건 고교 동창인 박인건 국립극장장이다. 강석우는 “바이올린을 전공했던 박 극장장에게 ‘오보에를 해서 음대를 가겠다’고 했더니 ‘레슨비가 많이 든다’는 말에 마음을 접었다”며 웃었다.

스물 한 살이던 1978년 영화 ‘애수’로 데뷔, 이듬해 아시아영화제의 한국 대표로 홍콩에 갔을 당시 강석우가 가장 먼저 들른 곳도 음반 가게였다. 도이치그라모폰에서 나온, 카라얀이 지휘하고 바이올리니스트 안네 소피 무터가 협연한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3번이 담긴 음반을 사기 위해서였다. 이 음반은 그의 친구인 박 극장장에게 선물했다.

예술의전당 ‘11시 콘서트’의 해설자로 매달 관객과 만나고 있는 강석우는 “클래식은 좋은 사람으로 살게 하는 힘이 되는 음악”이라며 “점차 극악해지는 세상에서 마음의 따뜻함을 쉽게 얻을 수 있는 방법이 바로 클래식 음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몇 개의 추천곡을 꼽아줬다.

피아니스트 손열음 [파이플랜즈 제공]

고단한 여름철에 들을 만한 음악으론 ‘미니멀리즘의 거장’ 아르보 패르트의 ‘거울 속의 거울’을 추천했다. 찌는 듯한 더위에 온갖 걱정을 피하고 싶을 때 들으면 좋은 곡이다. 그는 “이 곡을 들을 때면 공중으로 떠오르는 느낌이 들면서 근심 걱정,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복잡다단하고, 1인 다역을 요구받는 현대인의 고단함을 치유하는 곡이다.

로맨틱한 분위기를 내고 싶을 땐 브루흐를 추천했다. 멘젤스존을 잇는 독일 낭만주의 작곡가 막스 브루흐(1838~1920)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은 강석우가 그의 아내에게 처음으로 ‘추천’한 클래식 음악이다. 그날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강석우의 매니저 역할을 하며 그의 일정을 함께 소화하고 있는 아내 나연신 씨는 남편 못잖은 ‘클래식 전문가’다. 강석우는 아내와 이 곡을 처음 들은 날을 떠올리며 “해질녘 벌겋게 물든 하늘 아래 초 하나만 켜고 2악장을 틀었다”며 “당시 아내가 이 곡을 들으며 눈물을 흘렸는데, 그 때 이 사람에겐 타고난 음악적 감성이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부부가 공통으로 좋아하는 곡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이다. 강석우는 “이 협주곡의 연주를 많은 연주자의 곡으로 들어봤지만 내겐 테크닉, 감성, 해석 등 모든 면에서 손열음이 최고였다”고 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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