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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국에서 출판금지 된 유명 작가의 진솔한 고백 [북적book적]
매년 노벨상 후보 거론되는 이스마일
에세이집 ‘카페 로스탕…’ 국내 첫 출간
카페 로스탕 전경. [flickr]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깊은 어둠 속에서 진실들이 별안간 명료하게 나타나는 순간이 있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통용돼왔다. 다른 어느 곳보다 발칸에서 그렇다.”

‘조국 알바니아보다 더 유명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작가 이스마일 카다레(88)의 깊이 있는 단상이 한데 모였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잘 털어놓지 않는 ‘천상 이야기꾼’의 솔직담백한 속내를 따라 책장을 넘기다 보면 제 나라에서 책 낼 수 없는 작가가 갖는 절망의 심연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그런데도 이스마일은 시종일관 유머러스한 필치를 놓지 않는다. 가슴 한 구석이 저릿하면서도 어느 순간 킬킬거리며 웃게 되는 이유다. 그래서 그의 소설 세계를 관통하는 트레이드 마크인 ‘해학적 비극’은 작가의 존재 방식 그 자체와 닮았다.

신간 ‘카페 로스탕에서 아침을’은 매년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이스마일의 자전적 에세이다. 이스마일은 발칸반도의 작은 나라 알바니아에서 1936년 태어나 스물일곱에 쓴 첫 장편 ‘죽은 군대의 장군’으로 일약 ‘세계적인 작가’ 반열에 오른다. 독재정권 아래 놓인 암울한 조국의 현실을 우화적으로 그리는 문학 세계를 구축한 그는 프랑스 정부 최고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를 두 번이나 받았고,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영국의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등 수많은 국제적인 상을 받았다.

그가 쓴 에세이의 무대는 책 제목이기도 한 프랑스 파리의 ‘카페 로스탕’이다. 프랑스 작가 에드몽 로스탕의 이름을 딴 오래된 카페로, 파리 중심가 뤽상부르 공원의 맞은편 오데옹 구역에 있다. 이스마일은 1990년 프랑스로 망명한 후 이곳에서 매일 아침 커피를 마시며 수백 쪽의 원고를 집필했다. 일간지에 발표한 글이 출판 금지 처분을 받게 된 사건부터 노벨문학상을 둘러싼 소동 등 다각적인 층위의 경험이 책에 망라돼 있다. 무엇보다 지극히 인간적인 작가의 면모를 친근하게 발견할 수 있는 책이다. 그의 소설 대다수가 국내에 출간됐지만 에세이집은 이번이 처음이다.

작가에게 프랑스는 “이백 개의 도장이 찍힌 백 개의 초대장이 있더라도” 오기 힘든 곳이었다. 그런데 소문만 무성했을 뿐 실제로 존재하지 않았던 “비(非)초대장” 덕분에 파리에 오게 됐다. 그에게 초대장은 “그저 신기루”에 지나지 않았으며, “도무지 해소할 길 없는 갈증을 종종 낳는” 편지였다. 그에게 초대장은 공산주의 독재 치하에서 억압받는 지극히 절망적인 현실이었고, 비초대장은 문학이었을 것이다.

작가 이스마일 카다레. [연합]

실제로 그는 저서를 통해서도 이렇게 고백한다. “그것은 말하자면 음험한 격노였다. 아마도 분열이라는 말로 그걸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 내 안에서 서로 맞서던 두 삶이(흔히들 말하듯 두 개의 현실이) 그리 자연스럽지 못하게 뒤얽힌 결과임이 분명했다.”

이스마일의 시선은 고국 알바니아의 수도 티라나 카페로도 이어진다. 에세이 중반부터 작가는 고국이 처한 상황을 돌아보며 알바니아 문학과 역사, 정치, 사회에 대한 작가만의 시각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알바니아와 오스만 사이에는 역사의 여러 세기 가운데 가장 냉혹한 세기, 20세기가 놓여 있다. 고집 세고, 단테스럽고, 베토벤스러운 세기. 알바니아는 해마다 이 세기의 등 뒤에서 허풍을 떨었다.”

작가는 셰익스피어의 작품 ‘맥베스’를 향한 열렬한 애정도 아낌없이 표현한다. “발칸의 외딴 구석에서, 글을 잘 쓸 줄도 모르면서” 셰익스피어에게 홀려, “손가락에 잉크를 잔뜩 묻힌 채”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옮겨 적으려고 시도한 그의 어린 시절부터 이어져 온 오마주다. 특히 그는 언어별로 미묘하게 차이가 나는 셰익스피어의 문장을 탐독하는데, 이는 곧 그가 문장 하나하나를 얼마나 섬세하게 매만지는 작가인지 깨닫게 한다.

카페 로스탕에서 아침을/이스마일 카다레 지음·백선희 옮김/문학동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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