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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R&D 예타 전면 폐지, 혁신기술 조기확보 마중물로

정부가 국가 예산 투입 이전에 경제성을 따져보는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연구개발(R&D) 분야에서는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 제도를 도입한 지 16년 만이다. 평균 예타 기간만 3년이 넘어 글로벌 기술 변화 속도를 맞추지 못하고 신기술 개발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던 점을 감안하면 바람직한 방향이다. 대신 정부는 사업을 민간 전문가가 먼저 검토한 뒤 각 부처가 이를 토대로 예산을 편성하는 체계로 바꾸기로 했다. 예타 폐지가 국가 재정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세밀한 사후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예타 제도는 대규모 국가재정 투자 전에 사전타당성을 검증하기 위해 1999년 도입된 제도다. R&D 분야는 2008년부터 예타 대상에 포함됐다. 2018년부터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기획재정부로부터 R&D 예타 제도의 운영을 위탁받았다. 이후 R&D 특수성을 고려해 경제성 비중 축소, 패스트트랙 도입 등 제도 개선을 시도해왔으나 연구 현장에서는 폐지 쪽에 목소리를 높여왔다. 신속성과 적시성이 요구되는 R&D에 예타가 걸림돌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예타 제도 폐지로 500억~1000억원 규모의 신규 사업 착수는 2년 이상 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럼에도 예산 낭비 방지 노력은 지속되어야 한다. 1000억원 이상의 R&D는 연구형(기초·원천연구, 국제공동연구), 시설장비(입자가속기 등), 체계개발(위성·발사체 등) 3개로 분류해 관리하기로 했는데 민간 전문가들이 기획 보완 중심의 사전 검토 과정에 참여한다면 불확실성 최소화와 내실 강화로 사업 지연, 비용 증가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정부는 현장 연구자와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제도의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R&D 예타를 폐지하려면 법을 개정해야 한다. 현재 국가재정법은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고 국가의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신규 사업에 대해 예타를 실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 절대 다수인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과학기술계 투자가 왔다 갔다 한다며 비판하고 있다. 작년 예산 편성 때는 “나눠 먹기식 연구개발을 원점 재검토하라”는 윤 대통령 지시로 R&D 예산이 4조6000억원 삭감되는 바람에 과학기술계 반발을 샀는데, 1년 만에 예타까지 폐지해 내년엔 R&D 예산을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하겠다며 태도를 180도 바꿨다는 것이다. 정부의 냉·온탕식 정책 접근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다만 대통령실이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한 끝에 진일보한 정책을 내놓은 점은 받아들여야 한다. R&D의 성패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려있다.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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