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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 현악사중주단 ‘최다 수상’ 아레테 콰르텟 “나라별 도장깨기 이유는…” [인터뷰]
결성 5년 차 ‘새싹’ 현악 사중주단
최다 수상 비결은 ‘9 to 6’로 연습
“음악보다 사람…맞춰 가는 의지 중요”

현악사중주단 아레테 콰르텟.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평균 나이 26세, 결성 5년차. 무르익을수록 더 깊은 호흡이 나온다는 실내악의 세계로 치면 ‘새싹’ 단계 정도다.

MZ(밀레니얼+Z)세대 현악 사중주단은 완전히 새로운 세대다. “치열하게 싸워도,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전채안)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뜨거운 논쟁을 즐기는 변론가(ENTP)’ 리더인 박성현(31·첼로), ‘열정적인 중재자(INFP)’인 장윤선(29·비올라), ‘상상력이 풍부한 통솔자(ENTJ)’인 전채안(27·제1바이올린), ‘논리적인 사색가(INTP)’인 박은중(23·제2바이올린) 등이 멤버다.

서로 다른 네 사람의 음악은 다채로운 팔레트가 아름다운 수채화를 그리 듯, 일찌감치 ‘화려한 수사’의 주인공이 됐다. 아레테 콰르텟은 소위 말하는 ‘무서운 신예’다. 최초, 최다의 주인공. 창단 5년 만에 한국 현악사중주단 중 국제 연맹 콩쿠르 최다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 달엔 한국인 최초로 ‘리옹 국제 실내악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이 대회에선 청중상, 현대곡상, 지정곡 해석상, 특별상 등 무려 6개의 상을 받았다. 리옹에서 기쁜 소식을 안고 돌아온 아레테 콰르텟을 최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만났다.

현악사중주단 아레테 콰르텟. 임세준 기자
직장인처럼 日 9시~6시 연습…“중요한 건 음악 이전에 사람”

2021년 5월 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콩쿠르 1위 포함 5관왕에 이어 2023년 모차르트 국제콩쿠르 1위와 최고 해석상, 이번엔 리옹 국제 실내악 콩쿠르까지….

‘콩쿠르 사냥꾼’이라 할 만큼 나가는 족족 트로피를 수집하고 있지만, 이번 리옹 콩쿠르는 조금 더 각별하다. 아레테 콰르텟은 한예종(박성현·전채안·박은중)과 서울대(장윤선)를 거쳐 독일에서 공부하며, 한국과 유럽을 오가며 활동 중이다. 전채안은 “프랑스라는 나라는 콰르텟을 하면서 다소 진입장벽이 있었는데, 이 나라에서 우승을 해서 더 의미가 있었다”고 했다.

또 다른 의미를 보태면 새 멤버 박은중과 함께 우승한 첫 국제 콩쿠르라는 점이다. 2019년 결성해 활발히 활동 중이었던 아레테 콰르텟엔 최근 몇 년 제2바이올린 자리가 공석이었다. 전채안은 “(박)은중이 가진 파워와 연주 스타일이 어우러졌을 때 시너지를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미 객원 단원으로 호흡을 맞춰왔지만, 박은중은 정단원이 되자마자 콩쿠르 준비에 돌입한 셈이다. 그는 “각오는 했는데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합류 당시의 ‘충격’을 떠올렸다. 막내의 ‘도발’에 전채안은 “콩쿠르는 단기간에 많은 곡을 연습해야 하니 스트레스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의 콩쿠르에 나가기 위해 멤버들은 평균 10곡 내외를 준비한다. 보통 1년의 준비 기간이 걸린다.

“멤버가 되기 이전부터 아레테 콰르텟은 소리가 합쳐지는 결이 남다르다 느껴 어떻게 저런 소리를 내는 건지 궁금했어요. 들어와 보니 연습의 퀄리티가 굉장히 높더라고요. 이렇게 연습하면 안 맞을 수가 없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박은중)

매일 아침 9시에 만나 저녁 6시까지. 초창기엔 직장인처럼 ‘나인 투 식스(9 to 6)’로 연습하며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전채안)을 보냈다. 아무리 ‘천상의 소리’를 내는 콰르텟일지라도 연습 과정부터 ‘찰떡 호흡’인 것은 아니다.

박성현은 “서로 다른 개성과 서로 다른 환경에서 배움의 과정을 거쳐왔기에 각자의 음악이 처음부터 같은 방향으로 딱 맞았다고 할 수는 없다”고 무심히 툭 던진다. 그러면서도 그는 “생각의 차이와 고집의 세기가 크면 격차는 줄이기 힘들다”며 “정말 중요한 것은 서로 다른 성향과 음악을 맞춰나가려는 의지와 맞춰나갈 수 있는 여지”라고 강조했다.

현악사중주단 아레테 콰르텟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가지고 있다. 임세준 기자

콰르텟은 전혀 다른 네 사람이 살아온 지난 시간들이 만나 하나의 음악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아레테 콰르텟 멤버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음악’ 이전에 ‘사람’이다. 전채안은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다 보니 성격과 태도가 중요하다”며 “서로의 의견을 수용해줄 수 있는 자세를 가지고 있어야 함께 할 수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전채안의 이야기에 리더도 말을 더했다.

“음악은 오래 한다고 잘 맞는 것은 아니에요. 시간 속에서 암묵적인 약속들이 있겠지만, 얼마나 진지하게 같은 방향을 바라보느냐가 중요해요.” (박성현)

아레테 콰르텟은 모든 리허설마다 치열하다. 격렬하게 언쟁이 오가지만, 결국 ‘한 방향’을 바라보며 하나로 모아진다.

“무엇보다 밸런스가 잘 맞아요. 누군가는 무언가 의견을 제시하고, 누군가는 그 내용을 수긍할 줄 알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그에 덧붙여 좋은 아이디어를 내요. 이 관계가 같은 방향을 바라볼 수 있게 해요. 그건 함께 한 시간이 길어서도, 짧아서도 아닌 것 같아요.” (전채안)

박성현은 “네 사람이 모두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결론적으로는 어떻게 해야 팀이 발전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현악사중주단 아레테 콰르텟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가지고 있다. 임세준 기자
서로가 서로의 최애…“15년 뒤 우리를 꿈꾼다”

음악으로 교감한 시간 안에서 네 사람은 누구보다 서로의 장단점을 잘 아는 ‘원팀’이 됐다. 네 멤버는 딱 맞는 퍼즐처럼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를 빛낸다. 각각의 역할 분담이 확실하다. 리더인 박성현이 ‘살림꾼’이라면 비올라 장윤선은 ‘정보왕’이다. 제1바이올린 전채안은 음악적 결과를 이끌고, 막내는 단연 ‘분위기 메이커’다.

“모든 것을 꿰뚫어 보며 매 상황 침착하게 대처하는 리더” 박성현, “아무리 불안한 상황에서도 완벽하게 연주를 매듭짓는” 장윤선, “밝고 긍정적이라 거친 리허설 과정을 털어내고 관계를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박은중, “음악을 대하는 태도와 마음이 깊어 옳은 방향으로 이끄는” 전채안. 서로가 서로를 생각하는 진심이 이 팀을 견고하게 다지고 있다.

아레테 콰르텟은 ‘특출한 재능’이라는 뜻이다. 결성 당시 여러 개의 후보 팀명을 놓고 많은 고민을 했다. 의미있는 이름을 쓰고 싶었던 마음이다. 전채안은 “이름 따라 간다는 생각도 있었고, 우리가 추구하고자 하는 것이 담긴 이름이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며 “어떤 한 분야의 탁월함을 뜻하는 의미인만큼, 기왕 시작한 거 실내악 분야에서 우리만의 탁월한 음악을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했다.

“아직은 배울게 많고, 더 성장해야 한다”(박성현)고 말하지만, 일찌감치 거둔 성취들이 아레테 콰르텟을 그들의 이름처럼 특출한 자리로 향하게 한다.

전채안은 “악기를 하는 사람들은 저마다 더 잘하고 뽐내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그것을 우선하지 말자는 생각이 있었다”며 “음악에 순수하게 접근해 작곡가 본연의 곡이 먼저 들리게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였다”고 말했다. 하나의 곡을 이해하기 위해 작곡가의 생과 그가 나고 자란 문화와 역사를 공부하고 분석했다. 음악에 접근하는 이 방식은 단 한 번도 달라진 적이 없었다. “아레테 콰르텟은 언제나 2번이어야 한다는 것이 목표”였고, 그래야 “아레테 콰르텟이 추구하는 음악의 결이 나올 거라 생각했다”는 것이 이들의 판단이다.

네 사람이 꾸준히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은 각자의 음악색깔을 지지하고 존중하기 때문이다. 서로가 서로의 ‘최애’라 할 만큼 음악 이야기가 나오자 칭찬이 마르지 않는다.

현악사중주단 아레테 콰르텟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가지고 있다. 임세준 기자

“어디에 둬도 카멜레온처럼 변하는 (장)윤선이의 비올라, 아직은 정형되지 않았지만 아름다운 빛을 품은 다이아몬드인 (박) 은중, 음악을 너무 사랑하는 하늘 같은 음악의 (전)채안이…. 그 색깔들이 어우러져 아레테 콰르텟을 만들어요.” (박성현)

리더의 이야기에 장윤선은 “(박성현) 오빠는 어떤 곡을 연주해도 소름 돋고 첼리스트 답지 않게 간드러진 음색을 가졌고, 은중이는 담담하고 시원시원하면서도 그 안에 디테일이 살아있다. 채안이는 따뜻하면서 화려하지 않은 유연함이 있다”고 말했다.

네 사람은 지난 콩쿠르 결과를 내며 “우리가 해왔던 이러한 해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아레테의 이름을 걸고 마주한 ‘성공의 경험’이 음악 활동의 동력과 지지가 됐다. 아레테 콰르텟은 지금도 세계 콩쿠르 ‘도장 깨기’ 중이다.

전채안은 “목표 중 하나가 각 나라마다 인정받는 것이었다”며 “콩쿠르마다 성격이 다르지만, 그곳에서 모두 인정을 받는다면 우리의 색깔과 개성, 우리의 음악이 설득력을 가진다는 의미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아레테 콰르텟은 초기의 목표대로 향하고 있다. 체코, 오스트리아, 프랑스에 이어 다음 달엔 이탈리아로 향한다. 6월 8일부터 시작하는 제13회 프레미오 파올로 보르치아니 국제 현악사중주 콩쿠르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한 해 계획과 목표를 묻자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박성현은 “올 한 해 연주 계획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오는 7월엔 독일 라인가우 뮤직 페스티벌 데뷔를 앞두고 있지만, 네 사람은 “실내악 무대는 여전히 적다”고 말한다.

“어떻게 해야 청중들이 실내악에 접근할 수 있을까 매일 생각해요. 진입장벽이 높고 관심도가 낮으니까요. 선생님, 선배님들이 길을 닦아오셔서 조금 더 편하게 같은 길을 갈 수 있었지만, 무대는 아직도 적어요. 저희가 콩쿠르에 계속 나가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예요.” (박성현)

클래식 음악계 관계자들도 “실내악은 한국은 물론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인기가 없다”며 “솔리스트의 화려함이나 오케스트라의 웅장함이 없어 관객들에겐 진입장벽이 높은 장르”라고 말한다.

험난한 길이지만, 아레테 콰르텟은 “15년 뒤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팀”을 꿈꾼다. 전채안, 장윤선은 “환경은 달라질 수 있겠지만, 우리는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을 거 같다”며 “더 많은 연주를 하고 있지 않을까 꿈꾸게 된다”고 했다.

“애초 잡은 목표와 방향이 높아요. 그걸 좇아 꾸준히 연주하고 음악하는 팀이고 싶어요. 운이 좋아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했지만, 저희 안의 많은 계획이 있었어요. 우스갯소리로 우리도 ‘세계로 한 번 가보자’ 했죠. 그렇게 가기 위해 우리의 이상을 좇아 열심히 하고 싶어요. 정말 좋은 퀄리티, 최고의 음악을 들려드리는 것, 그게 목표예요.” (박성현)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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