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미술관에서 진행되는 노먼 포스터 개인전 ‘미래긍정(Future Positive)’ 전시 전경. 이정아 기자. |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어떻게 하면 자연과 조화로운 건물을 만들지 고민했다. 채광과 자연경관, 공기의 순환과 깨끗한 공기의 유입, 재활용, 물과 에너지 접근성에 모두 열린 건물을 원했다. 1960년대만 해도 이는 혁신적인 생각이었다.”
1999년 프리츠커상 수상자이자 영국 건축가인 ‘건축 거장’ 노먼 포스터(89)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모형과 설계 드로잉, 도면 등 300점이 한국을 찾았다. 서울 중구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1층 전시실에서 ‘미래긍정(Future Positive)’ 전시가 열리면서다. 포스터의 국내 첫 개인전이자 아시아 최대 규모 전시다. 영상을 통해 인사를 전한 포스터는 “지속 가능한 건축에 대한 고민은 이제 현대 사회에서 주요 쟁점이 됐고, 그 모든 것이 지금은 공공 영역에 포함돼 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진행되는 노먼 포스터 개인전 ‘미래긍정(Future Positive)’ 전시 전경. 이정아 기자. |
이번 전시에는 포스터와 포스터의 설계사무소인 포스터 앤 파트너스(Foster+partners)가 진행한 대표 프로젝트 50건의 건축 설계 과정을 엿볼 수 있는 작업들이 전시된다. 특히 그가 일찍이 건축 설계 분야에서 연구해온 키워드인 ‘지속 가능성’이 집중 조명된다. 실제로 포스터는 최소의 자원으로 최대의 결과를 구현하고자 했던 미래학자 벅민스터 풀러와 소통하며 1970년대 초기부터 주거지, 에너지, 환경 문제에 대해 고찰한 건축 개념을 제시했다.
이후 포스터는 오랜 역사를 가진 건축물에 현대적인 해석을 더한 새로운 공간을 재창조하면서 ‘공공 건축’의 의미를 넓혔다. 이러한 포스터의 철학을 반영한 건축 언어가 ‘레트로핏(Retrofit)’이다. 영국 런던의 영국박물관 대중정, 미국 뉴욕의 허스트 타워, 독일 국회의사당이 대표적이다. 현재 스페인의 빌바오 미술관 개조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포스터는 “지속 가능한 건물의 가장 바람직한 형태는 이미 세워져 있는 건물을 재활용하고 재생하는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개인과 공동체의 경계를 허무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진행되는 노먼 포스터 개인전 ‘미래긍정(Future Positive)’ 전시 전경. 이정아 기자. |
‘하이테크 건축’ 대가로 꼽히는 포스터를 보여주듯 최첨단 기술력이 응축된 프로젝트도 소개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지어진 100%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 가동되는 친환경 건축물 애플 신사옥 애플파크를 비롯해 ‘거킨빌딩’으로 불리는 영국 런던 최초의 친환경 고층 건물인 30 세인트 메리 엑스, 기존 오피스 타워의 절반 수준으로 에너지를 소비하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코메르츠 은행 본사 등 각 건축물에 묻어난 포스터의 세계를 읽을 수 있다. 현재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공사가 진행 중인 자이드 국립 박물관은 별도 에어컨이나 공조 시스템 없이 건물 자체적으로 공기 순환을 통해 일정 온도를 유지하도록 설계됐다.
단일 건물에서 더 나아가 공항, 광장, 항구 등 공공 공간으로서 그가 건축 설계한 사례도 전시된다. 포스터는 “도시는 공공 공간의 하부구조와 그것을 연결하는 것”이라며 “도로, 광장, 다리 같은 연결 부위들이 각각의 건물을 묶어주며, (그것은) 도시의 유전자가 되고 정체성이 된다”라고 말했다.
전시장에서 만난 포스터 앤 파트너스의 마릴루 시콜리 시니어 파트너는 “전형적인 포스터의 스타일을 꼽아서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다만 두 가지를 말하자면 철저한 디자인 과정과 퀄리티에 대한 굉장한 디테일”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오는 7월 21일까지. 관람료는 무료.
ds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