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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미술품 가격 하락이 현실화되고 있는 ‘혼돈의 시기’라는 분석이 나왔다. 전 세계 미술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올 한 해 국내 시장도 한파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우려다. 미술품 소장자는 소장품을 시장에 매물로 내놓지 말아야 한다는 직설적인 조언도 이어졌다.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는 ‘2024년 1분기 미술시장 분석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발표했다. 시점상 정부가 올해 1분기 ‘서프라이즈’ 경제성장률(1.3%)을 발표한 직후이지만, 내용상 “‘미술품 가격은 떨어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여지없이 무너지고 있다”라는 경고라 주목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세계 3대 미술품 경매사(크리스티·소더비·필립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3% 하락한 10억8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22년과 비교하면 무려 29.4% 떨어진 수치다. 다만 크리스티만 따로 떼어 보면 올해 1분기 매출은 1년 전보다 11.2% 증가했다.
특히 미술시장에 처음 등장한 작가의 작품은 가격을 지탱하는 동력원을 잃었다. 예컨대 아프리카 예술가인 엠마뉴엘 타쿠(Emmanuel Taku)의 ‘핑크색 옷을 입은 자매들(Sisters in Pink)’은 2021년 예상가(3만5000달러)를 넘어선 18만900달러에 낙찰됐다. 하지만 올해 3월 경매에서 이 작품은 8000달러에 판매됐다.
소위 ‘블루칩 대가’로 꼽히는 작품도 여파를 피해가지 못했다. 프랭크 스텔라(Frank Stella)의 1982년작 조각 작품은 올해 3월 소더비 경매에서 예상 낙찰가(15만달러)의 32% 수준인 4만8260만달러에 판매됐다.
보고서는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의 매출 약세를 매출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은 올해 1분기 전 세계 경매 시장 매출의 84.5%를 차지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9.9% 하락한 수치다. 실제로 두 도시에서 올해 1분기 열린 경매 횟수는 151회로 전년(166회)에 비해 15회 줄었다. 같은 기간 판매된 작품 수도 1941점 감소했다.
한편 올해 1분기 국내 3대 미술품 경매사(서울옥션·케이옥션·마이아트옥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81% 소폭 증가한 294억4000만원을 기록했다. 판매 작품 수량은 500점으로 전년보다 12.1% 늘었다. 다만 낙찰률은 65.19%로, 전년보다 2.18% 포인트 하락했다.
보고서는 “고금리, 고물가, 전망 불확실성 등으로 긴축경제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이에 영향을 받아 미술시장 역시 당분간 조용한 분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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