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주택 공급확대 따라 자금지원 늘려야 지적
임대주택 공급 확대 영향…재고 143.5만가구
지난해 한 해 수선유지비만 1조480억 소요
전문가 “공가율, 입지별 수요 먼저 살펴야”
3일 서울 강남구 한국토지주택공사 서울지역본부 입구에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신혜원 기자] 지난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임대주택 운영을 하며 본 손실이 2조2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사상 처음으로 2조원대 손실을 기록한 것이다.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 기조에 따라 LH가 관리해야 할 임대주택 재고가 지속적으로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해 한 해 동안 임대주택 수선유지에 투입된 LH 재원만 1조원을 넘겼다. 이렇듯 급증하는 임대주택 운영 적자 폭에 LH 재무건전성 악화가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장기적인 주거복지 실현을 위해선 보다 실질적인 정부 지원 및 사업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LH에 따르면 지난해 임대주택 운영 손실은 2조2565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손실(1조9648억원)과 비교하면 1년 만에 약 3000억원 늘었다. 이는 역대 최대 손실로 지난해 상반기 기준 손실이 8654억원이었다가 하반기에 약 1조4000억대 손실이 발생했다.
LH의 임대주택 운영 손실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2018년 9848억원이었던 손실은 2019년 1조2883억원을 기록해 1조원을 넘어섰다. 이후 2020년 1조5990억, 2021년 1조7792억원 등의 추이를 보였다.
이같이 손실이 급증하는 데는 LH의 임대주택 관리물량 증가가 주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LH가 보유한 건설임대(영구·국민임대, 행복주택)·매입임대·전세임대·리츠 등 임대주택 물량은 지난해 기준 약 143만4913가구로 지난 2020년 112만1925가구 대비 5년 새 약 31만가구 늘었다. 지난 2017년(103만2076가구) 처음으로 임대주택 관리물량이 100만가구를 넘어선 이후 매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임기 내 공공임대주택 50만가구 공급’을 정책 목표로 하는 만큼 LH의 임대주택 재고는 꾸준히 늘어갈 전망이다. 당초 올해 공공임대주택 2만3000가구 매입(기축매입·전세사기 피해 주택 매입 제외)을 계획하던 LH는 최근 정부 방침에 따라 신축매입약정 5000가구, 신규 도입 유형인 ‘든든전세’ 5000가구를 연내 추가로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정부가 대통령 주재 민생토론회에서 향후 2년간 신축 중소형 주택 10만가구를 공공이 매입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주거복지 차원에서의 임대주택 물량 확대는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문제는 물량이 늘어날수록 LH 손실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이다. 유형에 따라 임대료가 시세 대비 최대 70% 저렴한 데다 주택 노후화에 따라 관리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LH가 지난해 한 해 동안 집행한 수선유지비(유지보수·장기수선·노후시설개선 등)는 1조480억원에 달한다. 전년 8811억원 대비 1년 새 1600억 넘게 늘었다. 올해 집행 계획된 수선유지비도 1조32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3000억 가까이 증가한 액수다.
고금리로 인한 건설경기 악화 등 대외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 임대주택 운영 손실까지 더해지며 LH 재무건전성에는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부채비율이 219%를 넘는 LH는 지난 2022년 ‘재무위험기관’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전문가 사이에선 주택공급 확대 기조에 따라 공공임대 운영을 위한 정부의 자금 지원이 늘어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공공임대는 주거복지 차원에서 접근을 해야하기 때문에 돈이 들어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면서도 “사실 정부가 직접 (사업을) 해야하지만 LH가 공공의 역할을 하고 임대주택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자금 지원을 통해 재정건전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손실이 급증하는 공공임대주택의 사업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의 공공임대 양적 확대 추진 이전에 공가율, 입지별 수요 등을 고려해 공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공임대는 복지라는 명분이 있기 때문에 공기업인 LH의 부채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지만 왜 부채비율이 늘어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공가율, 입지별 수요 문제 등을 먼저 통찰한다면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진단했다.
hwshi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