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 이후 18개월 만에 최고치
구형 장비 필요한 중국이 주요 고객사로
매출비중 50%달하며 日기업 실적 올려
미국 제재에 구형 장비 집중한 中전략 탓
일본 반도체 장비 기업 도쿄일렉트론(TEL) 클린룸. [도쿄일렉트론 홈페이지] |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글로벌 반도체 업황이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장비업계에도 화색이 돌고 있다. 특히 세계 최상위 반도체 장비 기술력을 가진 일본 업체들의 3월 판매 실적이 1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적 상승의 대부분은 장비 시장의 ‘큰손’으로 통하는 중국으로부터 발생하고 있다. 미국의 강력한 규제 속에서도 중국이 레거시(구형) 장비를 중심으로 쓸어가면서 일본 장비 기업들의 실적 상승을 뒷받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일본반도체제조장비협회(SEAJ)에 따르면 올해 3월 일본 업체들의 반도체 장비 판매액은 3657억엔(약 3조214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22년 9월 3809억엔을 기록한 이후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불황을 겪었던 일본 반도체 장비업계는 작년 11월부터 판매액이 계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협회는 올해 반도체 장비 판매액이 총 4조348억엔을 기록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작년 대비 무려 27% 증가한 수치다. 2년 만의 반등이자 사상 최고 수준이다. 일본 반도체 장비 판매액이 4조엔을 넘긴 적은 이제까지 없었다.
일본 반도체 제조장비 판매액 추이. [그래픽=김현일 기자] |
최근 반도체 업황 회복의 기대감을 타고 각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확대하는 추세와 맞물려 일본 장비업계도 자신감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일본 장비사들의 핵심 고객은 중국이다.
미국이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들에게 첨단 반도체 기술 수출을 규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은 범용 반도체 장비로 눈을 돌려 구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블룸버그도 올 2월 미국 규제가 시작된 이후 중국이 구형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 일본으로부터 구형 장비 구매를 늘렸다고 보도한 바 있다.
중국은 미국의 규제가 집중된 10나노미터(㎚·1㎚=10억분의 1m) 이하 첨단 공정보다 20나노미터 이상 구형 공정에 힘을 싣기로 노선을 바꿨다. 이에 따라 일본 장비 기업이 특수를 누리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반도체 검사장치 기업으로 유명한 아드반테스트가 26일 발표한 실적을 보면 중국으로부터 거둔 매출은 매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2021회계연도(2021년3월~2022년3월) 1033억엔(약 9076억원)에서 2023 회계연도(2023년3월~2024년3월)에는 1571억엔(약 1조3800억원)으로 52% 증가했다.
일본 반도체 검사장치 업체 아드반테스트의 지역별 매출 분포. 노란색이 중국으로부터 발생한 매출액. [아드반테스트 자료] |
아드반테스트는 이날 실적 발표에서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조장비 수출 규제가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현재 제한적”이라면서도 “지속적으로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1위 반도체 장비 기업인 도쿄일렉트론(TEL)은 아직 1분기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역시 작년 한 해 중국 매출 성장세가 전체 실적을 끌어올렸다. 작년 4분기(일본 회계연도 기준 3분기) 기준 중국 매출 비중은 46.9%에 달했다. 한국(12.5%), 일본(12.4%), 대만(10.0%), 북미(9.1%)와 비교하면 압도적인 수준이다.
업계는 중국이 미국 주도의 첨단 반도체 수출 규제에 대응해 자급률을 높이는 차원에서 구형 공정을 중심으로 설비투자 확대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장비업체의 지속적인 수혜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가와모토 히로시 도쿄일렉트론 수석부사장은 지난 2월 실적 콘퍼런스 콜에서 “중국 반도체 산업의 자급률은 아직 낮은 수준”이라며 “향후에도 적극적인 투자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joz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