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이후 계속 적자폭 커져…올해 최대 전망
한대당 5000억원 이상 ‘하이 NA’ 장비 구매 영향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인텔 이노베이션2023'에서 1.8나노 기반 웨이퍼를 소개하고 있다. [인텔 제공] |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부활을 선언하며 회계 분리까지 단행한 인텔이 올 1분기 파운드리 사업에서 3조500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했다. TSMC와 삼성전자의 초미세 공정 기술을 따라가기 위해 수조원의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어서 당분간 흑자전환은 어려울 전망이다. 메모리 시장은 살아나고 있는 반면 파운드리 업황은 둔화되고 있는 것도 변수다.
인텔은 25일(현지시간)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하고 매출 127억2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분기에 처음으로 별도 사업으로 분리한 파운드리에서는 1분기 44억달러(약 6조원)의 매출로 전년 대비 10% 줄었고, 25억달러(약 3조43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날 뉴욕 증시 정규장에서 1.77% 올랐던 인텔 주가는 실적 발표 후 시간외 거래에서 약 8% 급락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 예상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1분기 파운드리 영업손실(약 5000억원)의 무려 6배에 달하는 규모다. 삼성전자는 이달 30일 올 1분기 확정 실적을 발표한다. 메모리 업황이 살아나면서 전체 반도체(DS) 부문은 약 1조5000억원 내외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인텔은 올해 10조원 이상의 파운드리 적자를 낼 전망이다.
펫 겔싱어 CEO는 지난 2일(현지시간) 진행된 웨비나에서 “파운드리 사업 적자는 올해 최대치를 기록한 후 2027년에 손익분기점을 넘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텔은 파운드리에서 2021년 51억달러, 2022년 52억달러, 2023년 70억달러의 영업손실을 기록, 적자 폭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는 미국, 유럽 등에 신규 반도체 생산 시설을 건설하고, 고가의 차세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투입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영향도 있다.
인텔 파운드리가 미국 오리건주 반도체 공장에 설치한 하이(High)-NA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인텔 제공] |
인텔은 최근 미국 오리건주 힐스보로에 있는 반도체 공장 클린룸에 ‘하이-NA’ EUV 장비를 설치, 조립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삼성, TSMC보다 먼저다. ASML이 만든 ‘하이-NA’ EUV 장비는 기존 EUV 대비 1.7배 작은 회로를 그릴 수 있고, 반도체 집적도도 2.9배 향상할 수 있어 2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에 필수적이다. 한대당 5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를 기반으로 기술 격차를 줄이겠다는 목표다.
앞서 인텔은 “2030년까지 외부 매출 기준 연간 15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달성해 세계 2위 파운드리 업체가 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사실상 현재 2위인 삼성전자의 자리를 빼앗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면서 올 연말부터 1.8나노 공정을, 2027년에는 1.4나노 공정 양산을 시작하겠다는 로드맵을 공개했다.
인텔의 도전에 TSMC와 삼성전자도 초미세 공정 기술로 대응하고 있다. 최근 TSMC는 2026년 하반기 1.6나노 공정을 시작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간 2025년 2나노, 2027년 1.4나노 양산 계획을 밝힌 바 있지만, 1.6나노 공정 계획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은 내년 초 모바일을 중심으로 2나노 공정 양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2027년에는 1.4나노 공정을 양산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올해 파운드리 업황은 기대보다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TSMC는 올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2분기 매출이 196억~204억달러로 전년 156억800만달러 대비 최대 30.1%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하반기는 장담할 수 없다고 봤다. AI 서버 주문은 늘어나고 있지만 스마트폰, 자동차, PC 등에서 칩 주문량이 늘어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약 20%’에서 ‘10%대 중후반’으로 낮췄다.
jakmee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