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가 “한국의 메릴 스트립 적격”
배우 전도연이 23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LG아트센터에서 열린 연극 ‘벚꽃동산’ 제작발표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 |
“여주인공은 반드시 한국의 메릴 스트립이어야 해요.”
세계적인 연출가 사이먼 스톤이 안톤 체호프의 ‘벚꽃동산’(6월 4일 개막·LG아트센터 서울)의 캐스팅을 앞두고 제작 주체인 LG아트센터에 이런 이야기를 꺼냈다.
스톤은 23일 마곡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벚꽃동산’의 여주인공은 매력적으로 보이기 어려운 역할이다. 무엇을 해도 사랑스럽고 매력적으로 보여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런 그에게 전도연은 ‘안성맞춤’ 배우였다.
스톤의 러브콜로 전도연은 1997년 ‘리타 길들이기’ 이후 처음으로 연극 무대로 돌아왔다. 그는 “늘 연극에 대한 갈망은 있었지만 두려움이 컸다”며 “영화나 드라마에선 정제된 모습을 보여주지만 연극에선 정제되지 않은 채 머리부터 발끝까지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출연을 결심하게 된 것은 스톤의 작품을 만나면서다.
“나를 온전히 관객에게 보여줄 수 있을까 두려웠어요. 비겁하지 않으면서도, 어떻게 하면 정중히 거절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스톤의 연극 ‘메디아’를 보게 됐어요. 작품을 보는 내내 배우로서 피가 끓었어요. 배우와 연출가가 어떻게 이 작품을 해냈을까 생각할 겨를도 없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스톤의 ‘벚꽃동산’은 원작의 배경을 뒤바꿨다. 19세기 제정 러시아 시대는 동시대 서울로 자리를 옮겼다. 원작이 몰락한 여성 지주 류바가 벚꽃동산을 지키려 분투하는 과정을 담는다면, 스톤의 ‘벚꽃동산’에선 한국 여성이 사라질 위기의 집을 지키려 노력하는 모습을 그려간다.
“전 분명 실수도 할 거예요. 하지만 실수가 두려웠다면 이 작품을 선택하지 않았을 거예요. 그 실수를 통해 배우로 성장할 거예요.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어서가 아니라 좋은 작품 참여하고 싶었던 마음이 컸던 것이기에 (저보다는) 이 작품에 대한 평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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