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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최대 미술 축제 D-4…한국 보여줄 대표 작가는 [베니스 비엔날레 2024]
한국관 주인공은 구정아
본전시는 ‘외국인은 어디에나 있다’ 주제로
국내 작가 4명 등 총 331명 참여
한국관 건립 30주년…대규모 특별전
베니스 비엔날레 2024 전경 [베니스=이정아 기자]

[헤럴드경제(이탈리아 베니스)=이정아 기자] ‘미술계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세계 최고 권위의 미술제인 베니스 비엔날레 개막이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20일부터 11월 24일까지, 이 기간 이탈리아 베니스는 거대한 예술섬이 된다. 베니스 남동쪽 자르디니 공원과 아르세날레 일대에 위치한 공식 전시장 뿐만 아니라 유서 깊은 건축물 곳곳에서도 앞다퉈 전시가 열리기 때문이다. 국제 미술계 관계자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베니스에서 한국 미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들도 한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한국관의 주인공은 설치미술가 구정아(57)다. 단독 개인전 ‘오도라마 시티’를 통해 향기와 기억을 활용한 한반도의 무형적 지도를 전 세계 관객과 함께 그릴 계획이다. 구정아는 지난해 6월부터 9월까지 한국인 뿐만 아니라 한국계 미국인, 북한 이탈 주민 등으로부터 한국에 대해 기억하는 향과 냄새에 대한 이야기 600편을 수집했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 디자이너 향수 브랜드 논픽션이 조향을 담당했다. 옷장 속 나프탈렌 냄새, 밥 짓는 냄새, 공중목욕탕의 냄새 등 디퓨저를 내장한 브론즈 조각으로 16개 향을 분사하고, 향수 1종을 내놓을 예정이다. 한국관 예술감독은 첫 야콥 파브리시우스 덴마크 아트 허브 코펜하겐 관장과 이설희 덴마크 쿤스트할 오르후스 큐레이터가 공동으로 맡았다.

국경을 초월한 국가관 전시도 펼쳐진다. 지난해 광주 비엔날레 전시 감독을 맡았던 이숙경(55) 영국 휘트워스미술관 관장이 올해 일본관을 큐레이션하는 첫 번째 외국인으로 선정된 것이 대표적이다.

베니스 비엔날레 2024 한국관 전경 [베니스=이정아 기자]

에티오피아, 동티모르, 탄자니아, 베냉 공화국은 이번에 처음으로 베니스 비엔날레에 참여한다. 전쟁의 그늘이 드리운 러시아는 올해도 2회 연속으로 불참한다. 대신 러시아와 정치적 동반자로 신뢰 관계를 갖고 있는 볼리비아가 러시아관을 대여해 전시를 연다.

이스라엘은 논란 끝에 참여하기로 했으나 VIP 사전 관람(프리뷰) 첫날인 16일(현지시간)부터 파행을 겪었다. 작가 루스 파티르와 큐레이터인 미라 라피도트와 타마르 마르갈릿이 이날 이스라엘관에 “휴전과 인질 석방 합의가 이뤄지면 전시장을 열 것이다”라는 안내문을 붙이면서다. 이는 이스라엘 정부에 사전 통보없이 진행됐다. 앞서 대량학살 반대 예술 연맹(ANGA)의 이스라엘의 전시 참가 금지를 요구하는 청원 운동에 예술가, 큐레이터, 문화계 인사 등 2만3000명 이상이 서명했으나, 젠나로 산줄리아노 이탈리아 문화부 장관은 이에 대해 “베니스 비엔날레는 언제나 자유, 만남, 대화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며 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탈리아가 주권 국가로 인정하지 않은 팔레스타인은 팔레스타인 도시인 헤브론과 베들레헴 기반 예술가 연합 ‘사우스 웨스트 뱅크’에서 공식 병행전시로 작품이 공개된다. 공식 병행전시는 베니스 비엔날레 사무국의 심의 승인을 받은 후 약 2만 유로(약 3000만원)의 참가비를 내고 여는 전시를 말한다.

역사상 최초의 남미 출신 아드리아노 페드로사(59) 예술감독이 총괄하는 본전시에는 그간 백인 중심의 서구 사회에서 조명받지 못했던 예술가의 도발적인 작품들이 전시장을 채울 예정이다. 특히 올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하마스가 전쟁을 벌이는 가운데 행사가 시작되는 만큼 본전시 주제도 ‘외국인은 어디에나 있다(Foreigners everywhere)’로 정해졌다.

331명이 참여하는 본전시에는 한국 작가 4명이 이름을 올렸다. 오로지 나무에 반해 40년을 아르헨티나에 머물다 구순을 앞두고 뒤늦게 ‘발견’된 한국 1세대 여성 조각가 김윤신(89)과 기록되지 않은 국내 퀴어 역사를 탐구하는 이강승(46) 작품이 소개된다. 작고 작가인 ‘한국의 미켈란젤로’ 이쾌대와 월전 장우성의 작품도 본전시를 찾는다.

한국관 30주년 특별전시가 열릴 몰타 기사단 수도원 회랑 전경.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은 4개의 병행전시로도 베니스를 물들인다. 유영국미술문화재단은 한국의 자연을 서양의 추상 언어로 대담하게 해석한 유영국의 회화적 성취를 알리는 첫 유럽 개인전을, 한국근현대미술연구재단은 한국 최초의 여성 추상미술 화가인 이성자의 대표작을, 한솔문화재단은 빌모트재단과 근현대 단색조 회화 작가인 이배의 ‘달집 태우기’로 한국의 미학을 알린다. 광주 비엔날레는 30년 동안 광주 비엔날레 역사와 변화를 다룬다.

올해 한국관 건립 30주년을 맞아 대규모 특별전시도 열린다. 12세기 중세 건축물인 베니스 몰타기사단 수도원에서 열리는 ‘모든 섬은 산이다’ 전시다. 역대 한국관 작가 38명(팀)의 당시 전시작부터 신작까지 총망라한 80여 점이 펼쳐질 예정이다.

한편 1995년 개관한 한국관은 첫 회에 전수천을 시작으로 강익중(1997년), 이불(1999년)까지 3회 연속 특별상을 받았다. 백남준이 독일관 대표로 참여했던 1993년 당시 독일관은 최고 작가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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