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마우리치오 폴리니의 2001년 뉴욕 카네기홀 연주 모습. [AP/연합] |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세계적인 ‘피아노 거장’인 이탈리아 출신의 마우리치오 폴리니가 별세했다. 향년 82세.
코리에레 델레 세라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폴리니가 23일(현지시간) 북부 도시 밀라노의 자택에서 별세, 아내 말리사와 음악가인 아들 다니엘레가 고인의 임종을 지켰다.
고인과 깊은 인연을 맺은 라 스칼라 극장은 성명을 통해 “우리 시대의 위대한 음악가 중 한 명이자 50여 년간 극장의 예술적 토대가 된 마우리치오 폴리니의 죽음을 애도한다”고 전했다.
건축가 지노 폴리니의 아들로 1942년 밀라노에서 태어난 고인은 다섯 살에 피아노를 처음 쳤고, 1960년 18세의 나이로 세계 최고 권위의 쇼팽 국제 피아노콩쿠르에서 만장일치로 우승하며 국제 무대에서 찬사를 받았다. 당시 심사위원이던 아르투르 루빈스타인은 “저 소년이 기교적으로 우리 심사위원들보다 더 잘 친다”라고 극찬했을 정도다.
그는 완벽주의자 피아니스트였다. 악보를 찍어낸 것처럼 완벽하고 깔끔한 테크닉의 정석으로 연주한 폴리니에 대해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악보의 X선 사진과 같은 연주”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폴리니는 ‘쇼팽의 정석’, ‘쇼팽의 대명사’로 불리는 ‘쇼팽 스페셜리스트’였다. 베토벤, 슈만, 쇤베르크, 스트라빈스키 등 현대 음악가로 레퍼토리를 확장해 갔음에도 그의 음악 인생에서 쇼팽은 빼놀을 수 없었다.
60년이 넘는 기간동안 폴리니는 고령에도 왕성한 활동을 해왔다. 예술계의 노벨상이라 일컬어지는 에른스트 폰 지멘스 음악상을 비롯해 일본 프래미엄 임페리얼상, 영국 로열필하모닉협회 음악상, 그래미 어워즈, 디아파종상 등 저명한 음악상을 다수 받았다. 2020년 3월에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프로젝트의 끝을 장식하는 앨범을 낸 명실상부 ‘피아노의 황제‘였다.
한국도 찾을 계획이었다. 2022년 5월, 2023년 4월에 내한 리사이틀을 열기로 했으나 건강 문제로 취소됐다. 당시 한국 관객에게 보낸 서한에서 그는 “한국을 처음으로 방문해 예술의전당 공연을 고대하고 있었지만, 건강상 문제로 여행을 할 수 없기에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이른 시일 내에 한국 관객분들을 만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으나, 이제는 그를 볼 수 없게 됐다.
폴리니의 장례식은 고인이 평소 애착을 가졌던 라 스칼라 극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라 스칼라 극장은 “폴리니는 우리 시대의 위대한 음악가 중 한 명이자 50년 넘게 극장의 예술적 삶에서 근본적인 기준이 된 인물”이라며 추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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