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3일부터 2024교향악축제
같은 달 23일엔 서울스프링음악제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SSF 제공] |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해마다 이맘 때가 되면 찾아오는 클래식 음악 축제가 있다. 살랑이는 봄바람과 따스해진 햇살에 실린 클래식 선율이 계절의 변화를 알리는 듯 하다. 바야흐로 ‘봄의 제전’이 시작되는 떄다.
클래식 음악 축제 ‘전통의 삼총사’가 다시 뭉쳤다. 오는 3월 말부터 5월까지 클래식 애호가들은 통영에서 예술의전당으로, 윤보선 고택으로 향할 ‘클래식으로의 여정’을 계획해야 할 떄다. 통영국제음악제를 시작으로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가 연이어 관객을 맞을 준비를 마쳤다.
세계적인 작곡가 진은숙이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2024 통영국제음악제(3월 29일~4월 7일)는 ‘순간’을 기억하는 음악으로 일주일을 채운다.
진 감독은 올해로 22회를 맞은 음악제를 꾸리며 올해 주제를 ‘순간 속의 영원’(Eternity in Moments)으로 잡았다. 그는 “통영국제음악제에서 연주되는 모든 곡 하나하나가 영원히 기억에 남을 아름다운 순간들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번 통영국제음악제엔 헝가리의 현대음악 작곡가 페테르 외트뵈시, 프랑스의 ‘스타 연주자’ 비올리스트 앙투안 타메스티, 피아니스트 베르트랑 샤마유, 플루티스트 에마뉘엘 파위가 각각 레지던스 작곡가와 연주자로 참여한다. 지난해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의 우승자 정규빈,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김서현도 올해 통영과 함께 한다.
통영국제음악제 [통영국제음악재단 제공] |
통영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 함께 하는 개막 공연에선 지휘자 스타니슬라프 코차놉스키가 베를리오즈 ‘이탈리아의 해럴드’와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셰헤라자데’를 연주한다. 그는 오는 31일에도 라벨 피아노 협주곡 G장조와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 드뷔시 ‘바다’ 등을 들려준다. 마르쿠스 슈텐츠가 지휘를 맡은 폐막 공연에선 달바비 플루트 협주곡, 외트뵈시 ‘스피킹 드럼’,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을 연주한다.
통영국제음악제만의 색깔과 깊이를 보여주는 무대는 단연 초연작이다. 페테르 외트뵈시의 ‘시크릿 키스’(2018)의 한국 초연, ‘오로라’(2019) 아시아 초연, 사이먼 제임스 필립스의 신작 ‘스레드’(THREAD) 세계 초연, 한국 작곡가 이한의 신작 세계 초연 등이다.
특히 외트뵈시 ‘시크릿 키스’(2018)와 ‘오로라’(2019)는 2020년에 통영에서 한국 초연이 예정됐었으나 코로나19의 여파로 음악제가 취소되면서 4년이 지난 지금에야 무대에 오르게 됐다.
지난 1989년 시작한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4월 3~28일)는 다시 4월로 돌아왔다. 지난해 6월로 행사 시기를 늦추면서 ‘봄 축제 삼총사’ 자리에서 빠지다 1년 만에 복귀했다. 각 지역을 대표하는 23개 오케스트라가 빚어내는 마법 같은 음악에 한껏 취할 시간이다.
올해는 ‘더 웨이브(The Wave)’라는 부제로 23일 간의 여정을 시작한다. 국·공립교향악단 20곳과 민간 악단 3곳(한경아르테필하모닉, 심포닉송,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이 함께 한다.
교향악 축제의 문을 여는 주인공은 KBS교향악단 음악감독이자 도이치 방송교향악단 수석지휘자인 피에타리 잉키넨이다. 그는 내달 3일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과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Op.77) 및 시벨리우스 교향곡 2번 등을 들려준다.
올해는 특히 모든 악단이 저마다 다른 곡을 연주한다. 매회마다 각기 다른 61곡의 교향곡과 협주곡을 만나는 기회다. ‘교향곡 3대 거인’으로 불리는 브루크너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제주특별자치도립 제주시립교향악단과 인천시립교향악단이 각각 ‘제4번(낭만적)’, ‘제7번’을 연주한다. 쇼스타코비치의 작품 7곡도 각 악단을 통해 만난다.
'2024교향악축제' [예술의전당 제공] |
초연곡도 있다. 군포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푸치니와 카셀라의 한국 초연곡을,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는 폴란드 수교 35주년을 맞아 펜데레츠키의 비올라 협주곡(협연 로베르토 디아즈)을 연주한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는 교향악축제 창작곡 공모를 통해 위촉한 임형섭의 창작곡 ‘하윌라’를 세계 초연으로 선보인다.
해외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한국인 단원들이 협연자로 함께 하는 것도 눈여겨볼 지점이다.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제2바이올린 악장 이지혜(4월19일, 서울시립교향악단),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악장 이지윤(4월 3일, KBS교향악단), 툴루즈 카피톨 국립 오케스트라 제1악장 김재원(4월 27일,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핀란드 방송교향악단 오보에 수석 함경(4월 7일, 공주시충남교향악단), 파리국립오페라 클라리넷 수석 김한(4월 12일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베를린 방송교향악단 바순 수석 유성권(4월 24일 과천시립교향악단)등이 협연자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봄의 클래식 축제의 막내 격인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4월 23일~5월 5일)도 돌아온다. 올해로 19회를 맞는 음악제다.
도시의 이름을 전면에 대세운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SSF)의 올해 주제는 ‘가족’이다. ‘올 인 더 패밀리’(All in the Family)라는 주제로 ‘가족’의 의미를 다양한 각도에서 해석했다. 13일간 총 14회, 60인의 예술가들이 함께 하는 자리다.
강동석 예술감독은 “다양한 종류의 가족들, 다채로운 스타일의 음악, 다양한 민족의 작곡가, 가족 연주자, 익숙하거나 덜 알려진 작품, 한국 초연 등을 탐험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음악 사조(思潮)에 따른 악파(樂派)들을 일일 주제에 담았고, SSF 음악가 부부들의 앙상블, 피를 나누진 않았지만 가족처럼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춘 베테랑 앙상블, 동일 국적과 민족적 배경을 가진 작곡가들, 시대를 앞선 선구자적 작곡가들, 탄생과 죽음 등에서 유사한 개인사를 가진 작곡가들을 한데 묶었다.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SSF 제공] |
개막 공연(4월 23일,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은 ‘클래시컬 패밀리’라는 제목으로 고전파 음악가들의 작품을 나눈다. 리스, 모차르트, 슈베르트, 드레르스망 등을 연주하고 바이올리니스트 대니구, 피아니스트 문지영이 함께 한다. “‘나 혼자 산다’(MBC)에 출연한 대니 구의 개막 공연 소식에 이미 예매 열기가 굉장히 뜨겁다”는 것이 축제 관계자의 귀띔이다.
‘비극의 패밀리’(4월 26일, 예술의전당 IBK홀)라는 제목 하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작곡가를 선보이고, ‘선민’(4월 27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을 제목으로 ‘선택된 자들이라 말하는 유대인 작곡가들’의 곡을 모은 것도 흥미롭다. 이날 연주에도 대니구가 출연한다. 부부 음악가 조영창·이화윤, 무히딘 뒤뤼올루·마린 할린크, 제이미 라레도·샤론 로빈슨의 날(5월 3일, 예술의전당 IBK홀)도 마련했다.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의 상징인 윤보선 고택 음악회(4월 27일)는 2024년 기념의 해를 맞은 작곡가들의 곡을 골랐다. 올해는 쇼팽 서거 175주년, 푸치니 & 포레 서거 100주년, 드보르작 서거 120주년, 슈트라우스 서거 125주년, 스메타나 탄생 200주년 등이다. 피아니스트 김다솔·노부스 콰르텟, 첼리스트 조영창·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 비올리스트 김상진 등이 함께 한다.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