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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주 100만명 떠났습니다…성과주의 원칙 맞나요?” 총출동 삼성 경영진 향한 토로 [비즈360]
주요 경영진 13명, 주주들과 대화 나서
“HBM 놓쳤다” “성과주의 인사원칙 어딨냐” 질문세례
정면 돌파 택한 사장단…겸허히 비판 수용
삼성전자 주요 경영진들이 20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5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사업전략을 공유하고 주주와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삼성전자 제공]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무려 100만명의 주주가 삼성전자를 떠났다는데 만약 실적 위주의 경영을 하신 고(故) 이병철 회장님이 지금 이 자리에 계셨다면 앞에 있는 임원분들이 여기에 앉아 계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삼성전자 주주)

삼성전자 주요 경영진들이 처음으로 주주들 앞에 섰다. 올해 주총에 마련된 ‘주주와의 대화’ 자리를 통해서다. 주주들은 경영진들을 향해 날선 질문을 쏟아내며 비판을 이어갔다. 경영진은 주주들의 불만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다양한 의견을 경청했다.

삼성전자는 20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 55기 정기 주총에서 처음으로 ‘주주와의 대화’ 자리를 마련했다. ▷한종희 부회장 ▷박학규 사장 ▷노태문 사장 ▷김우준 사장 ▷용석우 사장 ▷김용관 부사장 ▷전경훈 사장 ▷이영희 사장 ▷송재혁 사장 ▷박용인 사장 ▷최시영 사장 ▷이정배 사장 ▷경계현 사장 등 주요 경영진 13명이 단상에 직접 올랐다.

삼성전자가 20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주주, 기관투자자,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제55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삼성전자는 주주총회에서 사업전략을 공유하고 주주와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삼성전자 제공]

경영진들의 총출동에 주주들은 ‘폭풍 질문’을 이어갔다. 특히, HBM 시장 주도권을 놓친 것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주주 A씨는 “기업에 제일 중요한 건 시장 트렌드를 파악하는 건데, 이미 10년 전이 AI가 도래할 것이라고 모두가 예상했다”며 “그런데 삼성은 HBM을 놓쳤고, 결국 적자가 나는 SK하이닉스 주가가 100% 반등할 때 흑자가 나는 삼성전자는 30% 정도 수준만 오르는 상황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트렌드를 읽었으면 최고경영진은 비즈니스 아이템을 노출하는 인사이트를 가져야 되는데 2019년에 HBM 개발팀을 해체하는 바람에 좋은 기회를 날리지 않았냐”며 “이것을 레슨런(lesson learn)으로 생각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예탁결제원이 ‘지난해 12월 결산 상장법인 주식 소유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주는 521만6409명으로 2022년 말 기준 638만755명에서 18.2% 감소했다. 지난해 삼성전자 주가가 6만∼7만원대에서 장기간 머물며 오르지 못한 데다 이차전지 열풍이 워낙 거셌던 탓에 100만명 넘는 개인 투자자들이 이탈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경계현 DS부문장은 “삼성이 근원적인 경쟁력이 있었다면 시장과 무관하게 사업을 좀더 잘 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며 “올해는 근본적으로 근원적인 경쟁력을 회복해서 시장에 좀 영향을 덜 타는 사업을 만들어가겠다”고 약속했다.

성과주의 인사 원칙을 언급하며 경영진들의 책임을 묻는 지적도 나왔다.

주주 B씨는 “망가진 삼성전자의 실적을 가지고 작년과 동일하게 같은 임원들이 이 자리에 앉아 계시는 모습을 보고 있다”며 “실적 위주의 경영을 하신 고 이병철 회장님이 이 자리에 계셨다면 앞에 있는 임원분들이 여기에 안전하게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다른 주주 C씨도 “삼성전자 인사 원칙은 성과 위주라고 알려져 있는데, 회사에서는 (연말) 임원 인사에 대해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 안정을 도모한다’고 발표했다”며 “어느 부분의 안정을 의미하는지 자세한 설명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CEO 선정 기준에 대해서도 질의드리는데, 미래의 불안한 경영 상황을 다시 맞이하게 된다면 회사는 다시 안정을 우선으로 둘 건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20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주주, 기관투자자,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제55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삼성전자는 주주총회에서 사업전략을 공유하고 주주와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삼성전자 제공]

이에 한종희 부회장은 “주주님께서 말씀해주신 부분 잘 새겨듣겠다”며 “올해말 인사에 대해서는 말씀드리기 이른 시점으로, 성과주의 인사 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면밀히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갤럭시S24 시리즈’의 AI 기능 업데이트 확대, 사전예약 시 온라인몰 오류 문제 등 일반 소비자들의 서비스 개선에 대한 애로사항도 나왔다.

이에 노태문 MX사업부장 사장은 “갤럭시 AI는 기존 클라우드 기반 뿐 아니라 하드웨어 성능에 영향을 많이 받고 있는 온디바이스 AI 기술을 결합해 제공하는 하이브리드 AI 방식을 지향하고 있다”며 “하드웨어의 성능 제약을 감안해서 제대로 된 갤럭시 AI를 경험할 수 있는 제품을 지원하기 위핸 계획을 가지고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몰 오류에 대해서도 “저희들도 이 부분을 빠르게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앞으로 개선시키도록 하겠다”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충분한 캐파를 확보하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전예약은 예상보다 높은 접속량을 보여주고 있어 불편을 끼쳐드린 점 죄송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삼성전자는 올해 주총 현장에서 주주들이 삼성전자의 대표 사회공헌 및 상생 활동을 이해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C랩 스타트업 ▷상생마켓(스마트공장 지원업체) ▷SSAFY ▷희망디딤돌 부스 등 다양한 전시를 준비했다. 또한 주주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주총 무대를 딱딱한 직선에서 곡선으로 변경하고, 높이를 낮추는 등 친근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jakme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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