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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에는 돈으로” 美 반도체 압박에 ‘범용칩’ 찍는 中…삼성·SK 수익성 불똥? [비즈360]
미국, 주요 반도체 기업에 보조금 본격 지급
중국, 35조 규모 산업투자펀드로 ‘홀로서기’
미국 압박, 중국 범용 반도체 생산증가 야기
향후 공급 과잉 시 삼성과 SK의 수익성 영향

[123rf]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통상 갈등이 ‘쩐의 전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미국은 자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을 짓는 TSMC에 6조5000억원 수준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조만간 삼성전자에 대한 보조금도 확정짓는다. 이에 맞서 중국은 역대 최대 규모의 국가 반도체 펀드를 조성하고 레거시(범용) 반도체에 집중해 미국의 수출 규제를 극복하겠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양국의 전쟁이 수년 내 반도체 공급 과잉 등 후폭풍을 야기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삼성·SK에게 미칠 영향도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美, TSMC에 약 6.5조원 지급 전망…中, 35조원 규모 펀드 ‘맞불’=지난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정부가 칩스법(Chips Act)에 따른 보조금으로 TSMC에 50억 달러(약 6조5800억원) 이상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은 자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을 짓는 기업들에게 대규모 보조금을 지급하는 법안을 지난 2022년 발효했다. 생산 보조금 390억 달러(약 52조 원), 연구개발(R&D) 지원금 132억 달러(약 18조원) 등이다.

현재까지 보조금이 지급된 사례는 3건에 불과하다. 반도체 기업들이 신청한 보조금 규모가 미국 정부가 실제로 지원하는 금액을 훌쩍 뛰어넘는 700억 달러에 달하기 때문이다. 현재 각 기업은 보조금 지원 규모를 늘리기 위해 미국 정부와 치열한 물밑 협상을 펼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인텔에는 직접 보조금 35억달러와 대출 등을 포함해 100억달러 이상을 지원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건설 중인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에 대한 지원금도 이달 중 확정될 전망이다. 올해 대선이 예정된 만큼, 연내 보조금 지급 기업 선정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에서 반도체 지원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 [로이터]

미국은 동시에 중국에 대한 규제도 강화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최근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이 중국 D램 제조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를 포함한 6개 기업에 대해 미국의 기술에 접근하지 못하게 제한하는 소위 블랙 리스트(entity list)에 올리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미 정부는 저사양 칩에 대한 수출 규제도 강화하며 중국에 대한 고삐를 죈 바 있다.

이에 맞서 중국은 정부의 천문학적 지원과 자본력을 바탕으로 ‘반도체 자급자족’을 위한 홀로서기에 나서고 있다. 외신 등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270억 달러(약 35조6400억원) 규모의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펀드 조성에 나섰다. 앞선 ‘빅펀드 I’(2014~2018년)과 ‘빅펀드 II’(2019~2023년)에 이은 3차 펀드다.

[로이터]

최첨단 대신 범용 반도체 노리는 중국…“공급 과잉으로 가격 인하 우려”=문제는 미중 반도체 쩐의 전쟁이 장기적으로 삼성·SK를 포함한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의 수익성 악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점이다.

현재 중국이 노리는 건 레거시(범용) 반도체다. 미국 정부가 EUV(극자외선) 노광장비 등 최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 수출을 철저하게 차단하는 상황에서 보다 현실적인 목표인 저사양 반도체 시장에 힘을 쏟는 것이다.

고선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중국은 지난해 10월 첨단보다 통상 20나노 이상을 지칭하는 레거시에 집중하는 것으로 정책 노선 변경을 공식화했다”며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레거시 반도체 시장 내 중국 비중이 2027년 33%까지 올라올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레거시 반도체 장비 수입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중국의 반도체 장비 수입액은 전년 대비 14% 이상 증가한 396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5년 이후 둘째로 많은 금액이다. 특히, 지난해 12월 중국이 네덜란드에서 수입한 반도체 장비는 11억1000만달러 규모로, 전년 동기(1억1000만달러) 대비 10배 가량 폭증했다. 동시에 장비업체들의 중국 의존도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일본 반도체 장비업체들의 중국 의존도는 55%로, 지난해 1월 29%에서 2배 가까이 급증했다.

[게티이미지뱅크]

문제는 수십조원의 정부 지원금을 업고 중국의 반도체 생산 능력이 수년 내 크게 증가할 것이란 점이다. ‘칩 워(반도체 전쟁)’의 저자인 크리스 밀러 터프츠대 교수는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반도체 생산 능력은 향후 3년 동안 60%, 5년 동안 두 배 수준으로 늘 수 있다”고 전했다.

저렴한 중국산 반도체가 시장에 쏟아지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다른 반도체 회사들의 수익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저가경쟁으로 중국이 잠식한 LCD, 태양광 패널 시장과 같은 일이 반도체 시장에서도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최첨단 반도체 기술 경쟁이 격화되고 있긴 하지만, 일반 가전제품과 IT기기에는 레거시 반도체도 들어가기 때문에 시장 수요는 꾸준할 것”이라며 “미국의 중국 제재가 장기적으로는 다른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에게 가격 인하로 인한 수익성 악화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jakme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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