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의 터널에 허덕여왔던 대중(對中)수출이 20개월 만에 살아난 것은 고무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월 대중수출은 107억달러로, 지난 2022년 5월 이후 1년8개월만에 플러스로 전환했다. 이에 힘입어 지난달 전체 수출은 전년에 비해 18% 늘어난 546억9000만 달러를 달성했다. 새해 첫달의 희소식으로 올해 수출 턴어라운드 기대감이 커지며 정부가 사상 최대치로 잡은 7000억달러 수출목표에도 청신호가 울렸다.
대중수출이 날개를 다시 편 것은 반도체의 선전 덕이다.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10월 플러스로 돌아서며 기지개를 켜더니 3개월이 지난 1월에 56% 급증했다. 이는 반도체 호황이었던 2017년 12월(64.9%) 이후 두번째로 높은 증가세다. 반도체 수출 회복세가 뚜렷해진 것은 지난해 빙하기였던 정보기술(IT) 수요가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특히 CES 2024, 스위스 다보스포럼 등에서 확인했듯이 새해벽두부터 화두가 집중된 인공지능(AI) 시대를 향한 거센 물결이 반영됐다. 통상 1월은 IT 비수기인데 AI 서버 확산 덕택에 고가인 고대역폭 메모리 반도체(HBM) 수요가 늘어나면서 반도체 수출 부활로 이어진 것이다.
‘1월 수출 낭보’는 반갑지만 샴페인은 거두고 경계를 늦춰선 안된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올해 중국 경제 회복 여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며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겹치다보니 대중 수출 질주가 계속될지 확신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일시적 대중수출 회복이 아닌지 ‘경우의 수’를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만큼 대중수출에 대한 악재는 산적해 있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글로벌 반도체 패권을 둘러싼 ‘공급망 혈투’가 대표적인 예다. 최근 미국 반도체 업계가 한국 등 동맹국의 기업도 중국에 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장비를 팔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은 그 전조다. 미국이 더 파상적으로 중국 반도체 견제를 촉구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미국의 압박 강도가 세지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중국 반도체 사업비중이 큰 K반도체는 곧장 영향권에 들어선다. 미국의 대중 제재 흐름에 크게 반하지 않으면서도 중국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반도체는 15대 주력 수출품목 중 가장 비중이 큰 분야다. 미·중 공급망 싸움에 휘둘리지 않고 우리 이익을 극대화할 현명한 해법이 중요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기업이 대외적 변수라는 격랑에 흔들리지 않도록 아낌없이 지원을 하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반도체 수출 활성화와 우리 경제 회복을 위해 기업들이 원하는 원자재 세제 지원과 법인세 인하에 ‘도우미’로 적극적으로 나설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