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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슈타인 만난 몽환적인 한강…“당신의 원더랜드는 어딘가요?” [요즘 전시]
리만머핀 4인 그룹전 '원더랜드'
‘이상한 나라 앨리스’가 모티브
유귀미, Night River, 2023. [리만머핀 서울 제공]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Look at your jeans, hot stuff / 너의 soft한 knee socks / 불안할 때마다 / 손깍지를 꽉 낄게’

래퍼 원슈타인이 달달한 목소리로 부른 ‘적외선 카메라’ 노랫말과 곡의 무드처럼, 늘 봐왔던 한강이 어딘가 묘하게 몽환적이다. 작가 유귀미(39)가 그린 ‘Night River(나이트 리버)’. 그는 이 곡을 들으면서 저마다의 추억이 깃든 한강의 야경을 그렸다. 그래서일까. 붉게 피어오른 둥근 달부터 가로수의 빛까지 그림 속 대상의 테두리가 잔상을 남기며 신비롭게 반짝인다. 사랑에 빠진 연인이 바라본 세상인 듯, 시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난 따스한 공기가 캔버스를 파고든다.

한국을 떠나 영국 런던에서 유학을 마친 후 미국 동부와 서부에서 거주한 그는 “다시 한국에 가서 꼭 한 번 한강을 그려보고 싶었다”며 “반포와 뚝섬 인근 한강을 오가며 본 풍경에 한강에서 만난 사람들을 더욱 강조하는 방향으로 재조립해 그렸다”고 말했다.

유귀미, Night River, 2023. 부분 확대 이미지. [리만머핀 서울 제공]
유귀미, Green Lake, 2023. [리만머핀 서울 제공]

15일 서울 한남동 소재 리만머핀 서울은 한국과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한국계 작가 4인의 그룹전 ‘원더랜드’로 새해 첫 전시를 시작했다. 미국계 갤러리인 리만머핀은 그간 해외 작가와 한국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는 2인전으로 간간이 한국 작가를 소개하긴 했지만, 한국 작가들로만 구성한 전시는 2017년 한국 진출 이후 처음이다.

이번 전시는 평론가와 큐레이터로 활동하는 엄태근 크리에이티브리소스 대표가 게스트 큐레이터로 기획했다. 유귀미, 현남, 켄건민, 임미애 작가가 참여해 신작을 선보였다. 엄 대표는 “루이스 캐럴의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모티브로 기획했다”며 “다양한 연령, 성별, 지역에서 고유의 방식으로 같은 시대의 풍경을 바라본 작가들의 세계를 조망해 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켄건민, 1988-2012, 2023. 부분 확대 이미지. [리만머핀 서울 제공]

실제 전시에서는 한국을 떠나 해외로 이주한 작가들의 디아스포라(Diaspora, 이주)적 경험이 강하게 투영된 작품이 많았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생활하며 작업하는 작가 켄건민(48)은 이민자로서의 경험과 이로 인한 개인적 트라우마를 강렬한 색채로 담았다. 특히 유화에 자수를 더한 회화 작업이 고대 신화 이미지와 결합하면서, 입체적으로 재해석된 고대 동판화 스케치를 떠올리게 한다. 그의 작품 ‘1922 Western Avenu(웨스턴 에비뉴)’에는 잔잔한 호수 밑에서 문어와 가재를 잔인하게 물어뜯는 다채로운 물고기들의 잔혹한 모습이 동화처럼 표현됐다. 눈부신 햇살이 출렁이는 수면 위 세상은 평온하다.

켄건민, 1922 Western Avenu, 2023. [리만머핀 서울 제공]

작가는 “1992년 LA 폭동 때 코리아타운이 무차별적으로 희생 당해야 했던, 이민자들이 겪는 차별을 간접적으로 표현했다”며 “한국 흑인 사회 사이에서 무력 충돌이 일어났지만, 신고를 받고도 미국 경찰은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시 경찰은 중산층 이상이 살고 있는 고급 주택가로 갔다. 백인 사회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작가 현남(35)의 조각 작품은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가벼운 건축 산업 재료로 폐허가 된 현대 도시 모습을 은유적으로 시각화했다. 특히 그의 작품은 폴리스티렌 덩어리에 굴을 파내고, 다른 재료를 넣고 굳힌 뒤, 열을 가해 폴리스티렌을 떼어내는 ‘네거티브 캐스팅’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작가 임미애(61)는 구상과 추상의 경계에서 만들어지는 규정할 수 없는 움직임을 포착한 회화를 선보였다. 그의 작품 전시는 국내에서는 처음이다. 화면 속 파편적인 이미지는 10대 때 하와이로 이민을 간 뒤 뉴욕에 정착하면서 경험한 작가의 디아스포라 삶에서 기인했다. 전시는 다음 달 24일까지.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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