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거래를 승인하면서 ‘실체없는 거품’ 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던 비트코인이 사실상 제도권 자산으로 편입됐다. SEC는 지난 10년간 비트코인이 안전성 측면에서 적절한 투자자 보호 장치가 없다는 이유로 현물 ETF의 승인을 거부해왔으나 법원 판결에서 패소하자 결국 자산시장 진입을 허용했다.
비트코인 선물을 기반으로 한 ETF는 이미 2021년 미국 등 글로벌 증시에 상장됐고 같은 해 캐나다에서는 현물 ETF도 상장됐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 중심지인 미국에서의 현물 ETF의 승인은 처음이다. 파생상품 성격의 선물 ETF와 달리 현물 ETF는 증권거래소에서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어 매매 접근성에서 차원이 다르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 등이 신청한 11개 펀드가 시장에 나올 예정이고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 등 다른 가상자산 현물 ETF의 출시도 잇따를 전망이다. 비트코인의 현재 시가총액은 9153억달러에 달해 테슬라(7439억달러)보다 크다. 영국 투자은행 스탠다드차타드는 “현물 ETF 승인으로 기관의 비트코인 투자가 일반화할 것”이라며 “올해만 최대 1000억달러(약 131조원)가 유입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격 널뛰기가 극심해 투기적 요소가 강한 비트코인을 제도권 자산시장에 편입하는 게 맞느냐는 논쟁은 지금도 진행중이다.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위원회의 결정은 증권이 아닌 비트코인을 보유한 ETF에 국한된 것”이라며 “투자자들은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연계 상품과 관련한 리스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은 물론 중국도 가상자산의 생산·소유·유통·거래를 규정하고 디지털 화폐 발행 등 관련 산업을 육성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비트코인이 확실히 투자 자산으로 자리 잡았다고 생각한다”며 “비트코인 ETF가 투자자산으로서 어느정도 가치가 있고 안전성이 있는지 시험할 시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는 미래 성장산업인 블록체인 활성화의 매개체라는 시각과 금융불안을 키우는 투기의 온상이라는 시각이 공존한다. 우리는 후자 쪽에 크게 기울어 있다. 법·규정도 미비할 뿐 아니라 규제 일변도다. 그러나 세계는 지금 투자자를 보호하면서도 코인산업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이미 미국 등 주요국 정부, 테슬라 같은 유명 대기업과 세계적 부호들이 비트코인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막는 것만이 능사가 아닌 것이다. 가상자산의 제도권 포용은 더 확산될 공산이 크다. 떠밀려 하지말고 선제적으로 법과 제도를 정비해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