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문화 출발지 ‘정동’의 정체성 표현
국립정동극장에서 열린 2024 정동시즌 헬로정동 기자간담회에서 정성숙 대표가 2024년 국립정동극장의 방향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조선 최초로 쌍꺼풀 수술을 한 오엽주의 삶을 다룬 뮤지컬 ‘아이참’, 한센인들을 위해 헌신한 두 간호사의 이야기를 그린 ‘섬: 1933~2019’, 민요·만요·근대가요 등 다양한 유행가 속에서 피어난 춤을 담은 ‘모던정동’.
‘근대의 멋’이 되살아난다. 재건축을 앞둔 국립정동극장은 정동에서 만나야 가장 빛날 수 있는 작품으로 한 해를 채운다.
정성숙 국립정동극장 대표는 지난 10일 서울 중구 정동극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년 창립 30주년과 재건축을 앞두고 올해는 근대 문화 출발지인 정동 일대의 역사와 문화를 소재로 한 작품을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올해 정동극장은 ▷2차 제작극장으로서 역할 강화 ▷차별화된 콘텐츠 ▷예술단 활성화 ▷재건축 추진 등을 중심으로, 총 28편·448회 공연을 이어간다.
국립정동극장이 마주하고 있는 가장 큰 과제는 재건축이다. 정 대표는 “정동 일대가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어 문화재위원회 통과가 쉽지 않았는데, 지난해 5월 심의를 통과했다”며 “개관 30주년을 맞는 내년 하반기에 착공, 2028년 준공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확한 시기는 결정되지 않았다.
당장 내년부터 재건축에 돌입하는 만큼 국립정동극장이 정동에서 보내는 기간은 약 2년 정도다. 올해는 극장의 정체성과 지역의 역사성을 살린 작품에 주력을 뒀다.
정 대표는 “취임 초기부터 근대 역사와 문화를 소재로 한 정동만의 콘텐츠 개발에 우선순위를 뒀다. 이러한 작품으로 정동극장의 정체성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2024 정동시즌 헬로정동 기자간담회 [연합] |
국립정동극장의 지리적 위치는 특별하다. 첫 서양식 극장인 원각사, 현재의 서울시립미술관 자리에 있던 경성법원, 배재학당, 러시아공사관 등이 위치했던 곳으로 근대의 문화를 지금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이를 국립정동극장만의 차별점과 정체성으로 삼아 올렸던 첫 작품이 지난해 12월 무대에 오른 뮤지컬 ‘딜쿠샤’다. 근대 외신기자였던 앨버트 테일러의 가옥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올해에는 조선 최초의 미용사 오엽주를 모티브로 한 뮤지컬 ‘아이참’을 비롯해 음악극 ‘섬:1933~2019’, ‘모던정동’, 한국전통춤꾼의 무대를 만나는 ‘세실풍류’를 선보인다.
정동의 정취를 담은 작품을 포함해 올 한 해 국립정동극장은 작품성과 대중성을 두루 갖춘 신작 4편, 레퍼토리화를 목표로 제작한 15편, 브랜딩 공연 9편을 선보인다.
3년 만에 돌아오는 1인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배우 송승환의 ‘더 드레서’도 기대작이다. 송승환은 “코로나19가 심할 때 초연해 극장이 셧다운되며 취소를 반복했고, 재연 때도 거리두기로 객석을 다 채우지 못했다”면서 “이번엔 객석을 꽉 채우고 싶다. 전석 매진이 목표다”고 말했다. 지난해 초연으로 제8회 한국뮤지컬어워즈 4개 부문 후보에 오른 뮤지컬 ‘비밀의 화원’은 1년 만에 돌아온다.
연극 ‘이것은 사랑이야기가 아니다’는 2023년 국립정동극장 세실의 ‘창작ing’ 선정작으로 첫 선을 보였고, 2024년에는 국립정동극장 무대에 오른다. 이 작품은 약 100년간 대한민국에서 퀴어로 살아가는 두 여성의 궤적을 밟는 ‘퀴어 생애사’를 담았다. 2차 제작극장의 역할을 강화하고자 하는 국립정동극장의 지향점에 맞는 작품이다.
정 대표는 “창작 작품들 가운데 초연 이후 무대에서 사라지는 사례가 많다”며 “이 중 좋은 작품을 다시 한번 관객을 만날 수 있도록 지원하는 2차 제작극장으로서 역할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채로운 기획의 무용 시리즈와 전통 공연, 콘서트도 준비했다. 현대무용을 대표하는 안은미·안성수·안애순 안무가는 4월 열리는 무용 시리즈 ‘어느 봄날의 춤’을 통해 저마다 예술 세계를 연다. 청년 전통 공연예술 경연 프로그램 ‘청춘만발’, 작곡가의 음악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오걸작’ 콘서트, 테너 존노 등이 출연하는 클래식 콘서트 ‘비밀의 정원’과 금난새 지휘자의 브런치 콘서트 ‘정동팔레트’ 등 장르를 넘나드는 공연도 기다린다.
이수현 공연기획팀장은 “올해는 변화와 발전을 위한 지난 3∼4년의 노력이 성과를 맺는 해”라며 “올해 공연들로 내년에 다가올 30주년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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