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주택토지공사(LH)가 독점해온 공공주택 사업을 민간에 개방하기로 했다. LH독점 공급체제로 굳어져온 공공주택시장에 첫 경쟁시스템이 도입되는 것이다. 지난 4월 인천 검단신도시 지하주차장 붕괴, 철근누락 사태 이후 각종 비리 온상으로 지목돼 건설 카르텔 해체 요구가 빗발쳐왔다는 점에서 늦은 감이 있지만 다행스런 일이다. 그동안 LH는 조직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며 여러차례 혁신안을 내놓았지만 말 뿐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철근 누락 등에 따른 안전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는 미흡했다는 뜻이다. 외부의 힘을 빌린 이번의 혁신은 그래서 마지막 구조개혁이 돼야 할 것이다.
정부가 내놓은 개혁안은 파격적이다. 독점과 전관 혁파가 핵심이다. 우선 LH와 민간 건설사를 경쟁시켜 우수한 사업자가 공공주택을 많이 지을 수 있도록 하는 구조로 바뀐다. 설계·시공·감리 등 LH발주 규모가 연간 10조원 규모로 갈수록 커지면서 건설 관리 소홀, 부실 감리, 품질 저하의 악순환이 나타났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앞으로는 분양가, 하자 빈도, 입주민 만족도 등을 놓고 민간과 경쟁해야 한다. 수준을 높이지 않고는 그동안 앉아서 떠먹던 공공주택사업을 딸 수 없다는 의미다.
오랜 병폐인 전관 중심의 건설카르텔 혁파를 위한 방안도 눈에 띈다. 고위 전관이 취업한 업체의 입찰참여를 원천봉쇄하기 위해 퇴직자 취업 심사 대상을 2급에서 3급 이상으로 늘리고, 대상 기업도 200여개에서 4400여개로 확대한다. 취업 제한 업체 기준도 현재 자본금 10억원 이상, 매출액 100억원 이상에서 매출액 1억원부터 1000억원 이상으로 변경된다. 안전 항목을 위반하면 일정 기간 LH 사업 수주를 제한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도 도입한다. 모두 파급력이 큰 사안이다.
관건은 치솟는 원자재값과 고금리 상황에서 수익성이 높지 않은 공공주택 사업에 민간이 얼마나 참여할지다. 품질을 보장하려면 비용상승이 불가피해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는 택지를 싸게 공급하고 주택기금을 저리 지원하겠다는 방침인데, 사업성을 보장할 지원책이 따르지 않으면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 설계 시공 감리 선정권을 조달청에 넘기는 것도 카르텔 주체만 바뀌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다. 조달청은 청렴도 평가에서 중앙부처 중 꼴찌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또 다른 이권 카르텔이 작동할 여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무엇보다 공공주택은 값싸고 튼튼한 아파트를 서민에게 공급해야 하는 목적이 있다. 이런 공공성이 민간의 참여로 퇴색하지 않도록 현실성 있는 보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