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K 화질로 격돌했던 라이벌
중국이란 공통의 적도
용석우(왼쪽) 삼성전자 VD사업부장 사장, 박형세(오른쪽) LG전자 HE사업본부장 사장 [각사 제공] |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TV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TV 사업을 맡을 수장을 승진시켰다. 둘은 오는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될 예정인 세계 최대 가전대회 ‘CES 2024’에서 TV 사업을 이끌어갈 청사진을 공개하며 맞붙을 전망이다. 글로벌 TV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이 가성비를 앞세워 점유율을 야금야금 빼앗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차별화된 전략으로 위기를 타개해 나갈지 관심이 집중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최근 2024 정기 사장단 인사를 통해 용석우 VD사업부장과 박형세 HE사업본부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용석우 사장은 1970년생으로, 삼성전자의 최연소 사장으로 선임됐다. 지난 2018년 노태문 MX사업부장이 1968년생으로 최연소 사장으로 선임된 후 다시 기록을 경신했다. 용 사장은 전무 2년 만에 부사장으로 승진, 부사장 2년 만에 사장으로 승진이라는 ‘초스피드 승진’의 대표 주자다.
1966년생 박형세 사장은 홈엔터테인먼트 분야 전문가로 2019년부터 HE사업본부장을 맡았다. 최근 LG전자가 강조하고 있는 논-하드웨어 부문을 강화하는데 기여한 인물이기도 하다. 콘텐츠·서비스 혁신으로 TV 사업 포트폴리오를 하드웨어 중심에서 미디어·엔터테인먼트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주도해왔다.
이번 인사로 두 수장은 서로가 최대 라이벌이 됐다. 앞서도 8K 화질 문제로 용 사장과 박 사장은 정면 충돌한 바 있다. 2019년 9월 삼성전자의 8K TV 화질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이날 LG전자가 오전 설명회에서 자사 TV와 삼성전자 TV를 나란히 세우며 자사 TV가 더욱 선명하다는 주장을 펼치자 용석우 사장이 같은 날 오후 전면에 나서 반격했다. 해당 논쟁은 삼성전자가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로부터 2020년 ‘8K UHD’ 인증을 받으면서 마무리됐다.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3’에 설치된 중국 TCL의 전시장. 김민지 기자. |
동시에, 중국이라는 공통의 적을 견제해야 하는 같은 과제를 안고 있다.
글로벌 TV 시장 출하량이 13년 만에 2억대 아래로 떨어지는 사상 최악의 불황을 지나는 가운데, 삼성과 LG의 점유율은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TV 시장에서 매출 기준 29.9%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2.4% 포인트 올랐지만, 1분기(32%)와 비교하면 다소 떨어진 수치다. 누적 수량 기준 점유율도 전년 동기 대비 1.2%포인트 줄어든 19%에 그쳤다.
LG전자 역시 올 3분기까지 누적 매출 기준 16.4%를 기록했다. 누적 수량도 11.4%에 그쳤다.
반면, 중국 업체들은 조금씩 영향력을 넓히며 삼성 LG의 점유율 빼앗고 있다. TCL의 3분기 누적 매출 점유율은 10.4%로, 전년 동기 대비 1.1%포인트 늘었다. 하이센스도 8.6%에서 9.3%로 소폭 증가했다.
지난해 박형세 LG전자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본부장(당시 부사장)이 온라인간담회에 참석했던 모습[LG전자 온라인간담회 캡처] |
LG전자가 직면한 과제는 OLED TV 수익성 강화다. LCD TV보다 가격이 훨씬 비싼 OLED TV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0% 가까이 감소하는 등 더욱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이로 인해 LG전자의 올해 전체 TV 출하량은 전년 대비 7.4% 감소한 2291만대로 추정된다.
박 사장은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OLED TV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소프트웨어 분야인 웹OS에 집중해 수익성을 개선할 것으로 보인다.
박 사장은 콘텐츠·서비스 혁신을 통해 TV 사업의 포트폴리오를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위주로 재편하는데 기여한 인물이다. 최근 LG전자는 ‘2030년 미래 비전’을 발표하며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을 목표로 소프트웨어 분야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이번 조직 개편을 통해 HE본부는 독자 스마트 TV 운영체제 ‘웹OS’의 개발, 운영, 지원기능 강화를 위해 본부장 직속 웹OS SW개발그룹을 신설했다.
2019년 당시 VD사업부 개발팀장 상무이던 용석우 사장이 8K 화질 논란에 대해 정면 반박하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
용석우 삼성전자 사장은 마이크로LED 등 차세대 제품 발굴에 주력할 전망이다. 오랜 기간 개발팀담당을 맡으면서 마이크로LED TV, 8K, QLED 등 프리미엄 제품 개발을 이끌어온 것의 연장선일 것으로 보인다. 이번 CES 2024에서 첫 데뷔 무대를 가지는 만큼, 어떤 신제품을 선보일지도 관심이 쏠린다. 용 사장은 승진 당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아서 부담이 많이 된다”며 “앞으로 열심히 잘 해보겠다. 향후 (VD사업부 중점 사업) 계획에 대해서는 기회가 되면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jakmee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