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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한영대 기자] 국내 최대 해운사 HMM 인수전이 ‘하림·동원’ 2파전으로 진행되면서 국내 조선사들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하림, 동원의 자금력이 향후 HMM의 선박 발주 규모를 가늠할 최대 변수로 꼽힌다. 향후 민간 기업으로 거듭날 HMM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조선사에 발주를 늘릴 수 있는 가능성을 놓고 우려도 제기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HMM 매각주관사인 삼성증권이 23일 본입찰을 진행한 결과 하림, 동원이 참여했다. 매각 대상은 산업은행,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HMM 지분 57.9%(3억9879만156주)이다. 하림, 동원이 적어 낸 인수 희망 가격은 6조3000억~6조4000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예비입찰에 참여했던 LX인터내셔널은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LX 관계자는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 전략적 판단 하에 불참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향후 하림, 동원의 자금 조달 및 경영 계획을 고려해 인수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국내 조선사는 수주전에 참여한 하림, 동원의 자금력을 주목하고 있다. 인수자 투자 여력에 따라 향후 HMM의 선박 발주 규모를 추측할 수 있다. 하림(17조원), 동원(9조원)의 자산 규모가 HMM(26조원)보다 적다는 점에 조선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하림, 동원이 다른 대기업과 자금 규모에서 비교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림 혹은 동원이 HMM 안정화를 언제 이루고, 발주는 또 어떻게 진행할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어 “해운 시장은 어떤 산업군보다 업황 변동이 심하다”며 “탄탄한 캐시카우(수익창출원)를 기반으로 불황을 버티는 것도 관건”이라고 말했다.
HMM 컨테이너선. [HMM 제공] |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초호황을 누렸던 해운 시장은 최근 글로벌 경기 악화 여파로 침체기를 겪고 있다. 시황 악화로 HMM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75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7.1% 감소했다.
다만 탈탄소에 대한 시장의 요구가 강해지는 만큼 HMM 인수자가 친환경 전환을 위해 투자를 늘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해 HMM은 2026년까지 핵심 자산을 중심으로 15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120만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의 친환경 선대를 확보함으로써 환경 규제에 따른 해운업계 변화에 대응하겠다는 게 HMM의 구상이다. HMM은 올해 2월 9000TEU급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9척에 대한 건조 계약을 현대삼호중공업(7척), HJ중공업(2척)과 체결한 바 있다.
인수 기업이 결정되고 난 후 HMM이 발주한 선박을 놓고 중국과 치열한 경쟁을 벌일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선업계는 주시하고 있다. HMM은 그동안 최대주주인 산업은행 영향 때문에 국내 조선사들을 대상으로 주로 발주를 했다. 2017년 이후 HMM이 발주한 선박 중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은 각각 21척, 18척을 수주했다. 삼성중공업, HJ중공업은 각각 5척, 2척을 따냈다.
일부 소형선, 벌크선의 경우 중국이 수주한 사례도 있지만 고부가가치 선박은 국내 조선사들이 싹쓸이 했다. 또 다른 조선업계 관계자는 “인수 이후 완전히 민간 기업으로 탈바꿈하는 HMM이 가격 경쟁력에서 앞선 중국 조선사에 선박 건조 주문을 늘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HMM 인수전이 국내 조선사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해석했다. 국내 주요 조선사들은 주로 외국 선사들을 대상으로 수주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국내 해운사들의 발주 규모는 지금도 크지 않은 만큼 HMM 인수 결과가 당장 조선사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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