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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한·미 물가상승률 6년만에 역전, 큰 경각심 가져야

미국 물가 ‘서프라이즈’에 15일 세계 금융시장이 환호했다. 10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대비 3.2%를 기록해 전월 상승률(3.7%)보다 낮은 것은 물론이고 전문가 예상(3.3%)도 밑돌았다. 불과 1년5개월 전 9%를 넘어섰던 미국 물가상승률이 3% 초반으로 꺾이는 극적 반전에 세계 금융시장이 반색했다. 물가를 잡기 위해 역대 가장 빠른 속도로 금리를 올려왔던 미국 중앙은행(연방준비제도)의 긴축 정책이 완료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미국 증시는 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이런 분위기는 아시아 시장으로 이어져 한국 일본 홍콩 등 주요 증시가 일제히 반등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연준의 금리인상이 끝났다는 것으로 전망을 수정한다”며 긴축 종료에 힘을 실었다.

미국 경제가 물가 통제에 성공해 이른바 ‘골디락스(물가안정 속 성장)’에 진입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 반면 한국 경제는 상당 기간 인플레 터널에 갇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의 10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3.8% 상승해 미국보다 0.6%포인트 높았다. 한·미 물가상승률이 역전된 것은 2017년 8월 이후 6년2개월 만이다. 한국 물가는 지난해 7월 6.3%를 정점으로 하락하면서 올해 7월엔 2.3%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이후 상승세로 돌아서 8월 3.4%, 9월 3.7%, 10월 3.8%로 3연속 상승폭이 확대됐다. 11월에도 3.5~3.6% 안팎의 물가가 나올 것(추경호 경제 부총리)으로 예측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3.5%에서 3.6%로 올려 잡은 이유다. 내년 전망치도 2.5%에서 2.6%로 상향했다.

고물가를 잡기 위해 정부도 나름 총력전을 펼치고는 있다. ‘빵 사무관’ ‘우유 서기관’ 등 다락같이 오른 식료품 가격을 전담하는 물가관리 책임 실명제까지 동원한 상황이다. MB(이명박 전 대통령)식 물가 통제의 부활이다. 품목별 물가관리는 MB 때도 경험했지만 당장의 효과는 볼 수 있겠지만 관리 감독이 느슨해졌을 때 억눌렸던 가격이 한꺼번에 뛰는 부작용이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가격인상 대신 용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 같은 꼼수도 인위적 가격 통제의 부작용이다.

물가폭등은 국가의 경제성장률을 무너뜨리는 위해요소다. 올 들어 높은 성장세를 보이던 일본 경제가 3분기에 0.5% 역성장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도 기록적 엔저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이 소비를 크게 둔화시킨 게 주요 원인이다. 고물가는 서민의 실질소득을 감소시키고 민간소비와 기업투자를 위축시키는 악순환의 고리다. 정부가 더 큰 경각심을 갖고 물가와의 전쟁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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