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니트(NEET)’라는 말이 있다. 비재학, 비취업 그리고 진로를 위한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는 상태의 다문화 자녀를 의미한다.
3년에 한 번 여성가족부에서 실시하는 전국 다문화가족 실태조사를 보면 2018년, 2021년 연속으로 진로 상담 및 교육에 대한 요구가 높게 나타났으며, 만 15~24세 자녀 중 니트 상태 비율은 10.3%에서 14.0%로 늘어났다. 또한 해당 다문화 자녀 고용률은 20.9%로, 동일 연령대 청소년 고용률 27.0%보다도 낮게 나타났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 다문화가족 자녀 중 후기청소년기 또는 이른 시기의 청년들이 사회적 음지에서 생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주 배경 다문화 청년들은 한국 태생의 경우 어려서부터 학습이나 진로교육 측면에서 부모의 도움을 많이 받지 못한 채 성장한다. 자신의 꿈을 준비하는 시간도 매우 짧은 것이 현실이다. 중도 입국 청년의 경우에는 진로 준비에 있어 공백이 더욱 크게 느껴진다. 주로 재혼한 어머니를 따라 외국에서 입국한 경우가 많은데 한국어를 비롯해 문화 충격을 온몸으로 견뎌내야 하고 그 와중에 홀로 진로 준비까지 해야 한다면 얼마나 힘들지 가늠이 안 된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직업을 찾은 사례도 있다. 한국폴리텍다솜고는 다문화가정 청소년에게 한국 사회적응과 기술교육을 제공하는 교육기관이다. 졸업생 중 중국에서 입국한 한 청년은 국가기술자격증 두 개를 취득하고 취업에 성공했다. 그러나 조선업 불황과 더불어 회사가 부도가 났고 그 청년은 방황하는 시간을 보내다가 학교에 다시 방문해 진로상담 후 더 좋은 조건의 직장을 얻게 됐다. 이후 지금까지 그는 회사에서 설비 분야의 기능실력자로서 성장하고 있는데 중국에서 온 자신을 이렇게 이끌어준 학교에 매우 감사한 마음이 있다고 말한다.
베트남에서 중도 입국한 청년의 사례도 있다. 기계 분야를 전공해 국가기술자격증을 취득한 이 청년은 한국어와 베트남어를 능숙하게 할 수 있는 인재로 성장했다. 물론 이 성장 과정에는 쉽지 않은 애환들이 있었으나 지금은 취업한 회사에서 어엿한 기능인재로 활약하고 있다. 특히 그의 이중 언어능력은 한국과 베트남을 오가며 바이어들을 만나고 현장의 직원들과 통역 및 소통할 수 있는 회사의 중요한 존재로 자리 잡는 데에 큰 도움이 됐다.
두 청년 모두에게 한국에서의 직업교육을 받은 소감을 물었다. 그들이 공통으로 대답하는 것은 자신들의 진로가 정착된 데에 직업교육이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해줬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교육이 더 많은 이주 배경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확대가 된다면 방황하는 이들이 많이 줄어들 것이라는 희망도 밝혔다.
이주 배경 다문화 청년들도 우리 사회에서는 소중한 가족이다. 이들이 우리 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해갈 때 사회 통합의 한 축을 이루게 될 것이다. 다문화 청년을 위한 직업교육훈련을 추진하는 것은 사회적·경제적 그리고 국가적 이득이 되는 일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그들 개인적으로는 사회적 음지를 떠나 양지에서 당당하게 살아가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다문화 청년들에게 진로 나침반이 돼줄 수 있는 직업교육훈련에 관심과 지지를 보여야 할 때다.
변경환 한국폴리텍다솜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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