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민은 반도체에 관한 관심이 매우 크다. 왜 이렇게 반도체에 관한 관심이 커지게 된 것일까.
반도체는 1992년 처음으로 우리나라 수출 1위 품목이 된 이후 이 같은 흐름이 2007년까지 이어졌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인한 불경기 여파로 잠시 1위에서 밀려났으나 2013년 이후 지금까지 1위를 지키고 있다.
따라서 지난 30년간 우리 수출을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또한 2018년 봄 세계 최대의 메모리반도체 생산기업인 삼성전자가 액면분할을 하면서 더 많은 사람이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하게 됐고 우리 국민의 반도체에 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여기에 같은 해 세계 반도체경기가 초호황을 맞았고 반도체가 우리 전체 수출의 20.9%를 차지하면서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경제 차원에서도 반도체의 중요성이 더욱 주목받게 됐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우리 국민의 반도체에 관한 관심은 매우 커졌다.
그런데 우리나라보다 반도체에 관한 국민 관심이 더 높은 곳이 있다. 바로 대만이다. 대만은 우리보다 반도체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더 높다. 우리나라와 대만은 수출의존도가 높고 제조업에서 전자제품과 부품의 비중이 높은 점은 비슷하다. 하지만 대만은 조선·자동차 등 중공업이 발달하지 못해 우리보다 산업구조가 단순하다. 2021년 말 기준 정보통신기술(ICT)산업이 국내 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1.1%를 차지하고 있으며, 반도체 수출은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를 넘는다.
대만 국민이 반도체산업에 큰 관심을 보이는 것은 이러한 경제적인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 중국의 무력 침공을 막아주는 방패 역할도 하고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만에서는 반도체산업이 경제뿐 아니라 안보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나라와 대만은 반도체산업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공통점뿐만 아니라 발전사 또한 매우 비슷하다. 1960년대 초반부터 1970년대까지 미국의 반도체 제조기업들은 임금이 저렴하고 기술력을 가진 우리나라와 대만 등에 후공정(포장과 검사)공장을 건설했고, 이로 인해 국내에서 반도체산업이 태동할 수 있었다.
1980년대 비슷한 시기에 우리나라와 대만은 반도체 웨이퍼를 직접 가공(전공정)하기 시작했다. 다만 우리나라는 메모리반도체를 집중해서 육성했고 대만은 반도체 생산만을 전문으로 하는 파운드리 영역을 개척하면서 주요 사업 분야가 갈라졌다. 둘 다 반도체산업 후발 주자로서 제조장비와 소재를 미국과 일본 등 반도체 선진국에 의존하면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 우리나라는 메모리반도체 분야에 세계 1위가 됐고 대만은 파운드리 분야에서 세계 1위가 되는 등 성공스토리가 매우 닮아 있다.
게다가 최근 반도체산업의 대내외 움직임도 매우 닮아 있다. 미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미국에 생산공장을 건설하는 한편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자국 내에도 생산시설을 확충하고 있다. 또 각각 메모리반도체와 파운드리 분야에서 세계 1위 경쟁력을 가지고 있지만 팹리스(반도체 설계기업) 분야 자생력을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팹리스산업협회가 정식으로 출범했고 대만은 미디어텍을 중심으로 팹리스기업들이 힘을 합쳐 각자 정부에 팹리스산업에 대한 지원 강화를 강력하게 요청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여파와 일본의 우리나라에 대한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 강화는 소재 분야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대만에도 자극이 됐다. 우리나라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특별법을 제정해 소부장 경쟁력과 공급망 안정화를 지원하고 있으며, 대만은 남부과학단지에서 반도체 소재 개발을 위한 반도체 재료 특구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렇게 우리나라와 대만의 반도체산업 환경은 비슷한 점이 많지만 정부의 반도체산업정책은 온도 차를 보인다. 대만 반도체기업은 정부가 조성한 과학단지에서 토지와 설비를 저렴한 임대료만 내고 사용할 수 있어 가격경쟁력이 우수하다. 또 대만의 최첨단 반도체 개발 프로젝트인 ‘옹스트롬 차세대 반도체 계획’의 주요 지원 대상이 TSMC이다.
우리나라는 메모리반도체 제조에, 대만은 시스템반도체 제조(파운드리)에 경쟁력을 가지고 있으므로 지금은 각자의 사업영역이 확실히 구분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과거의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재편되고 있고 메모리반도체와 시스템반도체가 융합돼 새로운 제품이 등장하는 시점이다. 점차 사업영역 구분이 사라지고 한국과 대만의 반도체산업 간 치열한 경쟁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연구본부 신산업실 전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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