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하던 한국 경제의 ‘상저하고’ 경기회복론에 모처럼 청신호가 켜졌다. 지난달 산업생산과 소비, 투자가 일제히 늘어나는 ‘트리플 증가’를 시현한 것이다.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9월 전(全)산업생산지수는 전월보다 1.1% 증가했다. 지난달 2.0% 늘며 상승 전환한 뒤 2개월 연속 ‘플러스’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한국 산업의 중추인 반도체경기가 살아나고 있는 점이 반갑다. 지난달 반도체 생산은 전월 대비 12.9%, 전년 동월 대비 23.7% 증가했다. 제조업 재고율은 전월보다 10.4%포인트나 하락했다. 소비는 전월보다 0.2%, 설비투자는 8.7% 각각 증가했다. 산업생산과 소비·투자가 모두 증가한 것은 지난 5월 이후 처음이다.
정부가 추정한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는 1.4%다. 올 초 정부는 경기 ‘상저하고’를 줄곧 강조했지만 기대했던 반도체와 중국 경기회복이 지연되면서 의구심을 키우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3분기 성장률이 반도체 수출과 소비회복에 힘입어 0.6%를 달성하면서 연간 성장률 목표에 한 걸음 다가섰다. 상반기 GDP 성장률이 0.9%로 마무리된 상황에서 3분기 성장률이 연간 전망치가 달성될지를 가늠할 중요한 지표였는데 한국은행이 권고한 숫자(3분기, 4분기 각각 0.7%)에 근접한 것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올해 성장률을 보수적으로는 1.3%, 조금 더 낙관적으로 보면 1.5%가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배경이다.
9월 산업동향이 트리플 증가세를 보이면서 경기 반등의 모멘텀은 마련됐다. 문제는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미국발 고금리 장기화 등 해외발 변수로 경기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충돌이 지금보다 커지면 석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최악의 경우 150달러까지 급등할 수 있다고 세계은행(WB)이 30일 경고했다. 이는 1973년 아랍국가들이 이스라엘과 욤 키푸르 전쟁에서 이스라엘을 지지했던 미국 등 국가에 석유 수출을 금지했던 제1차 석유파동과 비슷한 상황을 말한다. 유가 급등은 원자재 급등으로 이어져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경제에 직격탄이다. 석유 수입처를 다변화하고 중장기적으로 다른 에너지공급원을 개발하는 데 국가적 역량을 쏟아야 한다. 최근 중동 3국 외교(사우디·UAE·카타르)의 성과로 경제·안보·에너지 등 다방면에서 전략적 동반자 파트너십을 형성한 것은 그래서 의미가 크다.
이스라엘-하마스 사태나 국제유가의 위협 등을 얘기하지 않더라도 한국 경제의 앞날에는 저성장의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기업의 도전정신과 정부의 효율적 지원, 국민적 열정이 삼위일체가 될 때 산적한 난제를 돌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