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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외 무대에 선 ‘백조 발레리나’…3400여 관객이 열광하다 [고승희의 리와인드]
오는 22일까지 한강노들섬클래식
온라인 예매 30초 만에 전석 매진
현장 대기에만 30~40분 걸려
지난 14일 막을 올린 ‘한강노들섬클래식’의 발레 ‘백조의 호수’ 무대엔 이틀간 3420명(14일 1620석, 15일 1800석)의 관객이 찾으며 ‘고전 발레’의 저변 확대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했다.[서울문화재단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새하얀 튀튀를 입은 24명의 발레리나들이 강바람을 맞으며 날아올랐다. 백조로 변한 발레리나들은 발자국 소리까지 한 몸처럼 맞추며 ‘군무의 정수’를 보여준다. 그 앞으로 등장한 강미선 유니버설 발레단 수석 무용수는 군더더기 없는 세련된 몸짓으로 오데뜨를 연기했다.

올해 브누아 드 라당스 최고 무용수 상을 받은 강미선은 어느 무대에서나 ‘강미선 그 자체’였다. 수분에 한 번씩 한강을 가로지르는 지하철이 오갔고, 한강 둔치를 오가는 행인들의 소음, 오토바이 소리가 간간이 들려왔으나 가을 밤의 야외 발레에선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발레 무대를 바라보며, 땅거미가 내려앉는 가을 하늘의 변화를 만나는 것도 낭만적인 풍경이었다.

‘한강노들섬클래식’이 올해도 막을 올렸다. 지난 14~15일 서울 노들섬 잔디마당에서 열린 발레 ‘백조의 호수’ 무대엔 이틀간 3420명(14일 1620석, 15일 1800석)의 관객이 찾으며 ‘고전 발레’의 저변 확대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리는 ‘한강노들섬클래식’은 서울문화재단이 주최, 올해 처음으로 발레 무대를 올렸다. 발레 전막이 야외에서 공연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공연은 유니버설발레단을 주축으로 서울발레시어터, 와이즈발레단 등의 민간 발레단이 협력했다.

발레 ‘백조의 호수’ [서울문화재단 제공]

이번 무대의 공연 시간은 약 90분. 기존 공연이 2시간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25% 가량 줄인 셈이다. 서울문화재단 관계자는 “2막4장의 구성을 유지하되 전체적인 작품 내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장면을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90분으로 축소한 ‘백조의 호수’는 알짜배기만 남았다. ‘왕자의 성인식’(1막 1장)으로 시작해 발레리나들이 대열을 바꾸며 ‘칼군무’를 선보이는 ‘밤의 호숫가’로 이어지니 ‘백색 발레(발레 블랑)’의 미학이 생생히 살아났다. 2막에선 화려한 각 나라 고유의 춤이 등장하는 ‘왕궁 무도회’로 형형색색의 무대로 시선을 압도했고, 흑백의 대비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호숫가 무대로 막을 내렸다.

공연 관계자는 “‘백조의 호수’에서 중요한, 고전 발레의 화려함을 보여주는 ‘디베르티스망(무용수들의 기교를 보여주며 관객들의 지루함을 쫓아내고 극의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장면)’과 낭만 발레의 환상을 연출하는 ‘발레블랑’ 등에 집중해 연출했다”고 귀띔했다.

사실 야외에서의 발레 전막 공연은 쉽지 않다. 특히나 공연 첫날엔 오후 두 시 이후로 한바탕 비가 쏟아져, 무용수들의 위험 부담이 높아졌다. 다행히 이틀 간의 무대에선 부상을 포함한 특별한 사고는 없었다. 철저한 준비 덕이다. 무대 준비를 위해 세 발레단이 총 30일간 철저한 연습에 돌입했고, 공연 하루 전날엔 리허설을 통해 이틀간의 무대를 준비했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한강노들섬클래식’은 서울문화재단이 문화예술계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시민들의 문화향유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진행한 대형 순수공연예술 축제이자, 무료 공연이다. 문턱을 낮춰 공연장 밖으로 나온 정통 클래식 공연은 발레 초심자에게 색다른 문화 체험의 계기가 됐다. [서울문화재단 제공]

현장을 찾은 관객들의 호응이 상당했다. 노들섬은 물론 노들섬 인근 공영주차장은 이틀 내내 주차대란을 겪었다. 서울문화재단에 따르면 이날 발레 공연은 1, 2차 온라인 사전 예약 오픈 30초 만에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공연 첫날엔 우천으로 노쇼가 나왔음에도 현장에서 대기한 345명의 관객이 빈 자리를 메웠다. 마지막 날 공연에선 1800석이 모두 찼고, 지정된 좌석 외에도 무대 인근에서 돗자리를 펴고 식사하며 공연을 즐기는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공연의 만족도가 높았다. ‘백조의 호수’를 보기 위해 강남구에서 왔다는 조보경(33)씨는 “현장에서 30~40분 정도를 대기해 공연을 볼 만큼 힘들게 들어왔다”면서 “야외 공연이라 기존 발레 무대와는 다른 간소한 무대를 예상했는데, 그래픽과 의상 등의 화려함을 그대로 살려 무척 좋았다”며 감탄했다.

[서울문화재단 제공]

야외 공연이기에 찾아오는 소음 역시 거슬림이 없었다. 조보경 씨는 “지하철이 지나는 소음보다 도리어 관객들이 흔드는 핫팩 소리가 더 신경 쓰였다”며 “하지만 좀 더 자유로운 야외 공연이라는 점에서 관람 분위기 역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에선 입장하는 관객들에게 핫팩이 한 개씩 무료로 제공했다. 공연이 시작한 오후 6시만 해도 낮 동안의 열기가 남아있었으나, 현장에 30분 이상 앉아있자 차가운 강 바람이 관객들을 찾아왔다. 공연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만난 이정수(36) 씨는 “지난해 본 ‘마술피리’ 오페라 야외 공연이 너무 좋아 올해에도 ‘한강노들섬클래식’을 신청했다”며 “그런데 올해는 공연이 열흘이나 늦게 열려 생각보다 더 추웠다”고 말했다.

[서울문화재단 제공]

‘한강노들섬클래식’은 서울문화재단이 문화예술계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시민들의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진행한 대형 순수 공연예술 축제이자, 무료 공연이다. 문턱을 낮춰 공연장 밖으로 나온 정통 클래식 공연은 발레 초심자에게 색다른 문화 체험의 계기가 됐다. 강서구에서 온 심윤희(37)씨는 “노들섬에 와서 생애 처음으로 발레를 봤는데, 여러 무용수들이 흔들림 없이 대열을 맞춰며 완벽하게 군무를 해내는 모습이 너무나 멋졌다”며 “앞으로도 발레 공연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된 자리”라고 말했다.

서울문화재단 관계자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을 지나 직접 현장에서 시민들의 생생한 피드백을 들을 수 있는 뜻깊은 기회가 됐다”며 “발레, 오페라 등의 글로벌 문화 예술 콘텐츠로서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강노들섬클래식’은 오는 21~22일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 무대를 이어간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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