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더 늘면 필요자금 늘수도
중앙회 현금 유동성 부족 대비
자금시장 전이 막을 대책 필요
감독체계 등 시스템개선 시급
사태 초래한 원인 꼭 규명해야
지난 3월 발생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로 은행업의 구조적 취약성이 드러났다. 안정성이 생명인 예금기관에서 불안이 확산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를 보여줬다. 불안은 정보의 부족에서 비롯돼 감독의 실패로 완성됐다. 결국은 시스템의 최종책임자인 중앙은행과 정부가 나서야만 했다.
새마을금고 사태가 금융권을 강타하고 있다. 부동산 관련 대출 부실 급증에 불안해진 일부 고객들이 예수금을 회수하기도 했다. 일단 정부와 새마을금고 중앙회는 “괜찮다”며 고객들을 안심시키는 데 주력하는 모습니다. 하지만 불안의 뿌리에 대한 접근은 아직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가 밝힌 해결책은 옥석을 가려 경영개선을 하고 자체 생존이 어려운 단위금고은 우량한 곳과 합친다는 접근이다. 새마을금고 부실은 대부분 건설과 부동산 관련이다. 최근 부동산 금융시장 상황을 보면 연체율은 여전히 상승세다.[아래 그래프 참조] 낙관적인 전망을 갖기에는 아직 일러 보인다.
*금융위원회 자료 |
현재 새마을금고 상황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어려운 수준이다. 대출 가운데 56.7%가 기업대출인데 9.63%가 연체다. 시중은행도 무너졌던 외환위기 당시 일반은행 기업대출 연체율이 8%대였다. 새마을금고 개인대출 연체율은 1.66%로 은행 신용카드 대출과 비슷하다. 역시 양호한 편은 아니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새마을금고의 기록적 연체율이 대출위험 관리 전반의 문제에서 비롯된 데 있다.새마을금고는 1300개의 단위금고를 가지고 있다. 이들은 중앙회가 감독한다. 중앙회는 행정안전부가 관할한다. 거슬러 올라가면 중앙회와 행안부의 감독·관리 실패가 오늘의 사태로 이어진 셈이다.
6일 행안부와 중앙회는 현재 상황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13조원의 상환준비금에 금고잔액 보유, 현금 예치금, 유가증권도 약 64조9000억원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2조6000억원 규모의 예금자보호준비금도 강조한다. 예금은 괜찮으니 안심하고 맡겨두라는 뜻이다.
새마을금고 예금자보호한도는 5000만원까지로 은행과 같다. 중앙회가 보호한다. 중앙회가 어려워지면 정부에서 보조한다. 새마을금고법에 의해 국가는 협력의무가 있다. 5000만원까지는 정부가 보장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관건은 정부가 직접 나설 정도까지 사태가 커질지다.
행안부는 연체율이 전체 평균보다 높은 100개 단위금고를 집중관리 대상으로 선정, 살생부를 작성하기로 했다. 살릴 곳은 살리고 독자 생존이 어려우면 우량한 다른 금고와 합칠 계획이다. 점검하고 합친다고 부실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중앙회가 상당부분 부실을 떠안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새마을금고 연체액, 즉 부실은 12조원이 넘는다. 절반만 손실처리 해도 6조원이다. 중앙회는 80조원의 유동자산이면 충분하다지만 필요한 것은 현금이다. 유가증권은 현금이 아니다. 정부는 어떤 근거인지 몰라도 연체율도 낮아질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부실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13조원의 상환준비금 상당부분은 중앙회 건전성 유지를 위해 보유해야 한다. 다 털어 쓸 수 있는 돈이 아니다. 유가증권 형태의 자산은 시장에서 팔아야 현금이 된다. 수 조원의 국고채와 회사채가 시장에 매물로 쏟아지면 채권가격이 하락하고 금리가 올라 금융권 전반으로 손실이 전염된다.
실제 지난 5일부터 새마을금고로 추정되는 기관에서 대규모 채권 매도가 확인되고 있다. 자칫 지난 해 한전채 발행과 레고랜드 사태가 초래했던 자금시장 불안이 재현될 수도 있다. 자금시장 불안은 다시 부동산 금융의 위험을 높이고 새마을금고의 부실을 더 키우는 요인이 된다.
새마을금고는 그 동안 위기 때마다 합병으로 극복했다. 일종의 물타기다. 이번에도 ‘전가의 보도’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이다. 부실이 더 늘지 않는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중앙회 차원에서 감당이 어려워지며 결국 국가에 도움을 청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그에 대한 대비도 필요해 보인다.
현재 정부의 재정 상태는 썩 좋지 않다. 정부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극도로 꺼리고 있지만 세수 부족으로 4월까지 한은에서 31조원을 빌려 써야 했다.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이다. 일종의 급전인 단기재정증권까지 발행할 정도다. 새마을금고에 자금을 투입하려면 미리 길을 만들어둘 필요가 있다.
급한 불부터 꺼야겠지만 재발 방지책이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 금융당국이 부동산 관련 대출을 조이자 풍선효과로 새마을금고로 수요가 몰렸다. 영세한 단위금고가 기업대출의 위험을 관리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단위금고들이 선거로 뽑는 중앙회 이사장의 감독하는 지배구조는 엄정하기 어렵다.
수신기능을 가진 기관 가운데 유일하게 금융위와 금감원의 관리감독 밖에 있는 곳이 새마을금고다. 금융과는 거리가 먼 행안부와 지자체가 관리 감독을 담당한 결과가 오늘의 사태다.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굳이 새마을금고를 계속 행안부 아래에 둘 지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도토 필요하다.
ky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