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를 대표하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시장 악화 터널을 지나며 올해 2분기 기점 실적 ‘바닥’을 찍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최근 주요 메모리 반도체인 D램의 가격이 점차 상승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4월 초 삼성 반도체의 감산 공식화를 바탕으로, 주요 메모리 기업들의 위기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24일 대만 시장조사 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후 기준 ‘더블데이터레이트(DDR)4 16Gb(기가비트) 2Gx8 3200’의 현물 가격은 3.024달러로, 전날(3.001달러) 대비 0.77% 상승했다. PC용으로 주로 사용하는 이 제품은 지난 20일에도 0.301% 상승해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현물가는 IT 업체나 PC 부품 도소매 업체가 수요 업체와 반도체를 거래할 때 가격이다. 보통 3개월 뒤에 기업 간 계약인 고정거래 가격에 반영되곤 한다. D램 거래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업 간 대량거래 가격인 고정거래 가격보다 실시간으로 시황을 먼저 반영하는 특성이 있다. 이 때문에 현물가격이 추세적으로 상승하면 고정거래 가격도 오를 것으로 보는 게 일반적이다. 아직 업황 회복을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일부 제품에서 바닥권 탈출을 시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만의 시장조사 업체인 트렌드포스는 6월 리포트에서 올해 16Gb DDR5 D램 고정 거래 가격이 3.20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달 발표한 예상액(3.10달러)보다 0.1달러 상승한 수치다. 트렌드포스는 매달 월간 리포트를 통해 고정 거래 가격 예상치를 발표하고 있다. DDR5 D램 고정 거래 가격 예상치가 전월 대비 더 높아진 적은 올해 처음이다.
삼성전자가 양산한 12나노급 D램 [삼성전자 제공] |
SK하이닉스 10나노대 5세대 DDR5. [SK하이닉스 제공] |
DDR4 현물가격이 반등하는 조짐을 보이고, DDR5 가격 전망치가 상승한 것은 D램 업체들의 감산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반도체 수요 불황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등 글로벌 D램 3강 회사가 일제히 감산에 돌입했다. 특히 글로벌 시장 40% 이상 점유율을 확보한 삼성전자는 올해 4월 사상 처음으로 감산 선언을 공식화하기도 했다.
D램 가격이 회복되는 가운데 DDR5 시장이 올해 급격히 커지고 있다는 점은 반도체 업체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서버용 D램에서 차지하는 DDR5 비중은 2분기 13%에서 올해 말 48%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상반기 10나노대 4세대(1a) DDR5 서버용 D램을 양산하기 시작했다. 지난 1월 인텔이 선보인 DDR5 지원 CPU ‘4세대 인텔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사파이어래피즈)’에 쓸 수 있다는 인증을 받은 제품이다. 사파이어래피즈는 인텔 서버용 CPU 중 DDR5 D램을 지원하는 첫 제품이다. SK하이닉스는 이르면 하반기 10나노급 5세대(1b) 공정을 적용한 DDR5 서버용 D램도 양산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부터 12나노급(5세대 10나노급) 공정으로 16Gb(기가비트) DDR5 D램을 양산했다. 이 제품은 최고 동작 속도 7.2Gbps를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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