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가 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청에서 열린 국민의힘 확대당직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역대급 조용한 선거다. 국민의힘이 오는 9일 최고위원 보궐선거를 통해 ‘태영호 후임’ 최고위원을 선출한다. 현역의원 출마자가 없는 ‘원외 3파전’으로 치뤄지며 ‘나서는 이도, 관심도’ 없는 선거라는 평가를 받는 가운데 당 지도부는 “무관심도 전략”이라는 입장이다. 선거에 관심이 집중되면 후보들도 자연스레 경쟁 수위를 높일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또다른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8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김가람 후보가 최고위원으로 사실상 낙점된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호남, 청년 민심 얻는 데 힘쓰고 있기 때문이다. 호남 출신의 김 후보는 지난 3.8 전당대회에서 청년최고위원에 도전했지만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에게 패했고, 이후 청년대변인으로 발탁되어 활동 중이었다.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최고위원 보궐선거에 들어갈 때부터 김 후보가 어떻겠냐는 의견이 있었고 의원들도 많이 추천했다”며 “김기현 대표와도 나가기 전 소통을 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김 후보가 최근 국민의힘 ‘실세’로 떠오르고 있는 박성민 의원과 연이 깊은 것도 ‘김가람 낙점론’의 이유다.

공천 결정 등 안건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최고위원회의지만 현역 의원들은 “관심 없다”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초선의원은 “태영호 빈자리를 누가 채우고 싶겠냐, ‘김기현 지도부’엔 의원들도 딱히 관심없다는 분위기”라며 “원외 최고위원이 대부분에 이미 혹평을 받을대로 받은 지도부라 메리트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최고위원이 되면 중앙 정치에만 힘쓰느라 지역구 관리도 어렵다”고 부연했다. 현재 국민의힘 최고위원 중 현역의원은 조수진 최고위원 한 명 뿐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조용히 지나가는 것이 전략”이라고 반박한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이 우리에게는 더 좋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언론이 최고위원 보궐선거를 조명하는 순간 내부에서 설왕설래가 이어질 것이고 그럼 또 분열하지 않겠냐”며 “태영호 사태 때 이미 내분을 한 번 겪은 입장에선 이를 가장 경계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태영호 의원부터 조수진, 김재원 최고위원의 잇따른 ‘실언’으로 김 대표의 초반 리더십이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에 더 이상의 ‘리더십 비판’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국민의힘 의원들 생각은 다르다. 국민의힘 초선의원은 “태 의원이 사퇴하고 김 최고위원이 징계를 받고 존재감 없는 김 후보를 최고위원에 앉힌다고 해서 당이 안정이 되냐”며 “당 지도부 무게가 없으니까 5인회니, 7인회니 의혹이 계속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의원은 “김 대표도 5인회 지적에 ‘그럼 대표가 지도부와 논의를 해야지, 안하고 메시지를 내냐’는 식으로 반박하는데 핵심을 잘못 짚었다”며 “계속된 실세 논란의 핵심은 총선을 이끌어야 할 지도부가 역할을 못한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다른 초선의원은 “지금 의원들 사이에선 김 대표보다 윤재옥 원내대표의 존재감이 더 큰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의원은 “우리바다지키기검증TF부터 노동특위까지 국민들이 ‘국민의힘이 이런 활동을 하는구나’ 느낄만한 행보는 원내지도부가 다 하고 있지 않냐”며 “원내지도부가 당 지도부 역할까지 다 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