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행’ 장제원, 과방위원장 맡으며 ‘전면전’ 행보 예고
‘원외 경쟁’ 된 최고위 보궐…“주목 안 받는 것이 목표”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과 김기현 의원이 지난 1월 산롯데호텔에서 열린 부산혁신포럼 2기 출범식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국민의힘이 때 아닌 ‘실세’ 논란에 휩싸였다.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30일 한 방송에서 당내 주요 의제를 결정하는 ‘5인회’ 모임이 있다고 주장한 후 5인회 정체에 대한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김기현 대표가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이준석 전 대표가 “명단을 다음주쯤 공개하겠다”고 하는 등 여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은 지난 2일 SNS에 “‘5인회’ 발언을 취소한다”며 “최고위원회가 제 역할과 위상을 하루 빨리 회복하기 바라는 마음에서 발언하다가 튀어나온 잘못된 어휘였다”고 사과했다. 이 의원은 전날 김 대표와 이철규 사무총장 등에게 ‘실언을 했다’는 취지로 사과했다고 국민의힘 관계자는 전했다.
‘5인회’의 정체가 공개되진 않았다. 다만 김 대표와 매일 비공개 ‘샌드위치’ 회동을 갖는 이철규, 박대출, 박성민, 배현진, 유상범, 강민국, 박수영 의원 중 일부일 것이라는 추측이 다수다. 김 대표는 이들과 매일 아침마다 현안을 공유하고 당의 메시지를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 측 관계자는 “여당 대표가 그럼 아무런 사전 회의 없이 메시지를 내야 하는 것이냐”며 “왜 다섯 명인지도 모르겠고 가끔 김병민 최고위원 등 다른 멤버가 끼기도 한다”고 반박했다.
국민의힘의 ‘실세’가 따로 있다는 주장이 최근 제기된 것은 아니다. 여권에서는 꾸준히 장제원, 이철규 의원이 언급된다. 장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으로 윤석열 정부 초기 내각 구성에 큰 영향력을 행사했고, 지난 3월 전당대회 당시 김 대표를 적극 지지했다. 국민의힘 초선의원은 “사실상 장 의원이 친윤계 의원들을 동원해 나경원 전 의원, 안철수 의원 등 경쟁자를 처리했고 김 대표를 대표 자리에 앉힌 것이나 다름없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평가는 ‘바지 대표’, ‘식물 지도부’라는 비판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지도부 관계자는 “장 의원은 ‘스피커’ 역할을 잘하고, 이 의원은 조용하게 용산(대통령실)의 뜻을 전하는 편”이라며 “전당대회 때부터 괜히 두 의원이 사무총장직 후보로 거론됐던 것이 아니다”고 했다. 사무총장은 당의 살림을 책임지며 총선 공천관리위원회를 꾸릴 경우 당연직 부위원장으로 참여해 실무를 총괄하는 요직이다.
장 의원이 최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을 맡게 되면서 다시 ‘용산의 스피커’로 활약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과방위는 방송통신위원장 면직 절차, 공영방송 개혁, 포털사이트 뉴스 배치, 후쿠시마 오염수 정부 시찰단 등 중요 현안을 담당하는 소관 상임위다. 일각에선 내년 총선이 ‘윤석열 정부 중간평가’ 성격인 만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를 장악해 진열을 정비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떠오르는 ‘실세’도 있다. 전략기획부총장을 맡고 있는 박성민 의원이다. 박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과 막역한 사이로 ‘김기현 지도부’ 인선 과정에서도 자신의 측근 인사를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가람 최고위원 후보의 출마 배경에도 박 의원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관측도 있다. 김 후보와 박 의원은 한국청년회의소(JC) 출신으로, 박 의원은 전당대회 때도 김 대표와 김 후보의 식사자리를 마련하는 등 친분을 이어온 것으로 전해진다. 김 후보는 이번 최고위원 보궐선거에서 사실상 ‘추대’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당내에선 ‘박성민계’라는 용어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친이계’, ‘친박계’ 단어에서 알 수 있듯 보통 ‘계’라는 표현은 중진급 이상 정치인을 중심으로 한 계파가 있을 때 사용한다. 울산 중구청장 출신의 초선 의원인 박 의원에게 사용될 만한 표현은 아니다.
‘5인회’ 논란의 핵심은 결국 ‘지도부의 존재감 부재’라는 뼈아픈 지적도 제기된다. 국민의힘 중진의원은 “김 대표가 친윤계에 둘러싸여 있고 이들의 조언을 구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정말 문제인 것은 당의 중심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라며 “국민들이 김 대표의 발언, 행동에 집중하지 않고 장제원, 이철규 의원 등 주변 인물의 발언, 행동에 집중하는 것이 맞냐”고 반문했다. 그는 “최고위원 리스크가 있다고 최고위원의 존재감을 지우겠다는 김 대표의 결정도 문제”라며 “지도부가 별 탈 없이 굴러가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은 다르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다만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번 최고위원 선거는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 안된다”며 “주목을 받으면 여러 갈등이 생길 것이 뻔한데, ‘안정’이 최우선인 ‘김기현 지도부’ 입장에서는 조용한 선거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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