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높던 하이브리드 모델도 대기기간↓
현대차·기아, 올해 판매 11% 넘게 증가해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아이오닉5’ 생산라인. [현대차 제공] |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출고 적체로 몸살을 앓았던 완성차 업계에 활기가 돌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완화되면서 국산차의 출고 대기기간이 정상화되고 있다. 6개월 전만 해도 일부 모델의 경우 차량을 받기까지 최장 30개월이 소요됐지만 현재는 수개월로 단축됐고, 일부 모델은 즉시 출고도 가능해져 차 업계의 숨통이 트이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일 현대차·기아가 영업 일선에 공유한 6월 납기 일정에 따르면 현재 다수의 신차가 수개월 내 출고가 가능하다.
차종별로 보면 지난해 12월만 해도 11개월의 대기가 발생했던 그랜저 2.5 가솔린은 이달 3개월로, 아반떼 1.6가솔린은 9개월에서 3개월로 대기기간이 대폭 줄었다.
30개월을 기다려야 했던 제네시스 GV80 가솔린 2.5T 모델은 이제 7개월이면 받을 수 있다. 무려 23개월이나 대기기간이 줄어든 셈이다.
현대차의 아이오닉6와 넥쏘의 경우 ‘단축 납기’를 적용하면 이달 즉시 출고도 가능하다.
현대차는 반도체 수급난이 완화돼 지난달부터 영업직원들에게 평균 예상납기 외에도 고객 취소분 등을 반영한 단축 가능 예상납기를 별도로 안내하고 있다. 아이오닉6는 6개월 전만 해도 18개월 이상을 기다려야 했는데, 사실상 출고 적체가 완전히 해소된 분위기다.
기아 오토랜드 화성 ‘EV6’ 생산라인. [기아 제공] |
기아도 출고 적체가 해소되고 있다. 일부 하이브리드 모델을 제외하고는 짧게는 3~4주, 길게는 5개월이면 차량을 받을 수 있다. 6개월 전 9개월 대기가 발생하던 K5 1.6T 가솔린은 4~5주만 기다리면 된다. 11개월이 걸리던 스포티지 가솔린 모델은 5개월로, 전기차 EV6는 12개월에서 2개월로 납기가 대폭 단축됐다.
인기가 높아 대기가 길던 하이브리드 모델도 대기기간이 줄어들고 있다. 현대차의 아반떼 하이브리드는 20개월에서 12개월로, 싼타페 하이브리드는 20개월에서 3주로 줄었다. 기아의 K5하이브리드는 12개월에서 4개월로, 스포티지 하이브리드는 14개월에서 7개월로 감소했다.
업계에선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해소에 따른 차량 생산 정상화로 대기기간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고 봤다. 2020년 말부터 시작된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으로 전 세계 완성차 업체들은 몇 년간 생산 차질을 겪어 왔다. 여기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며 중국 등에서 부품 수급이 원활하지 못해 출고 대기 물량이 수십 개월씩 쌓이는 상황이 발생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공급 문제가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여기에 고금리 등을 이유로 일부 고객이 계약을 보류하거나 취소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일부 모델의 경우 옵션 선택을 하지 않는 대신 즉시 출고가 가능한 차량도 많아지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반도체 부품 수급 차질 현상이 점진적으로 완화되며 생산 물량 증가로 공급 확대가 지속 중”이라고 말했다.
공급이 원활해지며 현대차·기아의 판매량도 늘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1~5월까지 전 세계 시장에서 170만5878대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한 수치다. 기아도 1~5월 129만6241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11.7% 판매가 늘었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차·기아의 판매가 2~3분기에도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고금리로 일부 수요 위축이 있겠지만, 수년간 이어져 왔던 반도체 공급난으로 인한 대기 수요가 이를 뛰어넘는다는 판단에서다.
윤혁진 SK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경기 침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2023~2024년에도 전년 대비 5% 이상의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현대차와 기아는 낮은 재고수준과 낮은 인센티브 유지, 판매 호조 등으로 2~3분기에도 호실적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대차·기아는 시장 호조에 대응해 적기에 신차를 공급하고, 고부가 차종 판매 확대로 수익성 개선에도 박차를 가한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올 하반기 신형 싼타페를, 내년 새 전기차 아이오닉7 출시를 준비 중이다. 기아는 올 하반기 EV9, 내년 EV3, EV4 등을 잇달아 선보이며 전기차 라인업을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최대 생산 및 판매 최적화를 통해 높은 대기 수요를 해소하고, 고부가가치 차종 중심의 믹스 개선 등으로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jiy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