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업계 “전기차 고급화 전략, 경쟁력 있어”
2021년 현대차·기아 중국 전략 발표회 모습.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2016년 (중국) 판매 실적만 회복했다면, 글로벌 판매량 순위는 벌써 뒤바뀌었을 겁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중국 시장 공들이기에 여념이 없다. 지난 2017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로 촉발한 중국발 무역 보복 여파로 현지 시장에서 수년째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데다 최근 한한령 우려까지 고개를 들고 있지만,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커지는 만큼 전동화 전략에 고삐를 당기겠다는 전략이다.
31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더 뉴 아반떼 N(현지명 더 뉴 엘란트라 N)’ 디자인을 공개하며 고성능 N브랜드의 중국 시장 진출을 선언, 현지 특화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대차는 오는 9월까지 매월 상하이와 베이징 등 중국 주요 도시에서 고객들이 직접 트랙에서 차량 성능을 체험할 수 있는 ‘트렉데이’를 운영한다. 지난 8일에는 중국 상해 국제 서킷에서 열린 ‘2023 TCR 차이나 챔피언십’ 1라운드에 고성능 경주차 ‘아반떼 N TCR’ 8대가 출전해 브랜드 고성능 기술력을 뽐냈다. 오는 11월 마카오에서 열리는 6라운드까지 중국 유명 프로 드라이버들이 속한 ‘현대 N’과 ‘Z. 스피드 N’ 등 2개 팀이 엘란트라 N TCR로 참가해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현대자동차 ‘더 뉴 아반떼 N’. [현대차 제공] |
기아는 중국 현지에서 신형 전용 전기차를 전면에 내세웠다. 연내 중국 시장에 준중형 전동화 SUV(스포츠유틸리티차) ‘EV5’를 출시해 재도약에 시동을 건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앞서 지난 3월 중국 상해 E-스포츠 문화센터에서 열린 ‘기아 EV 데이’에서 “가장 빠르고 혁신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의 기아의 성공은 기아 글로벌 전략의 핵심 요소다. 올해는 중국에서 EV6와 EV5를, 내년에는 기아 플래그십 전기 SUV EV9을 출시할 예정”이라며 재도약 의지를 드러냈다.
현지 맞춤형 신차 출시에도 고삐를 당기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달 ‘상하이 국제 모터쇼’에서 현지 전략 SUV ‘무파사’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고, 기아 역시 브랜드 최초 준중형 전기 SUV ‘콘셉트 EV5’와 소형 SUV ‘셀토스’의 상품성 개선 모델을 최초 공개했다.
이처럼 양사가 중국 시장에 공을 들이는 데는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서 현지 시장이 차지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자동차 시장 판매량은 2680만대로 집계됐다. 이는 1370만대를 기록한 미국보다 1310만대가량 더 많은 수치다.
중국이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영향력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국 내 순수 전기차 판매량은 507만대로 세계 1위다. 이는 전년 대비 86.1% 늘어난 수치로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63.3%에 이른다.
기아 ‘콘셉트 EV5’. [기아 제공] |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전 세계 시장에서 684만대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토요타와 폭스바겐에 이어 세계 3위 완성차 제조사로 이름을 올렸지만, 중국 시장에서는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02년 10월 중국 시장에 첫발을 내디딘 이후 2016년 누적 생산판매 800만대를 넘어서며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2017년 사드 배치로 불붙은 한한령에 직격탄을 맞았고, 2018년 미중 무역분쟁 여파까지 더해지면서 중국 내 판매량은 2016년 179만대에서 지난해 33만9000대로 급감했다. 시장 점유율 역시 같은 기간 7.7%에서 1.7%로 6.0%포인트 뒷걸음질 쳤다.
업계에서는 현대차와 기아의 전용 전기차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한 만큼 현지 시장에서 반등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 ‘아이오닉 5’와 기아 ‘EV6’ 등 양사 전용 전기차는 이미 미국과 유럽에서 ‘올해의 차’에 선정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며 “현재 현대차와 기아의 전기차는 중국 시장에서 하이엔드급 그룹에 포함된다. 품질과 상품성을 고려할 때 현지 업체가 선점하고 있는 저가형 시장이 아닌 리치마켓을 타깃으로 마케팅 전략을 재정비한다면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 [제네시스 제공] |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최근 중국 현지 브랜드도 수준이 매우 높아졌지만, 현대차와 기아는 전기차 시장에서 글로벌 수준에 올랐다”며 “이미 상품성이 검증된 순수전기차와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 전동화 모델, 현지 특화형 모델 등을 통해 시장 전략을 세밀하게 다듬는다면 중국에서 점유율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현지 고객 맞춤형 상품·서비스 개발, 전기차 라인업 확대, 제네시스 중심의 고급화 전략과 중국 배터리 업체와 파트너십 강화 등의 전략에 적극 나서 중국 시장에서 반등 기회를 찾겠다는 각오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중국은 현대차와 기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 주요 완성차 메이커들이 공을 들일 수밖에 없는 시장”이라며 “최근 한중 갈등 기류가 곳곳에서 감지되면서 한한령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지만, 시장에서 변화가 감지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몇 년 동안 불안정한 국제정세 속에 여러 대외요인으로 아쉬운 성적을 거뒀지만, 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통해 중국 시장에서 영향력을 다시 넓혀나갈 것”이라며 “최근 현대차 고성능 모델 더 뉴 아반떼 N과 기아 준중형 전기 SUV 콘셉트 모델을 중국 시장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한 것도 중국 시장에서의 반등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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