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상향식 공천’ 현실성 낮아
千 “비수도권 윤핵관·지도부 험지로”
‘공헌 공천’ 내세운 金…尹과도 논의 열어
국민의힘 안철수(왼쪽부터), 황교안, 김기현, 천하람 당 대표 후보가 2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제3차 전당대회 서울·인천·경기 합동연설회에서 손을 맞잡아 들고 인사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후보들이 내년 22대 총선 승리를 장담하며 자신이 적임자임을 강조하고 있다. 총선 승리를 위해서라면 “험지 출마를 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총선 공천에서도 당원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상향식 공천’을 공통적으로 내세웠는데, 일명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과 지지세가 높은 텃밭 공천을 놓고선 상반된 공약을 내걸었다.
5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김기현·안철수·천하람·황교안 당대표 후보 모두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필요하다면 수도권과 호남 등 험지에 출마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울산의 4선 의원인 김 후보는 앞서 TV토론에서 “공천관리위가 호남이나 제주, 수도권에 출마하라고 하면 할 거냐”는 천 후보의 질문에 “당연히 지시에 따라야죠”라고 답했다. 김 후보는 “수도권 출마 의사가 있다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총선에서 이기려면, 당에서 명령하면 모든 걸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 측 관계자도 수도권 출마를 거론하며 “필요하다면 당연히 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안 후보도 여러 차례 험지 출마 의사를 밝혔다. 그는 지난달 13일 제주 합동연설회에서 “당이 원한다면 이곳 제주 출마도 좋다”고 말했다. 제주는 20년 넘게 보수정당 국회의원이 나온 적 없는 험지 중의 험지다.
천 후보는 국민의힘 전남 순천시·광양시·곡성군·구례군 갑 선거구의 당협위원장이다. 이정현 전 의원이 19대·20대 국회의원으로 깃발을 꽂았으나, 그때를 제외하면 단 한번도 보수정당 국회의원이 나온 적 없는 험지다. 천 후보는 지난 총선에서 이곳에 출마해 3%대의 지지를 받았다.
황 후보도 마찬가지로 험지 출마 경험이 있다. 그는 당대표였던 21대 총선 미래통합당으로 종로에 출마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맞붙었으나 패배했다. 황 후보는 “쉬운 전쟁을 하려는 건 리더가 아니다”라며 당대표 선출 시 험지 출마 의사를 밝힌 상태다.
공천 방식을 놓고서는 모두 상향식 공천을 이야기하고 있다. 상향식 공천이란 각 지역의 당원과 국민이 참여하는 경선을 거쳐 후보를 결정하는 방안이다. 인위적인 경선 배제(컷오프)가 없는 만큼 반대가 적고, 중립적이란 인상을 주는 방식이란 점에서 상향식 공천을 공약한 것으로 풀이된다. 21대 총선의 경우 인위적인 현역 물갈이가 이뤄지고, 민주당 지지세가 높은 지역에 울며 겨자먹기로 ‘자객 공천’된 다선 중진들이 패배하며 당이 크게 흔들린 바 있다.
하지만 상향식 공천과 관련해서는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아무리 상향식이라고 해도 모든 선거구에 100% 적용할 수 없다”며 “질 게 뻔한 후보를 내보낼 순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결국 상향식 공천에서 벗어나는 지역이 생길 수밖에 없고, 전략 공천 등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천하람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총선 공천권 개혁 방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
특히 윤핵관과 지도부, 텃밭 등 당 내에서도 기득권으로 분류되는 의원들의 공천 방향을 놓고서는 상반된 공약이 나왔다. 우선 개혁 보수 성향의 천 후보는 핵심 지도부와 윤핵관을 공천에서 배제하는 안을 내놔 당 안팎에서 논란이 됐다. 그는 “핵심 당직을 맡았던 비수도권, 비례 국회의원은 수도권과 호남권 지역구 중 21대 총선에서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당선되지 못한 지역구와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득표율이 50% 미만이었던 수도권, 호남권 지역구에 출마시키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21대 국회 이후 핵심 당직자 명단을 별도로 공개했다. 사실상 험지 출마 명단이다. 명단에는 권성동·김기현·주호영 의원 등 원내대표, 최고위원과 비대위원, 정책위의장 등이 포함됐지만 윤핵관인 장제원 의원은 제외됐다. 이와 관련해 천 후보는 “마음 같아서 장 의원은 그냥 컷오프 시켜버리고 싶다”고 말했다.
반면 김 후보는 당에 헌신한 이들을 우선하는 ‘공헌 공천’을 내세웠다. 인위적인 공천 배제에도 선을 그었다. 김 후보 측은 “윤핵관이 대부분 지역 맹주들인데 1석이라도 더 가져올 수 있다면 (공천을) 안 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당 내에서도 김 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지한 윤핵관을 공천에서 배제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 후보는 앞서 당대표가 공천을 좌지우지할 수 없다며, 공천 과정에서 윤 대통령을 비롯한 당 내 의견을 경청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안 후보는 민주당의 정청래·고민정·김남국 의원 등을 겨냥한 ‘자객 공천’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그는 “퇴출시켜야 할 민주당 이재명 호위무사들을 당원 여러분들께서 선정해주시라”며 당원 대상으로 후보 지역을 공모하기도 했다. 안 후보는 이 같은 전략을 바탕으로 내년 수도권에서 70석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황 후보는 공헌 공천에 더해 ‘경제 공천’이 공약이다. 21대 총선에서 소상공인연합회 회장 출신인 최승재 의원이 비례대표에 당선된 게 대표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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