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원숭이 납치해 장시간 노동…골절 등 발생 빈번
“업체 말에만 의존해 인증…태국 외 생산제품 사야”
[PETA 제공] |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원숭이를 이용한 코코넛 채취로 동물 학대 비판을 받고 있는 태국이 원숭이 없이 코코넛밀크를 생산한 업체를 인증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7일 태국 현지 매체 네이션에 따르면 태국 정부는 원숭이를 쓰지 않고 코코넛을 따는 농장이나 업체에 ‘몽키 프리'(monkey-free)’ 인증서를 발급하기 시작했다. 전날 랏차부리와 사뭇사콘 지역 두 개 업체가 처음으로 인증을 받았다.
농업부는 업체 측이 인증을 신청하면 농장에 담당자를 파견해 코코넛 재배 및 채취 과정을 확인한다. 인증을 받은 업체는 제품 포장에 관련 마크를 새길 수 있다.
지난 2020년 국제동물보호단체 페타(PETA)는 원숭이를 학대하는 태국 코코넛 농장의 실태를 폭로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페타는 쇠사슬에 묶인 채 날카로운 소리를 지르거나, 몸도 제대로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좁은 우리에 갇힌 원숭이 모습 등을 담은 동영상도 공개한 바 있다.
국제적으로 동물 학대 논란이 일자 영국 테스코, 미국 월마트 등 대형마트를 비롯한 각국 유통업체들이 태국산 코코넛우유 판매를 중단했다.
태국 정부와 코코넛우유 제조사들은 그동안 원숭이를 활용하는 것은 전통이자 문화의 일부라고 주장해 왔다. 원숭이를 잔혹하지 않은 방식으로 훈련해 코코넛을 따도록 한다고 항변하기도 했지만 불매운동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후 태국 정부는 작업자가 나무에 올라가 코코넛을 채취할 수 있는 장비를 만들어 보급하는 등 코코넛 농장에서 원숭이를 쓰지 않도록 장려해왔다.
태국은 지난해 128억 밧(4820억 원) 규모의 코코넛우유 2363t(톤)을 수출했다.
[PETA 제공] |
그러나 페타 측은 여전히 태국 내에서 코코넛 수확을 위해 원숭이를 이용하는 폐단이 근절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페타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7월까지 진행된 세번째 조사 결과 여전히 쇠사슬에 묶인 원숭이는 오랜 시간 무거운 코코넛을 따고 있다”면서 “태국 코코넛 업계는 의도적으로 원숭이 노동을 공급망에서 숨기고 있다”고 폭로했다.
조사에 따르면 원숭이를 훈련하는 원숭이 학교들은 그물을 이용해 야생 원숭이를 납치하는 농부들로부터 원숭이를 공급받고 있다고 인정했다. 원숭이가 코코넛 나무를 오르는 동안 개미에 물리거나 말벌에 쏘여 치명상을 입을 수 있고 나무에서 떨어져 뼈가 부러지기도 했다.
페타는 “태국 정부와 업체들은 코코넛 생산자들의 말에만 의존해서 인증을 해주고 있다”면서 “소비자들은 태국이 아닌 국가에서 코코넛을 공급받는 브랜드에서만 코코넛 밀크를 구입해달라”고 촉구했다.
why3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