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실수로 불필요한 동물 희생 잇따라
[로이터] |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만든 뇌신경 과학 벤처기업 뉴럴링크를 둘러싼 동물 학대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직원들의 내부 고발이 잇따르는 가운데, 미국 연방 정부는 동물복지법 위반 가능성을 놓고 뉴럴링크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는 연방 검사의 요청으로 최근 미 농무부 감찰관이 뉴럴링크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소식통은 이번 조사가 동물 치료 및 시험 방법을 규정한 동물복지법 위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머스크가 지난 2016년 창업한 뉴럴링크는 인간 뇌의 신경 신호를 해독해 컴퓨터와 연결하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를 개발하는 기업이다. 이를 통해 생각만으로 신체의 일부를 쓰지 못하는 환자를 돕는다는 구상이다. 지난 4월에는 AI 마이크로 칩을 머리에 심은 원숭이가 생각만으로 컴퓨터 게임을 하는 영상이 공개돼 주목을 받기도 했다.
최근 머스크는 뉴럴링크 온라인 기술 발표 행사에서 “6개월 내 인간 대상의 임상 실험이 시작될 것”이라면서 자신의 머리에도 칩을 이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로이터는 전현직 직원 20여 명과의 인터뷰와 수십 건의 문건을 바탕으로 이처럼 개발에 속도를 올리라는 머스크의 압력이 불필요한 동물들의 희생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직원들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실험 실패가 반복되면서, 실험을 받고 죽임을 당하는 동물의 수도 증가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8년 이후부터 현재까지 뉴럴링크에서 폐사된 동물은 280마리 이상의 양과 돼지, 원숭이를 포함해 총 1500마리로 추정된다. 실제로는 이보다 많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직원들의 전언이다.
지난 4월 공개된 뉴럴링크의 영상. 머리에 AI 칩을 이식한 원숭이가 게임을 하고 있다. [뉴럴링크 유튜브 갈무리] |
로이터는 폐사된 동물의 수가 많다고해서 뉴럴링크가 규정을 어겨왔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 수가 필요이상으로 많다고 지적했다. 실제 로이터는 뉴럴링크에서 진행된 4건의 실험 과정에서 ’인간의 실수’로 86마리의 돼지와 2마리의 원숭이가 죽임을 당한 사실을 확인했다.
직원들은 개발에 대한 머스크의 지나친 압박이 동물들의 희생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증언했다. 촉박한 일정을 맞추기 위해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직원들이 앞다투어 실험을 진행했고, 결국 동물들만 위험에 빠트렸다는 설명이다. 그들은 머스크가 직원들을 재촉하기 위해 수년간 ‘머리에 폭탄이 있다고 상상하며 빨리 움직이라’고 수차례 말했다고 전했다.
심지어 이미 직원들이 동물 실험에 대한 문제제기를 했으나 이마저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들은 뉴럴링크가 전통적인 동물 실험 접근법과 달리 실험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거나 완전한 결론을 도출하기 전에 바로 연속적인 테스트를 진행해왔다고 밝혔다.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반복적인 실험이 더 많은 동물들이 실험대에 오르게 된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한 직원은 고위 임원에게 동물 실험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요청했으나 “머스크의 요구를 맞추기 위해서는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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