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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강경파, 헤르손 퇴각에 “그냥 전쟁서 진 것”…“합리적 판단” 정부 정면 반박 [나우,어스]
점령지 친러여론 급랭…푸틴, 현장에 책임 떠넘기기 패턴
[유튜브 'CBS Evening News' 채널 캡처]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우크라이나군의 탈환 공세를 이겨내지 못하고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시(市)에서 러시아군이 철수한 것을 두고 러시아 내 강경파 사이에선 날선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합리적 판단’에 따른 결정이란 정부의 주장을 정면 반박하며 전쟁에서 실제로 패배한 것이라는 직접적 비난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10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소셜미디어(SNS) 텔레그램에서는 철수가 합리적 판단이라는 러시아 정부의 견해에 대한 비판이 속출했다.

러시아 전쟁 전문 기자인 로만 사폰코프는 “이건 전쟁에서 실제로 패배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헤르손 공공기관에서 러시아 국기가 철거되는 모습을 전하며 “영리한 작전일 뿐 철수는 절대로 아닐 것이라고 끝까지 기대했지만 결과는 있는 그대로”라고 울분을 토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취재하는 다른 기자인 안나 돌가레바는 헤르손에서 철수하는 데에는 변명이 아예 있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러시아가 철수하는 헤르손은 이번 전쟁에서 상징적, 전략적으로 큰 의미를 지닌다.

헤르손주는 러시아 흑해함대의 기지인 크름(러시아명 크림)반도에서 가깝고 우크라이나 중부를 지탱하는 수자원인 드니프로 강 하구를 통제하는 전략 요충지다. 그 때문에 우크라이나 전역을 점령하려던 러시아의 애초 목표를 고려하면 전략적으로 상당한 후퇴일 수밖에 없다.

헤르손시는 러시아가 올해 2월 24일 침공 뒤 유일하게 점령을 유지해온 주도(州都)라는 상징성이 있다. 게다가 헤르손주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올해 9월 러시아 영토에 병합을 선언한 우크라이나 4개주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푸틴 대통령은 당시 “도네츠크주, 루한스크주, 자포리자주, 헤르손주에 사는 사람들은 이제 영원히 러시아 국민이 됐다”고 선포한 바 있다.

이 같은 굴욕적 철수 때문에 푸틴 대통령을 향한 점령지 주민의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친정부 성향의 러시아 싱크탱크인 정치학연구소의 세르게이 마르코프 소장은 “헤르손 주민들로서는 영원히 함께 할 것이라는 러시아의 약속을 거짓말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마르코프 소장은 이번 철수가 러시아가 다른 병합지 주민들도 버릴 수 있다는 메시지로 읽혀 러시아와 점령지의 협력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튜브 'CBS Evening News' 채널 캡처]

푸틴 대통령은 매파들의 비판, 전문가들의 부정적 진단 속에 헤르손 철수에 대해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는 사이 러시아의 선전선동 체계는 어느 때보다 왕성하게 러시아 정부의 입장을 왕성하게 대변하고 있다.

러시아 관영매체들은 이번 철수가 전열재편을 위해 필요한 조치였다는 보도를 쏟아냈다.

안드레이 투르착 러시아 상원 부의장은 19세기 러시아 작가 톨스토이의 장편소설 ‘전쟁과 평화’에서 한 문장을 발췌해 “요새를 지키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군사작전에서 이기는 것은 어렵다”고 철수를 두둔했다.

투르착 부의장은 “헤르손 근처에 있는 우리 병사들에게 위험이 컸다”며 “언제라도 보급이 차단되거나 방어를 하기에 극도로 어려운 상황에 몰려있었다”고 말했다.

헤르손 철수를 둘러싼 갑론을박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뒤 자주 등장한 패턴이다. 러시아 지도부는 전적이 부진할 때마다 매파들의 신랄한 비판을 일부 허용하되 졸전 책임을 푸틴 대통령과 이너서클이 아닌 현장 전투 지휘관들에게 떠넘기는 행태를 되풀이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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